톈안먼 추모 열기…홍콩서 '사상 최대' 인원 운집

머니투데이 강민수 기자 2019.06.05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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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서 18만명 모여 촛불집회…대만 집회에는 톈안먼 사태 당시 中 장교 참석 "부끄러웠다" 고백도

5일(현지시간) 홍콩 빅토리아공원에서 열린 톈안먼 30주년 추모집회를 마치고 참가자들이 행진하고 있다./사진=AFP5일(현지시간) 홍콩 빅토리아공원에서 열린 톈안먼 30주년 추모집회를 마치고 참가자들이 행진하고 있다./사진=AFP


중국 민주화운동 '톈안먼 사태' 30주년을 맞아 홍콩에서 사상 최대 인원인 18만명이 모여 추모 촛불집회를 열었다. 이번 대규모 참석인원은 최근 논란이 된 '범죄인 인도법 개정안'에 대한 반발 때문이라는 시각이 인다. 대만에서 열린 추모 집회에선 사태 당시 중국군 장교가 참석, 사과를 해 눈길을 끌었다.

5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홍콩 빅토리아 파크에서 열린 톈안먼 30주년 촛불집회에 18만명(주최 측 추산)이 모였다. 경찰은 운집 인원을 3만7000명으로 추산했다.



주최 측인 홍콩시민지원애국민주운동연합에 의하면 지난해 11만5000명(경찰 추산 1만7000명)에 비해 늘어난 것이다. 집회 인원수는 2012년과 2014년 18만명에 근접한 바 있으나 최근 몇 년 사이엔 줄어드는 추세였다.

이를 두고 SCMP는 최근 당국의 강제 송환법 개정 논란이 몇 달동안 이어진 영향이라고 분석했다. 홍콩 당국은 다음 달 중 홍콩 거주 범죄 용의자를 중국 본토로 넘겨줄 수 있도록 하는 '범죄인 인도법' 개정안을 통과시킬 예정이다. 그러나 이 개정안이 반체제인사나 인권운동가를 중국 본토로 송환시키는 데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에 반대 목소리가 높다. 지난 4월 홍콩 시내에서 13만명(주최 측 추산)의 시민이 거리로 나와 개정안 추진을 반대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몇 년 동안 추모집회에 발길을 끊었던 학생 웡 와이이(28)는 올해 범죄인 송환 논란 때문에 다시 찾았다고 전했다. 그는 SCMP와의 인터뷰에서 "법안이 통과되면 홍콩의 기본 구조가 무너지고, 홍콩이 지닌 자유가 사라질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집회에 처음으로 참석한 토마스 로(14)도 마찬가지다. 그가 불과 3년 전에 톈안먼 사태에 대해 처음 알게 됐다. 학교에서 선생님들이 거의 말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로는 "범죄인 송환법 때문에 이곳에 오게 됐다"며 "인터넷에서도 많은 반대 서명운동이 일고 있다"고 말했다.

4일(현지시간) 대만 타이페이 치앙카이섹 기념홀에서 열린 톈안먼 30주년 추모행사에서 당시 사태 진압에 참여했던 리샤오밍 전 인민군 중위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AFP4일(현지시간) 대만 타이페이 치앙카이섹 기념홀에서 열린 톈안먼 30주년 추모행사에서 당시 사태 진압에 참여했던 리샤오밍 전 인민군 중위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AFP
한편, 같은 날 대만에서 열린 추모집회에서는 톈안먼 사태 당시 진압에 참여했던 중국 장교가 참석·사과를 해 화제가 됐다.


홍콩자유언론(HKFP)에 따르면 대만 자유 광장에서 열린 추모 집회에서 계엄 임무를 맡았던 리샤오밍(李曉明) 전 중위가 단상에 올랐다. 샤오밍 전 중위는 자신은 총을 쏘지 않았다고 주장했으나 사태 이후 죄책감에 시달려왔다고 고백했다. 그는 "더 많은 사람이 그날 무슨 일이 있었는지 잊지 않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며 "인민군 장교로서 나는 그날 부끄러웠다"고 전했다.

톈안먼 사태는 중국 정부가 1989년 6월 4일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열린 학생과 시민들의 민주화 요구 시위를 무력으로 진압해 학살한 사건이다. 중국 정부는 241명이 사망했다고 밝혔지만, 외신에서는 1000명~1만명에 달하는 사람이 숨졌다는 주장도 나온다. 중국 본토에서는 공식적인 추모 집회는 열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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