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래불사춘' 韓 증시…그래도 솟아날 구멍은 있다

머니투데이 김소연 기자 2019.04.25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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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의 전략]6.7兆 추경으로 하방 경직성 확보…다음주 예정된 미중 무역협상은 상승 기대요인

임종철 디자인기자 /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임종철 디자인기자 /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춘래불사춘'. 봄은 왔지만 증시의 봄은 오지 않았다. 한국 증시는 미국 증시가 사상 최고가 행진을 벌이는 등 글로벌 증시 호조 속에서도 약세를 면치 못하는 '왕따' 신세다.

25일 코스피 지수는 전일대비 10.53포인트(0.48%) 떨어진 2190.50을 기록했다. 이틀째 하락세다. 전날에는 미국 증시의 사상 최고치 경신 소식도 불구하고 장중 낙폭을 1% 이상 키우는 등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국내 증시가 글로벌 증시와 달리 차별화된 횡보장세를 보이는 원인으로는 크게 3가지가 꼽힌다. 경제 성장률 하락과 환율 급등, 기업 어닝쇼크다.

이날 한국은행은 지난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전기대비 -0.3%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기 대비 성장률이 마이너스로 돌아선 것은 지난 2017년 4분기(-0.2%) 이후 두 번째다. 당초 시장에서 1분기 경제성장률이 전기대비 0.2~0.3%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던 것을 고려하면 '쇼크' 수준이다.



성장률 쇼크는 환율 급등을 불렀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대비 9.6원 상승한 1160.50원을 기록했다. 2017년 1월말 이후 2년3개월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1분기 어닝시즌을 맞이한 기업들의 표정도 어둡다. 이날 SK하이닉스 (177,800원 ▲7,200 +4.22%)는 1분기 영업이익이 1조366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9% 급감했다고 밝혔다. 10분기만의 최악의 성적표다. 삼성물산 (151,100원 ▲1,000 +0.67%)도 50% 가까이 줄어든 1분기 영업이익 탓에 주가가 5% 하락했다.

겹겹이 악재로 둘러쌓인 증시에 투자자들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그러나 국내 증시에도 희망은 있다.


첫번째 희망은 추가경정예산(추경)이다. 정부는 전날 6조7000억원 규모의 2019년 추경안을 확정했다. 현 정부 들어 세 번째 추경으로, 적자국채를 발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부는 전체 추경 중 4조5000억원을 민생안전과 경기대응에 투입할 예정이다.

증권업계 전문가들은 정부가 빚까지 내가며 재정 확대 정책을 펴는 것에 기대를 걸고 있다. 경기 회복을 이끌긴 부족하지만, 하방 경직성은 확보했다는 평가다.

이영화 교보증권 연구원은 "한국 경제는 글로벌 경기 둔화, 반도체 업황 회복 지연 등이 수출과 설비투자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면서 경기하방 리스크가 확대됐다"며 "다만 정부 이전지출 확대와 추경편성으로 인한 내수 개선 등으로 추가 경기하방 위험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GDP 성장률과 수출지표를 악화시킨 반도체 업황 부진이 2분기를 기점으로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도 유효하다. 이날 실적 쇼크에도 불구하고 SK하이닉스 주가가 2% 상승한 것은 이를 뒷받침한다. 반도체 업황이 2분기를 저점으로 회복되기 시작하면 이로 인해 촉발된 수출 부진, 원화 약세도 덩달아 개선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김중원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올 들어 수출 둔화 영향으로 원화가 약세를 지속하면서 외국인 매수세가 약화됐다"며 "수출이 부진한 것은 글로벌 반도체 수요 둔화 탓이 큰데 업황이 당장 개선되긴 힘들지만, 1분기보다 크게 악화할 가능성도 제한적"이라고 언급했다. 반도체 업황 둔화로 인한 원화 약세나 수출 부진은 1분기가 저점일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다음주 재개될 미중 무역협상은 증시 회복 기대감을 키운다. 미국과 중국은 오는 30일과 내달 8일 각각 중국 베이징과 미국 워싱턴에서 고위급 대면 협상을 이어갈 예정이다. 이번엔 양국이 화해무드 속 협상을 진행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중국 전역에 아프리카돼지열병이 퍼진 탓에 중국 정부가 미국산 돼지고기에 부과하던 높은 수입관세를 없애야 할 처지에 놓였기 때문이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중국 경제지표들이 정부의 부양정책에 힘입어 점진적으로 반등하고 있다"며 "중국인 관광객 증가에 따른 내수 개선 기대, 미중 무역협상이 긍정적으로 진행되는 점 등이 점진적으로 국내 경기가 반등하는 여건을 조성해줄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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