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분했던 16분간의 '美中 무역전쟁' 앵커 대결

머니투데이 베이징(중국)=진상현 특파원 2019.05.30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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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 초반 中 앵커 공산당 소속 여부로 신경전…
전체적으로는 열띤 토론보다 예의 갖춘 인터뷰

유튜브 화면 캡처유튜브 화면 캡처


미중 무역전쟁과 관련한 양국의 대리전으로 관심을 끌었던 미중 양국 대표 여성 앵커들간의 토론이 예상보다 싱겁게 끝났다. 토론 초기 중국 앵커의 공산당 소속 여부를 놓고 신경전이 있었지만 전체적으로는 뜨거운 토론이라기보다 차분한 인터뷰에 가까웠다는 평가다.

미국 폭스 경제 채널의 앵커 트리시 리건과 중국 국영방송인 CGTN 앵커인 류신간의 30일(중국 현지시간) 토론은 오전 8시26분부터 16분간 진행됐다. 리건이 진행하는 '트리스 리건의 프라임타임' 중간에 베이징 CCTV 스튜디오의 류신 앵커를 연결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두 앵커는 앞서 방송과 트위터상에서 무역전쟁과 관련해 격렬한 논쟁을 주고 받았고, 리건이 자신이 진행하는 프로그램에 나와 토론을 벌이자고 제안한 것을 류가 받아들이면서 이날 토론이 성사됐다. 판권 문제로 미국 외에는 영상 송출이 되지 않아 중국인들은 중국 매체들이 전하는 문자 중계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리건이 먼저 류를 소개하며 "게스트는 중국공산당(CCP) 소속이지만 괜찮다. 이 쇼는 다른 관점을 환영한다"고 말하면서 포문을 열었다. 류는 "나는 중국 공산당원이 아니다. 이것은 기록에 나와 있다. 나는 중국 공산당을 대변하지 않고 CGTN에서 일하는 언론인 류신을 대변하고 있다"고 맞받았다.

리건이 "중국이 수천억 달러 상당의 엄청난 양의 지적 재산을 훔쳤다는 증거가 있다"고 말하며 지적재산권 문제를 건드렸을 때도 다소간의 긴장감이 돌았다. 류는 "저작권 문제가 있고 저작권 침해, 심지어 상업적 기밀의 도용도 있다. 나는 그것이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이런 문제는 미국을 포함한 세계 모든 지역에서 공통적으로 발생하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류는 "당신은 단순히 이런 사건들이 발생한다고 해서 미국이 도둑질을 하고 있다고 하거나 중국이 도둑질을 하고 있다, 모든 중국인들이 도둑질을 하고 있다고 말할 수는 없다"면서 "이런 식의 일반론은 정말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관세 문제에 대해서는 두 사람 모두 관세를 없애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데 동의했지만 류는 중국과 미국을 뛰어넘는 상호 합의에 의해 관세의 규칙이 정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밖에 통상과 경제, 중국의 개발도상국 지위 이슈 등이 다뤄졌지만 열띤 토론 이라기보다는 예의를 갖춘 인터뷰에 가까웠다. 리건이 무역협상 타결 가능성을 묻자 류는 "중국 정부 입장은 매우 분명하다. 미국이 협상팀을 존경하지 않으면 무역 타협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답했다. 리건은 이에 대해 "무역 전쟁은 절대 좋지 않다. 뭔가 이뤄질 거라 믿고 싶다"고 말했다.

류는 '중국을 개발도상국으로 봐야 하느냐'는 질문에는 "중국의 전체 경제 규모는 매우 크지만, 1인당 GDP(국내총생산)은 미국의 6분의 1 수준"이라며 "그러나 중국은 유엔의 평화 유지 업무에서 최대 공헌자이고, 국제 인도주의 원조에도 큰 노력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중국의 '국가 자본주의'에 대해 설명해달라는 리건의 질문에 류는 "우리는 시장의 힘이 자원 분배에서 주된 역할을 하는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라고 정의한다"고 말했다. 이어 "모두 중국의 경제가 국가가 주인이라고 생각하지만 진짜 모습이 아니다"면서 "가령 통계를 보면 중국 근로자의 80%가 민간 기업에 고용됐고, 중국 수출품의 80%가 민간기업에서 생산되고 있다"고 답했다. 토론은 두 사람의 감사 인사와 리건의 중국 방문을 권한 류의 초대의 말로 끝났다.


류는 올해 44세로 영어 국제 스피치 대회에서 우승하는 등 영어를 거의 완벽하게 구사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1997년 대학을 졸업하고 국영 CCTV에 입사한 후 중국 정부의 해외 선전 확대 차원에서 만들어진 CGTN에 합류했다. 46세의 리건은 콜롬비아 대학을 졸업한 뒤 골드만삭스에서 애널리스트로 일했다. 2001년 CBS마켓워치에 입사한 뒤 CNBC, 블룸버그 TV 등에서 활약하다 지금은 폭스뉴스 경제 채널에서 자신의 경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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