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조원… 뉴질랜드 세계 최초 '국민웰빙 예산' 짜다

머니투데이 김수현 기자 2019.05.30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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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 삶의 질 향상에 초점… 아동빈곤·가정폭력·정신건강 증진에 예산 편성

뉴질랜드 '웰빙 예산안' 표지 겉면. /사진=@Jasonwalls92 트위터뉴질랜드 '웰빙 예산안' 표지 겉면. /사진=@Jasonwalls92 트위터


뉴질랜드 정부의 '웰빙 예산안'이 30일(현지시간) 공개됐다. 이번 예산안은 주로 아동빈곤과 가정 폭력 근절, 정신 건강 증진 등 국민들의 '삶의 질' 향상에 초점을 맞췄다.

영국 가디언 등에 따르면 그랜트 로버트슨 뉴질랜드 금융장관은 이날 의회에서 "경제가 성장했음에도 국민들의 삶의 질은 여전히 뒤처져 있다"며 "이번 예산은 이처럼 증가하는 빈부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고안됐다"고 밝혔다.



지난해 말 뉴질랜드 정부는 세계 최초로 국민 삶의 질 향상을 중심으로 2019회계연도 국가 예산안을 설계할 계획임을 밝혔다. 당시 로버트슨 금융장관은 "국민의 주택 보유율이 60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으며 자살률과 노숙자, 식량 지원금이 증가하고 있다"며 "뉴질랜드인들이 일상에서 경제 성장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도입 취지를 밝혔다.

뉴질랜드 정부의 웰빙 예산안은 총 4년간 256억 뉴질랜드달러(약 19조8600억원)을 편성해 국민들의 삶의 질 향상과 행복을 도모하는 게 목적이다. 가디언은 "영국 등이 유럽에서 국가별 웰빙 지수를 측정하기 시작했지만 뉴질랜드는 웰빙을 최우선순위에 두고 예산을 설계한 최초의 나라"라고 평했다.



이번 '웰빙 예산안'에는 국민의 정신건강 증진을 위해 4년간 19억 뉴질랜드달러(약 1조4736억원) 규모의 예산이 편성됐다. 중증 정신질환자로 분류되지 않아 그간 정부 지원을 받지 못했던 우울증 환자들의 치료를 위해 이 중 5억 뉴질랜드달러(약 3876억원)를 배정했다. 특히 지난 3월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에서 일어난 총격 테러 피해자의 정신 치료에도 550만 뉴질랜드달러(약 42억 6700만원)를 따로 마련했다.

가정폭력 및 성폭력 대책에는 3억2000만 뉴질랜드달러(약 2482억원)이 들어갔다. 뉴질랜드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에서 가정폭력과 성폭력 피해가 심한 나라에 속한다. 아동 복지예산에는 10억 뉴질랜드달러(약 7759억원)가 편성됐다. 유니세프 뉴질랜드지부에 따르면 뉴질랜드 어린이 중 27%가 빈곤 속에서 살고 있어, 영양상태가 좋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로버트슨 금융장관은 "웰빙은 국민들이 목적이 있고 균형에 맞는 의미있는 삶을 살게 하는 것"이라며 "그렇게 할 수 있도록 정부가 도와주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뉴질랜드 정부는 '웰빙 예산안'에 대한 야당의 거센 반발에 직면하고 있다. 제1당인 뉴질랜드 국민당이 지난 28일 정부 예산안의 세부사항을 입수해 공개하자 의도적으로 자료를 해킹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국민당의 사이먼 브리지스 대표는 예산안을 공개하면서 "겉만 번드르르하고 실체가 없다"고 비판했다. 경찰은 수사에 나섰고 국민당은 불법 행위는 일체 없었다는 입장이다.

한편 '웰빙 예산안' 발표를 하루 앞둔 29일 교사 수만명이 역대 최대 규모의 교육 파업을 벌이기도 했다. 새어나간 예산안에 교사들의 복지향상을 위한 내용이 빠져 있었기 때문이다. 뉴질랜드 교사 노조는 "임금인상과 업무부담 축소를 위해 정부와 수개월 간 협상을 벌였지만 결국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며 행동에 나서 전국적으로 학교가 문을 닫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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