"'천재' 트럼프의 계획대로 되고 있어"

머니투데이 뉴욕=이상배 특파원 2019.06.07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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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시각] "트럼프, 연준이 금리 내리면 무역전쟁 끝내고 재선 성공"…"금리는 좋지 않은 이유로 내리는 것"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트럼프는 '천재'(genius)인 것 같다. 만약 그의 요구대로 금리가 인하되고 나면 그는 '무역전쟁'을 끝낼 것이다. 그럼 주가가 솟구치며 신고점을 경신하고, 그는 2020년 재선에 성공할 것이다."

캐나다 자산운용사 글루스킨 쉐프의 데이비드 로젠버그 수석이코노미스트가 최근 트위터에 올린 글이다. 얼마 전부터 월스트리트에서 나돌던 '음모론'인데,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금리인하 기조로 돌아선 것을 계기로 다시 주목받는 시나리오다.

이 논리대로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멕시코에 차례로 관세공격을 가한 건 무역분쟁으로 경기둔화 위험을 높임으로써 재선을 위한 연준의 금리인하를 유도하기 위함인 셈이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 트윗에서 "연준이 금리를 내리면 경제가 로켓처럼 솟아오를 것"이라며 금리인하를 압박한 바 있다.



옵션트레이더인 다미앤 풀치니는 "전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계획"이라며 "자신이 문제를 만들고, 거기서 이득을 얻은 뒤 그걸 자신이 해결해 영웅이 되는 게 트럼프 대통령의 스타일"이라고 말했다.

과거엔 '상상'에 불과했지만, 첫번째 전제인 금리인하가 현실로 다가오면서 이 시나리오의 실현 가능성도 한층 높아졌다. 주식시장 입장에선 나쁠 게 없는 그림이다.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런 '장난'을 또 다시 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이다.



6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우량주(블루칩) 클럽인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전날보다 181.09포인트(0.71%) 뛴 2만5720.66에 장을 마쳤다. 대형주 위주의 S&P(스탠다드앤푸어스) 500 지수는 17.34포인트(0.61%) 상승한 2843.49를 기록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종합지수는 전일 대비 40.08포인트(0.53%) 오른 7615.55에 마감했다. 초대형 기술주 그룹인 이른바 MAGA(마이크로소프트·애플·구글의 지주회사 알파벳·아마존)도 모두 올랐다.

장중반까지 보합세를 보이던 뉴욕증시는 장후반 연준이 이르면 이달부터 금리인하를 단행하는 방안을 논의하기 시작했다는 월스트리트저널(WSJ)의 보도가 나오면서 상승폭을 키웠다.


WSJ에 따르면 미국 중앙은행인 연준은 이번 주말쯤 이달 FOMC 준비를 위한 사전협의에서 금리인하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다. 정책금리 등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 정례회의는 오는 18∼19일 열린다. 현재 연준의 정책금리는 2.25~2.50%다.

WSJ은 "경기전망이 점점 어두워지고 있다"며 "당장 이번달이 아니라면 다음달 또는 그 이후 FOMC에서 정책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더 커졌다"고 전했다.

CME(시카고상업거래소)그룹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 금리선물시장은 이달 금리인하 가능성을 약 25%, 다음달까지 최소 한차례의 금리가 인하될 가능성을 75% 가량 반영하고 있다. 9월까지 금리인하가 이뤄질 가능성은 90% 이상, 연내 3차례 금리가 낮춰질 가능성은 약 60% 반영 중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BAML)는 이날 보고서를 통해 "역사적으로 연준은 시장을 실망시키지 않고 신속하게 금리인하에 나섰다"며 금리인하에 대한 시장의 기대를 부추겼다. 올해 FOMC는 △6월 18∼19일 △7월 30∼31일 △9월 17∼18일 △10월 29∼30일 △12월 10∼11일 등 총 5차례가 남아있다.

FOMC의 당연직 부위원장으로서 투표권을 행사하는 존 윌리엄스 뉴욕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도 이날 금리인하를 시사하는 발언을 내놨다. 윌리엄스 총재는 뉴욕에서 열린 미국외교협회 행사의 연설을 통해 "낮은 물가상승률(인플레이션)이 지속된다면 중앙은행은 전략을 재평가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지속적으로 낮은 인플레이션은 물가상승에 대한 기대를 낮춰 다시 인플레이션을 끌어내리는 악순환을 초래한다"며 "만약 인플레이션이 떨어지면 중앙은행은 경기둔화에 직면해 움직일 여지가 훨씬 줄어든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런 상황에서 중앙은행은 전략과 목표, 도구를 재평가해야 한다"며 "여기엔 우리가 인플레이션 목표치인 2%를 어떻게 달성할지 재평가하는 것도 포함된다"고 했다.

그동안 금리동결 입장을 고수하던 연준은 지난 4일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연설을 기점으로 확연히 '비둘기파'(통화완화주의자)로 돌아섰다.

당시 파월 의장은 시카고에서 열린 '통화정책 콘퍼런스'에서 연설을 통해 "경기확장을 유지하기 위해 적절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가 둔화되거나 경기위협 요인이 가시화될 경우 정책금리 인하 등의 완화적 통화정책을 집행하겠다는 뜻이다. 연준이 금리를 인상한 지난해말 이후 파월 의장이 직접 금리인하 가능성을 공식 거론한 것은 처음이다.

파월 의장은 "연준은 글로벌 무역전쟁이 언제 어떻게 해결될지 모른다. 우리는 무역전쟁이 미국 경기 전망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며 무역전쟁을 금리인하 기조로 돌아선 근거로 제시했다.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의도한 것이라면 계획대로 된 셈이다.

그러나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이 금리인하 후 무역전쟁을 접을지는 미지수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관세'는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인 동시에 '신념'이라는 게 측근들의 증언이다.

UBS글로벌자산운용의 마크 해펠레 수석투자책임자는 "트럼프 대통령은 멕시코에 대한 관세 위협으로 무역전쟁의 범위를 중국 이외 지역으로 넓어놨다"며 "이런 무역긴장이 경기에 부담을 주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금리인하를 호재로만 볼 수 없다는 지적도 있다. TD아메리트레이드의 JJ 키너핸 수석투자전략가는 "사람들은 가끔 금리가 좋은 이유로 인하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잊어버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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