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작년 담임에겐 선물해도 된다고?

머니투데이 유동주 기자 2019.05.15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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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L]법조인들 "카네이션·캔커피, 원칙적 금지라도 재판가면 무죄가능성 높아"

스승의 날을 하루 앞둔 14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파장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이 선생님께 감사의 마음을 담은 종이 카네이션과 편지를 전하고 함께 추억을 남기고 있다. 2019.5.14/사진=뉴스1 스승의 날을 하루 앞둔 14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파장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이 선생님께 감사의 마음을 담은 종이 카네이션과 편지를 전하고 함께 추억을 남기고 있다. 2019.5.14/사진=뉴스1


청탁금지법 시행 후 3번째 스승의 날을 맞아 학부모와 학생들이 교사에게 선물을 하면 안 된다는 것 정도는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런데 모든 교사와 제자·학부모 간에 스승의 날 선물이 금지되는 게 아니다. 선물을 할 수 있는 경우도 있다. 바로 '직무 관련성'이 없는 경우다.

정확한 예를 들자면 '작년 담임 선생님'이다. 만약 작년 담임 선생님이 현재 학생을 직접 평가 지도하는 업무와 관련이 없다면 직무 관련성은 없어서 5만원 이하(농수산물은 10만원 이하) 선물은 가능하다.



다만 이 경우에도 이 선생님이 향후 성적이나 수행평가 등에 관여할 가능성이 없어야 한다. 마찬가지로 다른 학교로 옮긴 교사에게 이전 학교의 학생이나 학부형은 100만원 이하라면 선물해도 된다.

자료=권익위자료=권익위


학교 운동부 코치나 감독의 경우는 어떨까. 코치나 감독도 지도관계에 있다면 교사와 마찬가지로 선물은 안 된다.

학기 중인 5월이 아닌 졸업식에 담임이나 교과 지도 교사에게 선물을 주는 건 허용될까. 졸업식 날 꽃다발이나 선물을 주는 것은 사회상규상 허용되는 것으로 본다.

담임이나 교과 지도교사에게 학기 중에는 주지 않고 졸업시에나 학년 진급 후에 주겠다는 '선물 약속'은 어떨까. 국민권익위원회는 이런 경우에도 허용되지 않는다고 본다. 청탁금지법의 취지가 직무 관련성 있는 관계에서의 부정청탁을 막으려는 목적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선물을 주겠다고 미리 고지하는 것은 '부정청탁'을 예비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카네이션·캔커피는 재판가면 무죄 가능성 높아…사회상규상 허용범위"

그런데 실제 사례로 스승의 날 카네이션이나 캔커피 등 사소한 선물이 적발돼 법원 재판으로 넘겨진다해도 형사처벌까지 가기는 어려울 것이란 게 대체적인 법률가들의 인식이다.

법원 판단은 권익위 해석과 다르게 나올 가능성이 크다는 게 법조계 시각이다. 권익위는 공식적으로 카네이션이나 캔커피 등 사소한 선물도 법위반으로 금지된다는 입장이지만 법원에 이런 사소한 선물 사례가 사건으로 올라온다면 무죄로 판단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법조인들의 견해다. 사회상규상 허용되는 것으로 보는 게 맞다는 것이다.

한 부장판사는 "카네이션 사례가 만약 재판에 넘어온다면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무죄가 될 것"이라며 "고가의 선물이나 비싼 화환이 아니라면 위법으로 보기엔 너무 작은 액수기 때문에 사회상규상 허용된다고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권익위가 법률기관이거나 법전문가가 많은 곳도 아니기 때문에 유권해석은 판사에게 참고 사항으로만 작용할 것"이라며 "유죄를 주장하는 검사 공소장을 판사가 기각하는 것처럼 권익위 해석도 모두 인정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한 초임판사 역시 "구체적 사례에 따라 다르겠지만 일반적인 카네이션이나 캔커피까지 유죄라고 인정할 판사는 많지 않을 것"이라며 "각 판사는 독립돼 판단하지만 처음 법원에서 다뤄질 청탁금지법 사건이 어떻게 결론날 지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필우 변호사(입법발전소)는 "카네이션 등은 상황에 따라 위법성이 조각될 수 있다"며 "판례가 형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행정기관인 권익위는 엄격하게 해석할 수 밖에 없지만, 사회상규상 허용여부는 법원에서 판결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권익위, 기관입장 이해하지만…합리적 판단필요"

카네이션과 캔커피 금지사례는 청탁금지법 시행 직후부터 권익위 해석이 지나치게 엄격하다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정치권과 법조계 일각에선 엄격한 권익위 해석이 오히려 청탁금지법 시행 초기 걸림돌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왔었다. 권익위가 사소한 것이라도 모두 안 된다고 하면서 공직자 등이 납작 엎드린 면도 없지 않지만, 사회 전체에 적용할 기준으로 권익위의 엄격 해석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곤란하다는 지적이었다.

19대 국회 정무위 여당간사로 청탁금지법 통과에 큰 역할을 한 김용태 자유한국당 의원은 지난 2016년 국정감사에서 "권익위가 내세운 '직접적 직무 관련'은 국회에서 논의되지 않은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권익위가 '불법 여부' 잣대로 삼는 '직접 직무관련성'은 사실은 입법과정에선 논의되지도 않은 권익위의 해석상 논리라는 것이다.

청탁금지법 국회 논의에 참여했던 한 관계자도 "국민 대표인 국회가 입법권한으로 통과시켜 놓은 건데 국회가 아니라 권익위가 입법자처럼 유권해석만으로 입법의도와 달리 가는 면이 없지 않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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