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EU 가입 또 실패하나… EU "민주주의 후퇴해"

머니투데이 김수현 기자 2019.05.30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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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행위 연례평가보고서 "터키 인권·사법·경제정책 민주주의로부터 심각한 후퇴"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 /사진=AFP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 /사진=AFP


터키의 유럽연합(EU) 가입 문제가 또 제동이 걸릴 조짐을 보이고 있다. 2005년부터 15년째 EU 가입을 위해 협상을 벌이고 있는 터키가 EU 연례평가에서 또 좋지 않은 성적표를 받은 것이다. 터키 정부는 이 같은 EU의 평가가 불공정하고 균형이 맞지 않는 처사라며 반발했다.

29일(현지시간) 알자지라와 데일리사라 등에 따르면 EU집행위원회는 연례보고서를 통해 "터키의 인권, 사법, 경제정책이 민주주의로부터 심각하게 후퇴했다"며 "터키가 EU에서 더 멀어졌다"고 평가했다. EU 집행위 연례평가보고서는 다음달까지 회원국 승인을 거쳐 최종 확정된다.



EU집행위원회는 터키 정부가 지난 2016년 7월 군부의 쿠데타 진압 이후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하며 비판 세력에 대한 탄압을 강화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은 2017년 대통령중심제 개헌과 지난해 대선, 총선 승리로 막강한 권력을 거머쥐었다.

또 보고서는 지난해 터키의 국가 비상사태는 해제됐지만 여전히 수많은 인권운동가, 시민사회 활동가 등이 수감되어 있다고 꼬집었다. EU집행위는 이들 중 5만7000명가량이 정식 기소조차 되지 않은 채 장기간 구속 중이라며 이는 전체 수감자의 20%를 차지한다고 밝혔다.



EU 집행위는 터키 선거당국이 지난 3월 이스탄불 광역시장선거 결과를 무효화하고 재선거를 실시한 것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EU 집행위는 "국민의 뜻이 승리하는 것을 보장하기 위한 민주적 선거 절차의 핵심원칙이 전면 위배된 것"이라고 했다. 당시 지방선거에서 에르도안 대통령의 정의개발당(AKP)이 터키 최대 도시인 이스탄불을 야당인 공화인민당(CHP)에 내주게 되자,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며 재선거를 결정했다.

또 경제정책에 관해서도 "터키 정부가 가격 결정에 개입하고 자유로운 외환 사용을 가로막는 등 시장 작동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일련의 조처를 행했다"고 우려했다.

터키는 EU의 평가가 부당하다고 즉각 반발했다. 파루크 카이마크즈 터키 외무차관은 수도 앙카라에서 기자들과 만나 "터키가 유럽의 가치에서 멀어지고 있다고 주장하는 보고서 내용은 일관성이 없고 무효하다"며 "터키는 유럽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EU의 보고서는 터키의 현 상황을 정확하게 평가하지 않았다"면서 "터키는 이 보고서의 '불공정한 비판'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독일 매체 도이체벨레는 "터키가 유럽의 중요한 안보 파트너로 남아 있으며, EU는 시리아 난민 유입을 막기 위해 터키에 의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터키는 현재 내전을 피해 도망치는 시리아 난민 300만여명을 수용하고 있다. 유럽의회는 터키의 역할을 인정하지만 EU가 추구하는 민주적 가치를 따르지 않는 국가를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터키는 1987년 유럽공동체(EC· EU의 전신)에 가입신청서를 냈다. 이후 터키는 2002년 의회에서 사형제 폐지와 소수민족 언어인 쿠르드어 방송 허용 등 EU가 제시한 가입협상 개시 조건을 충족하기 위해 개혁법안을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터키는 2004년 12월 EU 정회원 후보국 지위를 얻고 2005년 EU와 가입 협상을 시작했다. EU와 터키는 지금까지 EU 가입요건 35개 분야 중 13개에 대한 협상을 벌여왔지만, 15년간 양측이 갈등과 화해를 반복하면서 큰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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