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7일 치러진 인도네시아 대선 결과에 불만을 가진 야권 지지자들의 시위가 유혈사태로까지 번지고 있다. /사진=로이터
22일(현지시간) ABC뉴스 등에 따르면 이날 저녁 시작된 대선 불복 시위는 밤새 계속됐다. 자카르타 시내 선거관리위원회 앞에 모인 시위대는 화염병과 돌멩이, 폭죽 등을 던지며 해산을 시도하는 경찰에 맞섰다.
다만 23일 오전 3시부터는 폭력사태가 잦아드는 모습을 보였다. 일부 시위대는 더는 폭력을 행사하지 않겠다면서 경찰과 협상에 나서기도 했다. 로이터는 "인도네시아 방송 매체들은 시위가 잠잠해지자 수십 명의 전경들이 화염병과 폭죽 잔해만 남아 있는 거리에서 잠을 청하는 모습을 방영했다"고 전했다.
선거 발표 직후 프라보워 후보는 정부, 여당이 개표 조작을 비롯해 선거 과정에서 조직적으로 부정을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프라보워 후보는 선거 불복을 선언하고 23일 헌법재판소에 이의를 제기할 예정이다.
군 장성 출신인 프라보워 후보는 5년 전 2014년 대선에서도 조코위 당시 투쟁민주당 후보에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며 헌법재판소에 소송을 냈다 패소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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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시위대가 경찰을 향해 돌멩이를 던지고 있다. /사진=로이터
인도네시아 정부는 이번 사태가 특정 세력에 의해 기획된 사건이라고 보고 있다. 현장에 배치된 경찰들에게 실탄이 전혀 지급되지 않았는데도 사상자 중 일부에서 총상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물도코 대통령 비서실장은 현장에서 권총 2자루를 압수했다면서 "특정 집단이 상황을 진흙탕으로 만들기 위해 조직적 노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인도네시아 경찰은 시위 현장에서 돌멩이 등을 실은 승합차와 현금 600만 루피아(약 50만원)이 든 봉투들을 발견했다. 위란토 정치법률안보조정장관은 "이들은 시위대가 아니라 돈을 받고 고용된 폭도들"이라면서 "정부에 대한 증오와 혼란을 부추길 목적으로 준비된 시나리오대로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현지 경찰은 "무력시위 참가자 257명을 체포해 배후 세력이 존재하는지 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프라보워 측은 "우리는 처음부터 헌법재판소에 제소하겠다고 발표하는 등 평화적인 방법을 모색해왔다"며 이번 사태와의 연관성을 부인했다.
인도네시아 경찰이 시위대를 향해 최루탄을 발사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인도네시아 정부는 이슬람국가(IS) 관련 현지 단체의 테러 가능성도 우려하며 경계 태세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 미국과 영국, 호주 등은 여행주의보 등을 발령해 인도네시아 내 자국민에게 주의를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