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사율 100%, 백신 없는 돼지 전염병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덮친 중국. /AFPBBNews=뉴스1
세계 돼지 사육을 절반을 담당하는 중국에서 '돼지 에볼라'로 불리는 치명적인 아프리카돼지열병(ASF·African Swine Fever)이 발병한 건 지난해 8월이다. 중국 랴오닝성 성도 선양 외곽에서 380여 마리의 돼지를 기르던 농가에서 갑자기 47마리가 죽었다. 사인을 알아보니 ASF에 감염돼 있었다.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해 중국 정부는 즉시 해당 농가 돼지를 매몰 처리하고 주변 지역 가축 이동을 전면 금지했다.
세계 최대 돼지고기 생산국이자 소비국인 중국에서 ASF로 돼지 대란이 발생하자 세계 식품시장도 충격을 받았다. 중국 내 돼지고기 가격은 이미 한 해 전보다 19% 정도 올랐으며, 이 때문에 미국과 유럽 등 다른 나라 돼지고기 가격도 요동쳤다. 중국이 부족한 공급량만큼 돼지고기 수입을 늘렸기 때문이다. 실제로 스페인 베이컨 가격이 지난 3월 20% 뛰었으며, 독일에서도 돼지어깻살 값이 17% 올랐다. 지난해 말 3.8달러 정도이던 미국 햄값도 최근 4.3달러로 13% 상승했다. 돼지고기 대신 다른 고기를 찾는 수요가 늘면서 소고기와 닭고깃값도 덩달아 급등했다.
일각에서는 ASF가 미·중 무역 협상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고 분석한다. ASF 확산을 막기 위해 행정력을 집중해야 하는 중국 정부가 무역 합의에 조급해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또 무역 협상이 타결되면 미국산 육류 수입도 늘어 물가 안정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미국의 싱크탱크 국제개발센터(CGD)의 아만다 글래스먼 최고운영책임자(CEO)는 "ASF는 전염병 확산에 대비하기 위한 국가적 투자 필요성을 보여준다"며 "인간과 동물 질병을 감시하는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으며, 이는 경제에도 큰 영향을 준다는 점에 대해 모두가 우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