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마감] 美中 '관세전쟁' 돌입에 와르르…다우 2.4%↓

머니투데이 뉴욕(미국)=이상배 특파원 2019.05.14 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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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다음달 시진핑 만난다, 中 3천억불 관세 아직 미정"…안전자산 금 가격 급등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뉴욕증시가 속절없이 무너졌다. 중국의 보복 관세로 '미중 관세전쟁'이 재발하면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중 무역협상의 타결 가능성을 시사하며 '달래기'에 나섰지만 얼어붙은 투심을 되돌리진 못했다.

◇트럼프 "다음달 시진핑 만난다…中 3천억불 관세 아직 미정"



13일(현지시각) 뉴욕증시에서 우량주(블루칩) 중심의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617.38포인트(2.38%) 급락한 2만5324.99로 장을 마쳤다. 기계주 캐터필러와 항공주 보잉이 각각 5% 가까이 내려앉으며 지수 하락을 부추겼다.

대형주 위주의 S&P(스탠다드앤푸어스) 500 지수는 전장보다 69.53포인트(2.41%) 하락한 2811.87을 기록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종합지수는 269.92포인트(3.41%)나 폭락한 7647.02에 마감했다. 초대형 기술주 그룹인 이른바 'MAGA'(마이크로소프트·애플·구글의 지주회사 알파벳·아마존)도 모두 떨어졌다. 특히 애플은 무려 6% 가까이 급락했다.



미중간 관세전쟁으로 양국간 무역협상이 결렬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증시를 끌어내렸다. 이날 중국 정부는 다음달 1일부터 600억달러(약 71조원) 규모의 미국산 수입품 5140개 품목에 대한 관세율을 최대 25%로 인상하겠다고 전격 발표했다. 최근 미국이 2000억달러(약 238조원)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최대 25%로 인상한 데 대한 보복이다.

이 소식이 전해진 뒤 트럼프 대통령은 이른 아침 트위터를 통해 "우리는 좋은 합의를 이뤘고 협상은 거의 끝났었다"며 "그런데 당신(중국)이 뒤집었다"고 관세전쟁의 책임을 중국에 돌렸다. 그러면서 "중국은 무역협상을 타결하지 않을 경우 크게 다칠 것"이라며 "중국산은 (관세 영향으로) 너무 비싸기 때문에 기업들은 중국에서 떠날 수 밖에 없게 될 것"이라고 중국을 거듭 압박했다.

한편 미중간 상호 추가관세의 부담이 미국 소비자에게도 전가될 수 있다는 보도가 잇따르고 뉴욕증시도 급락세를 보이자 트럼프 대통령은 다소 낙관적인 발언을 내놓으며 여론 달래기를 시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우리는 추가로 3250억달러(약 386조원) 상당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25% 관세를 부과할 권리가 있다"면서도 "나는 아직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중국과의 무역협상 경과에 따라 325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는 추가관세를 물리지 않을 수 있다는 뜻으로, 마지막까지 중국과의 무역협상 타결 가능성을 열어두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동안 미국은 추가로 3250억달러 어치의 중국산 수입품에도 최대 25%의 관세를 매길 수 있다고 중국을 위협해왔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달말 일본에서 열릴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날 것"이라며 "시 주석과의 만남에서 결실이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미중 무역협상의 타결 가능성을 시사한 셈이다. G20 정상회의는 6월 28∼29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다.

에릭 로젠그렌 보스턴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이날 보스턴의 지역 라디오 방송인 WBUR에 출연, "미국 경제는 강력해서 당장은 무역분쟁을 견뎌낼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관세가 장기간 지속된다면 무역 패턴이 방해를 받기 시작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미중간 관세전쟁이 단기적으론 미국 경제에 큰 타격을 주지 않겠지만, 길어질 경우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뜻이다.

◇안전자산 금 가격 급등

이날 국제유가는 급락했다. 중국의 관세 보복으로 미중 무역전쟁에 불이 붙으면서 글로벌 에너지 수요가 둔화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오후 3시50분 현재 뉴욕상업거래소에서 6월분 WTI(서부텍사스산원유) 가격은 전 거래일보다 배럴당 80센트(1.30%) 떨어진 60.86달러를 기록했다.

같은 시간 국제유가의 기준물인 7월분 북해산 브렌트유는 전장보다 배럴당 74센트(1.05%) 내린 69.88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이날 국제유가는 중동의 주요 석유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 인근에서 유조선 피격 사건이 발생했다는 소식에 공급차질 우려로 장초반 한때 오름세를 보였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전날 사우디아라비아 소속 유조선 등 상선 4척이 아랍에미리트(UAE) 북동부 푸자이라 앞바다에서 사보타주(고의적인 파괴) 공격을 받았다.

앞서 미국 주도의 경제제재에 반발,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위협했던 이란은 자신들의 소행이 아니라며 "사우디 유조선 공격 상황에 대한 정보를 구체적으로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호르무즈 해협은 아라비아해와 페르시아만을 가르는 해역으로, 이란과 UAE가 마주보고 있는 곳이다. 사우디아라비아와 UAE, 쿠웨이트, 카타르, 이라크 등 중동 주요 산유국들이 생산하는 원유가 수출되는 경로로, 전세계 원유의 해상 수송량 가운데 3분의 1이 지나가는 핵심 요충지다.

이날 달러화는 강세였다. 오후 5시 현재 뉴욕외환시장에서 달러인덱스(DXY)는 전 거래일 대비 0.07% 오른 97.37을 기록했다. 달러인덱스는 유로, 엔 등 주요 6개 통화를 기준으로 달러화 가치를 지수화한 것이다.

중동의 지정학적 불안과 주식 등 위험자산 시장의 혼란으로 안전자산인 금 가격은 뛰었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6월물 금은 전장 대비 1.05% 오른 온스당 1300.9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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