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파가 트럼프의 귀를 잡고 있다"

머니투데이 뉴욕(미국)=이상배 특파원 2019.05.07 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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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시각] 트럼프의 대중국 '관세폭탄' 위협 "협상 전략일 뿐"…'강경파' 라이트하이저, 대중 관세철폐 반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우린 경험을 통해 이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악명높은 협상 전략 중 하나라는 걸 알고 있다. 하지만 이번엔 그 전략이 역효과를 낼 가능성이 있다." (런던캐피탈그룹 재스퍼 로울러 리서치본부장)

트럼프 대통령이 또 한번 전세계 주식시장을 들었다 놨다. 그것도 주말에 날린 단 2개의 '관세폭탄 트윗'을 통해서다.



무역협상 중 중국이 말을 바꿨으니 더 이상 참지 않고 중국산에 추가 관세를 물리겠다는 게 요지다.

이게 판을 엎으려는 게 아니라는 건 모두가 안다. 협상 전략일 뿐이다. 디오퍼튜너스틱트레이더의 레리 베네딕트 창립자도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을 움직이기 위해 압박을 가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그럼에도 시장은 민감하게 반응했다. 중국 등 아시아 증시와 유럽 증시가 급락했다. 미국 증시는 장초반 급락한 뒤 낙폭을 줄였지만 끝내 약세로 마쳤다.

중요한 건 대중국 '관세 폭탄' 자체가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이 대중 강경파에게 휘둘리고 있다는 점이다. 베어트랩스리포트의 래리 맥도날드 편집장은 "(대중 강경론자인)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트럼프 대통령의 귀를 잡고 있다"고 지적했다.

라이트하이저 대표는 무역협상이 타결되더라도 중국의 합의 이행을 강제하기 위해 대중 추가관세를 남겨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중 무역협상 타결까지의 길이 순탄치 않은 이유다.


6일(현지시각)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66.47포인트(0.25%) 내린 2만6438.48에 거래를 마쳤다. 화학주 듀폰이 무려 3.6%나 급락하며 지수 하락을 주도했다.

S&P(스탠다드앤푸어스) 500 지수는 13.17포인트(0.45%) 떨어진 2932.47로 마감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40.71포인트(0.50%) 하락한 8123.29를 기록했다. 초대형 기술주 그룹인 이른바 'MAGA'(MS·애플·구글의 지주회사 알파벳·아마존)도 알파벳을 제외하고 모두 내렸다.

이날 장초반 다우지수와 나스닥지수는 무려 2% 가량 하락했지만 중국이 예정대로 이번주 미국으로 협상단을 파견키로 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낙폭을 줄였다.

로울러 본부장은 "시장이 싫어하는 것이 하나 있다면 예기치 않은 일"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이 시장을 광란의 위험에 빠지게 했다"고 말했다.

전날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중국과의 무역협상이 계속돼 왔지만, 그들이 재협상을 시도하면서 너무 느려졌다"며 "안 된다(No)!"라고 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최근 중국 측은 기존에 합의했던 기술이전 강요 문제 등 여러 핵심사안에 대해 입장을 번복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산 상품에 대한 추가관세 부과를 예고했다. 그는 "중국은 10개월간 미국에 500억달러 규모의 하이테크 제품에 25%, 2000억달러 규모의 다른 제품에 10%의 관세를 지불해왔다"며 "금요일(10일)에는 10%가 25%까지 오를 것"이라고 했다. 이어 "중국에서 수입하는 3250억달러 어치의 추가 제품에는 아직 관세가 부과되지 않았지만, 조만간 25%의 비율로 부과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트윗은 당초 목표대로 이달초 무역협상 타결을 끌어내기 위해 중국 측에 결단을 요구한 던진 최후통첩으로 해석된다. 만약 중국이 10일까지 양보를 거부해 실제로 미국의 대중 관세가 인상되고, 이로 인해 협상이 결렬된다면 그동안 미중 무역협상 타결을 기대해온 세계 경제와 금융시장에 적잖은 타격이 우려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도 트위터를 통해 "미국은 몇년간 무역에서 매년 6000억∼8000억달러(약 702조∼936조원)의 손실을 입었다"며 "특히 중국과의 무역에서 우리는 매년 5000억달러(약 585조원)를 잃는다"고 밝혔다. 이어 "미안하지만 우리는 더 이상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대중 무역협상에서 더 이상의 양보는 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에 중국이 협상 중단을 검토 중이란 관측이 나오면서 일각에선 미중 무역협상이 파행으로 치닫을 수 있다는 우려까지 제기됐다. 그러나 중국이 이번주 워싱턴으로 협상단을 파견키로 하면서 협상 중단이란 최악의 사태는 일단 피했다.

이날 미국 경제방송 CNBC는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 "중국 측 무역협상 대표단이 협상을 위해 이번주 워싱턴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나 CNBC에 따르면 당초 100여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던 중국측 협상단의 규모는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세부 일정 역시 조정될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또 CNBC는 그동안 중국측 협상단을 이끌어온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경제책사 류허 중국 부총리가 협상단에 참여할지도 분명하지 않다고 보도했다. 만약 류 부총리가 협상단에 합류하지 않는다면 회담의 격이 고위급에서 실무급으로 격하되면서 타결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

그러나 낙관론도 있다. 스테이트스트리트 글로벌자문의 마이클 애론 수석주식전략가는 "미중 양국 모두 무역협상 타결을 위한 진전을 계속하길 원한다"며 "이로 인해 주가가 일시 급락한 것은 잠깐동안의 딸꾹질 같은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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