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검 형사7부(김유철 부장검사) 소속 검사 중 가장 젊은 30대의 검사가 진지한 얼굴로 한 고등학교 기말고사 문제지를 받아들었다. 국어, 영어, 수학……. 마치 고등학생으로 돌아간 듯 전과목에 걸쳐 한 문제 한 문제 손수 풀면서 답을 적어내려갔다.
검사가 고등학교 시험 문제를 푼 것은 다름 아닌 교육계를 발칵 뒤집어 놓은 희대의 사건을 수사하기 위해서다. 숙명여고 교무부장이던 아버지로부터 시험 답안지를 빼돌려 기말고사를 치렀다는 의혹을 받는 쌍둥이 자매 사건이다. 쌍둥이 측이 "공부를 열심히 한 죄밖에 없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자 검찰은 실제 문제를 풀었을 경우와 대조해 이들의 주장을 반박하기 위해 이같은 '수사 기법'까지 동원한 것이다.
쌍둥이는 국어에서 단 한문제만 틀렸는데 그게 바로 이 문제였다. 이과였기 때문에 세 단어를 써야했지만 엉뚱하게도 문과 정답인 두 단어만 썼기 때문이다. 검찰은 쌍둥이가 문과 시험지의 답안을 유출받은 후 이를 외워 썼다는 결정적 증거를 포착할 수 있었다. 검찰이 직접 시험 문제를 풀지 않았으면 발견하지 못했을 부분이다.
이외에도 검찰은 쌍둥이 등의 심리 상태를 분석하기 위해 이수정 범죄심리학과 교수를 증인으로 부르는 한편 계량경제학자를 통해 쌍둥이들이 유출된 답안을 보지 않고 정정 전 정답을 답할 확률이 100만분의 1에 가깝다는 것을 보여줘 많은 화제를 낳았다. 일반적으로 '검찰수사'하면 생각하는 사건 관계자 진술조서, 압수수색 등을 넘어 차별적인 수사기법과 증인·증거를 선보였다.
검찰 관계자는 "검찰 수사방식엔 제한이 없어서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활용한다"며 "진술의 신빙성을 보강하기 위해 전문가의 진술을 듣는 건 이제 통상적인 일"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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