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이란과 전쟁 원치 않아"…직접 통화 기대

머니투데이 뉴욕(미국)=이상배 특파원 2019.05.17 0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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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이란 강경파' 볼턴 보좌관에 불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중동에서 미국과 이란의 군사적 긴장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이란과의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율리 마우러 스위스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 앞서 기자들로부터 이란과의 군사충돌 가능성에 대한 질문을 받고 "그러지 않길 바란다"(I hope not)고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마우러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이란 사태 해결 방안에 대해서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립국인 스위스는 역사적으로 미국과 이란 사이를 이어주는 연락책 역할을 해왔다.

CNN에 따르면 백악관은 이란에서 미국의 이익대표부 역할을 하고 있는 스위스 정부에 직통 전화번호를 알려주고, 트럼프 대통령이 전화를 기다리고 있다고 이란 정부에 전해줄 것을 요청했다.



이날 워싱턴포스트(WP)는 익명의 미국 관리들의 말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과의 외교노선 및 지도자와의 직접 대화를 선호한다"며 "그는 일부 참모들이 전쟁을 추진하고 있는 것을 우려한다"고 보도했다. 이란에 대한 군사적 개입을 추구하는 '강경파'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전보좌관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불만을 갖고 있다는 뜻이다.

2016년 대선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재정 부담 등을 이유로 미국이 외국의 분쟁에 휘말리는 것에 강력히 반대하면서 해외 주둔 미군을 신속히 철수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지난 14일 뉴욕타임스(NYT)는 미국 국방부가 이란의 군사적 도발에 맞서 최대 12만명의 군 병력을 중동지역에 파견하는 방안을 마련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12만명은 지난 2003년 이라크 전쟁 당시 파병된 병력에 근접한 규모다.


NYT에 따르면 미 국방부의 이번 작전계획은 볼턴 보좌관의 요구를 반영해 작성된 것으로서 당시 회의엔 그를 비롯해 패트릭 섀너핸 국방장관 대행, 조지프 던퍼드 합참의장, 지나 해스펠 중앙정보국(CIA) 국장, 댄 코츠 국가정보국(DNI) 국장 등 안보 분야 고위 당국자들이 참석했다고 한다.

이 같은 보도에 이란 정부 관계자는 “미국이 움직이면 우리도 ‘그들의 머리를 칠 것(hit on the head)’”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이 보도에 대해 "가짜 뉴스인 것 같다"며 "물론 그렇게 하겠지만, 아직은 그런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그런 계획을 세우지 않기를 바란다"며 "만약 계획을 세우게 된다면 그보다 훨씬 더 많은 병력을 보낼 것"이라고 했다.

한편 이란이 미국의 경제제재에 반발해 봉쇄하겠다고 위협했던 중동의 핵심 석유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 인근에서 최근 유조선 습격 사건이 발생하면서 중동의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최근 사우디 소속 유조선 2척을 포함한 상선 4척이 호르무즈 해협 인근 아랍에미리트(UAE) 북동부 푸자이라 앞바다에서 사보타주(고의적인 파괴) 공격을 받았다.

호르무즈 해협은 아라비아해와 페르시아만을 연결하는 해역이다. 사우디아라비아와 UAE, 쿠웨이트, 카타르, 이라크 등 중동 주요 산유국들이 생산하는 원유가 수출되는 경로로, 전세계 원유의 해상 수송량 가운데 3분의 1이 지나가는 핵심 요충지다.

이란은 자신들의 소행이 아니라고 주장하며 "사우디 유조선 공격 상황에 대한 정보를 구체적으로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미국은 지난해 이란과 세계 주요 6개국(미국·영국·프랑스·러시아·중국+독일)이 체결한 2015년 '이란 핵 합의'에서 탈퇴했으며 최근엔 이란산 석유의 수출을 전면 금지했다. 이에 이란이 후르무즈 해협 봉쇄를 위협하면서 중동의 군사적 불안이 높아지자 미국은 인근 지역에 항공모함과 전투기 등을 전개하고, 이란의 인접국인 이라크에서 주재 공무원들을 일부 철수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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