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미지투데이
◇'스승'이란 단어 무게… "밤 늦게 경찰서 그만 불려가고 싶어"
심리치유 전문기업 마인드프리즘이 2013년 12월 전국 교사 50명을 대상으로 '교사로서 겪는 심리적 어려움'에 대해 조사한 결과 교사들은 직업적 페르소나(사회적 가면)와 책임감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대구시내 한 중학교 국어교사 A씨는 "학생들 때문에 밤 늦게 경찰서에 불려 가기도 하고, 갑자기 부모와 연락하는 일도 있다. 이런 업무가 당연시되보니 담임을 맡는 게 부담된다"고 말했다.
당연히 스트레스도 많다. 마인드프리즘 조사 결과 교사들의 스트레스 평균 점수는 '주의 단계'였다. 적절히 관리하지 않을 경우 의학적 경고 수준으로 발전할 수 있는 단계다.
교사의 '우울한 감정' 평균 점수(49.8)와 '비관적 사고' 평균 점수(47.6)는 일반 직장인 1000명 집단의 '우울한 감정' 평균 점수(45.9)와 '비관적 사고' 평균 점수(45.5)보다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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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걸 요구 마세요… 교사도 직업 중 하나"
이 때문에 일부 교사들은 본인을 교사라는 직업을 가진 일종의 교육 서비스 제공자로서 대해달라고 요청했다. 스승에게 드리워진 무거운 굴레를 벗어나고 싶다는 것이다.
/삽화=김현정 디자인 기자
서울의 한 중학교 교사 오모씨는 "아이를 맡길 땐 스승이라며 많은 걸 바라고, 아이가 잘못되면 서비스직 대하듯 한다"며 "퇴근 후 매일 다음 수업을 준비하기도 벅찬데 더 많은 걸 요구하니 힘들다"고 호소했다.
이런 중압감은 직업 만족도도 낮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2013년 34개 회원국 교사들을 대상으로 만족도와 근무 환경 등을 조사한 결과 "교사가 되기로 결심한 것을 후회한다"는 응답은 한국(20.1%)이 OECD 평균(9.5%)에 비해 두 배 정도 많았다. "다시 선택해도 교사가 되겠다"는 응답도 한국(63.4%)이 OECD 평균(77.5%)보다 낮았다.
사기도 저하되고 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가 지난 13일 제38회 스승의 날을 앞두고 발표한 '교원 인식 설문조사' 결과 최근 1~2년간 교원들의 사기가 떨어졌는지 묻는 문항에 전체의 87.4%가 '떨어졌다'고 답했다. 이는 2009년 이후 해마다 같은 문항으로 설문을 실시한 결과 가운데 역대 최고치다. 2009년에는 55.3%였다.
전문가들은 교사들 스스로 부담감을 낮춰야 한다고 조언하는 한편 학부모들도 교사에게 너무 많은 걸 바라는 게 아닌지 되돌아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명기 청담하버드심리센터 연구소장은 "스승으로서 책임감을 크게 느끼고 이에 적응하는 이들이 있는 반면, 이 같은 의무에 부담감을 느끼고 공적 관계와 사적 관계를 분리하고 싶어하는 이들도 있다. 이런 이들은 교사로서 꼭 해야하는 의무만 다하는 방식으로 스트레스를 줄여가는 게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마인드프리즘 관계자는 "교사 중 많은 수는 직업적 소명감 때문에 외부에 직업으로 받는 스트레스를 토로하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쉽게 '사회적으로 존경 받는 직업이니 당연히 무엇쯤은 해야하는 것 아니냐'고 요구할 수 있지만, 교사들은 그 안에서 스트레스를 받고 곪아간다. 우리가 '스승'이라며 교사들에게 너무 많은 걸 요구하는 게 아닌지 되돌아보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