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가 이상했다. 수상한 냄새를 맡은 검사원이 해당 주식의 출처를 추적하기 시작했다.
이것이 금융감독원이 최근 발간한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사건 30년'을 통해 밝힌 우리나라 최초의 불공정거래 적발 사례 '광덕물산' 사건이다. 이 사건을 계기로 국내에 '불공정거래 조사'를 위한 기틀이 마련되기 시작했다.
1990년대 들어서는 '시세조종'이 본격 등장했다. 1990년 상장사 대표들이 6개 상장사에 대해 시세조종을 하다 적발됐고, 1991년에는 증권사 직원들이 증권브로커와 공모해 자신이 일임받아 거래하던 증권계좌에서 가장매매, 통정매매 등 시세조정을 한 '진흥상호신용금고 사건'이 터졌다.
분식회계도 등장했다. 1992년 신정제지가 거래소 상장 3개월 만에 부도로 상장폐지되는 사건이 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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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중반을 넘어서면서 이른바 '작전'의 형태가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IMF 외환위기 극복 이후 코스닥 광풍이 불었다. 리타워텍은 34일 연속 상한가 등 단기간에 주가가 140배 넘게 폭등했다 추락했고 결국 상장폐지됐다. 금융감독원은 오너 최 모 회장이 주식교환방식을 통한 자회사 인수를 쉽게 하기 위해 시세조정을 부탁했고, 허위사실을 유포한 사실 등을 밝혀냈지만, 외국 국적인 그는 이미 해외로 나간 후였다.
'2001년 적발된 삼애인더스 사건은 '보물선'이라는 소재를 불공정거래에 이용한 첫 사례다.
2004년에는 상장회사가 주금을 아예 납입하지 않은 채 주식을 발행해 시장에 유통시킨 사상 초유의 ‘유령주 파동’ 사건이 벌어졌고, 2005년 전후로 엔터테인먼트 테마주의 주가 조작 사건 등이 터졌다.
2007년에는 사상 최악의 시세조정 사건이 터졌다. 자동차용 베어링 제조사인 루보는 불과 10개월만에 주가가 무려 57배 상승했는데, 시세조정 1세대로 불리는 김 모씨가 ‘다단계방식’을 시세조정에 도입했다.
주가조작의 ‘완결판’은 2008년 상장폐지된 ‘UC아이콜스’ 사건이다. 금감원은 이 사건을 무자본 인수합병(M&A), 불성실 공시, 대주주 횡령, 작전 전문 브로커, 명동 사채업자, 투자회사 개입 등 온갖 종류의 음모와 작전세력들이 총 망라된 ‘작전의 완결판’으로 본다.
◇불공정거래의 ‘첨단화’
2009년에는 주가지수연동펀드(ELS) 만기시점에 거래담당자가 시세를 조종, ELS 투자자들이 22%의 수익 대신 25%의 손실을 떠안게 만든 사건이 터졌다. 2010년대 초반 발생한 초대형 기업어음(CP) 사기발행 사건은 자본시장에 큰 충격을 줬다.
소셜 네트워크서비스(SNS)를 이용한 신종 수법도 등장했다. 2014년 주부 권 모씨는 지인으로부터 미공개 중요 정보에 해당하는 합병 정보를 입수한 뒤 네이버밴드에 채팅방을 개설하고, 회원들과 함께 시세를 조정하다 덜미를 잡혔다.
세상의 이목을 끈 ‘청담동 주식부자’ 이 모씨 사건은 2016년 7월 금감원의 비상장주식 부정행위 기획조사로 수면 위로 드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