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5월말까지 합의 못하면 '2차 무역전쟁' 돌입

머니투데이 뉴욕(미국)=이상배 특파원 2019.05.12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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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브리핑] 中 '일부 양보'에 美 '관세폭탄' 2주 유예…"무역전쟁 타결되겠지만 당장은 어렵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꺼져가던 미중 무역협상의 불씨가 다시 살아났다. 미국의 전격적인 대중국 관세 인상으로 결렬 위기까지 갔던 무역협상은 미중 양국이 한발씩 물러서며 다시 궤도에 올라섰다.

그러나 아직 낙관하긴 이르다. 추가 관세 발효일인 10일(미국 현지시간) 이후 중국에서 배에 실린 상품들이 미국 본토에 도착하기 시작하는 이달말까지 양국이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실제로 25%의 고율 관세가 부과되고 중국도 보복에 나서면서 '제2차 미중 무역전쟁'이 발발할 수 있다.



◇中 '일부 양보'에 美 '관세폭탄 유예'

12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지난 10일 미국 워싱턴D.C.에서 이틀간의 협상을 마친 미중 무역협상 대표단은 조만간 중국 베이징에서 후속 협상을 가질 예정이다.



10일 협상이 끝난 직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틀간 미국과 중국이 양국 무역관계에 대해 솔직하고 건설적인 대화를 나눴다"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나의 관계는 매우 탄탄하게 남아있으며 미래를 향한 대화는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미국은 중국에 관세를 부과했으며 관세는 앞으로 협상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느냐에 따라 철폐될 수도 있고, 안 될 수도 있다"고 했다.

전날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의 '아름다운 친서'를 전달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 협상에서 중국 측의 일부 양보가 있었음을 유추할 수 있는 대목이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이 그동안 협상에서 합의했던 사안을 번복했다며 10일 자정을 기해 2000억달러(약 240조원) 규모의 중국산 상품에 대한 관세를 10%에서 25%로 인상했다. 협상 과정에서 중국은 자국 기업에 대한 보조금 제도를 개편하고, 외국 기업에 대한 기술이전 강요를 금지하기 위한 법·제도 개혁 등을 약속했으나 최근 이 같은 합의를 뒤집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중국이 이번 워싱턴 협상을 앞두고 미국 측에 다소 완화된 입장을 전달하면서 미국도 추가 관세에 대해 사실상의 유예기간를 부여하는 것으로 화답했다. 10일 전까지 선적된 중국산 상품에 대해선 추가 관세를 물리지 않는 방식을 통해서다.

이에 따라 10일 이후 선적된 중국산 상품들이 미국에 도착하기 전까지는 추가 관세가 적용되지 않는다. 그 전까진 중국 입장에서 추가 관세의 피해를 거의 입지 않은 채로 미국과 협상을 벌일 수 있는 셈이다.

중국을 출발한 화물선이 미 본토에 도착하려면 짧게는 2주가 걸린다. 이 화물들이 도착하기 시작하는 이달말이 사실상 협상의 데드라인인 셈이다. 중국이 이미 미국의 관세 공격에 대해 보복을 공언했다는 점에서 일단 추가 관세가 적용되기 시작하면 중국도 대미 관세 인상 또는 비관세장벽 강화 등을 통해 대응에 나서면서 결국 2차 무역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

미중 양국은 지난해 7월 미국이 50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상품에 25%의 징벌적 관세를 부과한 이후 9월까지 수천억달러 규모의 상대국 상품에 '관세폭탄'을 투하하며 '제1차 무역전쟁'을 벌인 바 있다.

◇"무역전쟁 타결되겠지만 당장은 어렵다"

전문가들은 여전히 미중 무역협상이 타결돼 무역전쟁 재발을 피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세븐스리포트의 톰 이싸예 회장은 "대중국 관세 인상에도 불구하고 무역협상이 타결될 가능성은 여전히 높다"며 "만약 중국에서 선적된 화물이 미국에 도착하기 전인 2주내 합의가 이뤄진다면 관세 인상에 따른 고통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MV파이낸셜의 애리언 보즈다니 투자전략가도 "사람들은 극단적인 무역전쟁이 터질 것으로 보지 않는다"며 "트럼프 행정부는 시장에 민감하고, 고통을 보길 원하지 않는다"고 했다. 뉴욕타임스는 "무역협상이 타결되면 트럼프 대통령은 인상된 대중 관세를 소급해 철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뉴욕증시도 무역협상 타결에 베팅하며 지난 10일 상승 마감했다. 대중국 관세 인상에 따른 미중 무역협상 결렬 우려로 하락 출발한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와 S&P(스탠다드앤푸어스) 500 지수는 후속 협상에 대한 기대로 장 후반 상승 반전하며 각각 약 0.4% 오른 채 장을 끝냈다.

그러나 당분간 무역협상 타결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비관론도 있다. 도이치뱅크의 지웨이 장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미국과 중국이 결국은 무역협상을 타결하겠지만, 단기간 내 합의에 이르긴 어렵다"며 "아직은 무역전쟁이 둘 중 누구에게도 충분히 고통스럽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추가 관세에 따른 중국의 경제성장률 하락 효과가 0.2%포인트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중국이 미국에 굴복하기 보다는 '관세전쟁'을 감내하는 쪽을 택할 것이란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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