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급식·문재인 케어가 '물가' 낮췄다

머니투데이 세종=박경담 기자 2019.05.02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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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통계청 '2019년 4월 소비자물가동향'…4월 물가 상승률 0.6% 기록하며 4개월 연속 0%대, 주요 복지정책 전체 물가 0.16%포인트 끌어내려

'2019년 4월 소비자물가동향'/자료=통계청'2019년 4월 소비자물가동향'/자료=통계청


문재인 정부가 내세운 복지정책이 물가를 움켜쥐는 예상밖 효과를 내고 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개월간 1% 이하에 머물렀는데 이것이 오히려 경기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삼겹살 값과 소주 가격이 오르는 등 일부 서민 체감물가는 상승하고 있지만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지수인 근원물가가 올해 0.7% 상승에 머물고 있다. 학교 급식비와 병원비 등 서비스 물가가 거의 오르지 않아 생긴 일이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4개월 연속 0%대에 머물렀고, 물가 변동 폭이 큰 에너지, 식료품을 제외한 근원물가 상승 폭은 19년 만에 최저였다. 기름값·농산물 가격 하락에다 고교 무상급식·교복 확대,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등 정부 복지정책이 물가를 낮췄다는 분석이다. 이로 인해 저물가가 지속될 경우 오히려 경기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통계청이 2일 발표한 '2019년 4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4.87로 전년 대비 0.6% 상승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해 들어 0%대를 이어가고 있다. 1~4월 누적 물가 상승률은 0.5%로 통계청이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1965년 이후 가장 낮았다.



물가 상승률이 0%대를 지속하고 있는 3대 요인은 복지정책, 농축수산물, 석유류다. 지난달 학교급식비는 전년 대비 41.4% 떨어졌다. 지난 3월 새학기를 맞아 서울, 부산, 충북, 경남에서 고교 무상급식 확대한 영향이다.

교복을 무상으로 지원하는 지방자치단체가 늘면서 남자학생복, 여자학생복은 각각 43.6%, 41.4% 하락했다.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는 입원진료비(-1.7%), 치과보철료(-3.1%), 병원검사료(-6.9%)를 낮췄다. 학교급식비, 남·녀 학생복, 입원진료비 등 6가지 품목은 지난달 전체 물가를 0.16%포인트 떨어뜨렸다.

농축수산물은 전년보다 0.7% 상승했다. 채소류 물가가 11.9% 하락했다. 특히 배추(-47.1%), 무(-50.1%), 감자(-31.8%) 가격이 특히 내려갔다. 시장에 풀리는 채소 출하가 늘면서 가격이 낮아졌다. 올해 봄 기상 여건이 가뭄을 겪었던 예년보다 좋았던 덕이다.


축산물은 1.8% 상승, 수산물은 1.2% 하락했다. 아프리카돼지열병에 따른 돼지고기 인상은 아직 물가에 본격 반영되지 않았다. 가정에서 사 먹는 돼지고기는 전년 대비 0.4% 올랐다. 식당에서 팔아 외식물가에 포함되는 삼겹살은 2.6% 상승했다. 다만 돼지고기 가격은 전월과 비교 시 9.4% 뛰었다. 전날 오른 소주 가격은 통계청이 다음 달 4일 발표하는 5월 소비자물가동향에 집계된다.

석유류는 전년보다 5.5% 떨어지면서 전체 물가를 0.24%포인트 끌어내렸다. 지난해 11월 정부가 실시한 유류세 인하로 석유류 물가는 계속 내림세다. 다음 달 7일 유류세 인하 폭이 절반으로 축소되면서 석유류 물가는 0.1~0.15%포인트 오를 전망이다.

학교급식비, 병원 관련 비용 등 서비스 물가가 크게 오르지 않으면서 식료품 및 에너지제외지수는 0.7% 상승에 그쳤다. 2000년 1월 이후 최소 상승 폭이다. 이 지수는 물가 변동 폭이 큰 식료품과 석유류를 제외하고 물가 추세를 파악할 수 있는 근원물가지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간 물가를 비교하는 기준이다. 다른 근원물가인 농산물 및 석유류제외지수는 0.9% 올랐다.

근원물가를 기준으로 저물가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가뜩이나 경기가 하강 국면인데 물가도 낮으면 불황으로 번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저물가는 긍정적으로만 볼 수 없다. 소비자가 지갑을 열지 않아 상품 초과 공급이 발생하면 기업 수익 감소→경제 후퇴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은 하반기로 갈수록 물가가 오를 것으로 본다. 한은 관계자는 "유류세 인하 종료(8월말), 여름철 기상악화에 따른 농산물 가격 상승, 하반기 공공요금 인상 등으로 물가는 점차 오를 전망"이라며 "정부 복지정책으로 지출 여력이 늘어난 가계가 얼마나 돈을 쓸 지도 관건"이라고 말했다.

최배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저물가 현상은 한국 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 현상으로 노동생산성 증가율 둔화에 따른 낮은 임금 증가가 가장 큰 원인"이라며 "저물가 문제를 풀려면 생산성 향상으로 경제 체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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