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쓸신통]빗장 푼 메르코수르…브라질산 치킨값은

머니투데이 세종=권혜민 기자, 유영호 기자 2019.04.27 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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⑭-브라질·아르헨·우루과이·파라과이 남미 4개국과 무역협정 협상 개시…GDP 2.7조달러 규모 마지막 미개척 거대시장

[알쓸신통]빗장 푼 메르코수르…브라질산 치킨값은


한국은 2004년 발효한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을 시작으로 전세계 52개국과 FTA 체결을 통해 안정적인 해외시장을 확보해 왔다. 한국 FTA 네트워크는 미국, 유럽연합(EU) 등 선진국부터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인도, 콜롬비아 등 신흥국까지 지구촌 전역에 뻗어 있다.

그런데 한국이 아직 빗장을 열지 못한 거대시장이 있다. 미개척 시장, 남미다. 한국은 칠레와 페루, 콜롬비아와 FTA를 체결해 시장 진출 교두보를 마련했다. 하지만 핵심 접근은 더딘 상황이다.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우루과이, 파라과이 등 남미 4개국 경제공동체, 메르코수르(MERCOSUR)다.



메르코수르는 브라질, 아르헨티나, 우루과이, 파라과이, 베네수엘라 등 남미 5개국이 관세 등 무역장벽을 전면철폐해 1995년 출범한 공동시장이다. 인구 2억9000만명, 국내총생산(GDP) 2조7000억달러에 달하는 신흥시장으로 주목받았다.

한국은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이 시장을 개척하려 무역협정(TA)을 시도 중이다. TA는 FTA와 동일한 효력을 갖는 통상조약이다. 현재 회원국 자격 정지 상태인 베네수엘라만 대상에서 빠졌다. 양측은 지난해 5월 서울에서 협상을 시작했고 이후 지난해 9월 우루과이 몬테비데오에서 1차 협상, 올해 4월 서울에서 2차 협상을 진행했다.



[알쓸신통]빗장 푼 메르코수르…브라질산 치킨값은
메르코수르 TA가 체결돼 주요 상품에 대한 상호 관세가 철폐되고 서비스·투자 시장이 개방될 경우 거대 신흥시장으로 우리 기업의 수출 증대와 기업 진출 확대 효과가 기대된다. 최근 보호무역 기조와 수출 악화로 시장 다변화가 중요해진 상황에서 신시장을 개척한다는 의미가 크다. 특히 대외개방에 소극적이던 메르코수르가 아시아 국가 중 처음으로 추진하는 무역협정인 만큼 일본, 중국 등 경쟁국 대비 경쟁력을 확보할 것으로 기대된다.

정부는 지난해 5월 협상 개시 당시 2018년 한-메르코수르 TA가 발효한다고 가정했을 때, 2035년 한국의 실질 GDP는 0.36~0.43%까지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메르코수르로의 수출은 약 24억달러, 수입은 약 12억6000만달러 늘어날 것으로 봤다.

수출 확대가 기대되는 분야는 자동차 및 부품, 가전제품, 전자부품, 철강, 기계 등 우리의 주력품목인 제조업이다. 현재 메르코수르는 기계(2.4%~13.4%), 전기전자(7.0%~14.8%), 수송기계(6.6%~18.5%) 등의 공산품에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TA 체결로 특혜관세 적용을 받게 되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해 남미 시장을 선점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국내 수입 시장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예상된다. 아르헨티나와 브라질은 세계적인 농축산업 생산국이다. 메르코수르는 대두, 옥수수 등 곡물류부터 쇠고기, 닭고기 등 축산품까지 농축산 분야에서 우위를 갖고 있다. TA가 체결돼 관세 혜택이 주어지면 국내 소비자들은 더 싼 값에 메르코수르산 제품을 만나볼 수 있게 된다. 반면 국내 농축산업계에선 수입 증가에 따른 피해를 우려한다.

당장 순살치킨 가격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한국이 해외로부터 수입하는 닭고기 중 80% 이상이 브라질산이다. 부위별로 손질해 냉동 상태로 수입되는 브라질산 닭고기는 순살치킨, 닭강정, 닭꼬치 등의 재료로 주로 쓰인다. 현재 수입 닭고기에 부과하는 관세율은 품목별로 20~27% 수준이다. 관세를 내리면 최종 소비자에게도 가격 하락 혜택이 돌아갈 수 있다.

정부는 메르코수르 측과 △상품 △서비스 △투자 △지재권 △원산지 △위생검역(SPS) △무역기술장벽(TBT) △정부조달 등 모든 분야에 대한 논의 통로를 열어두겠다는 입장이다. 또 빠른 성과 도출을 위해 협상 진행을 가속화하기 위해 노력할 계획이다.

협상을 담당하는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협상 과정에서 국내 산업의 민감성을 반영하기 위해 이해관계자 의견을 충실히 수렴하겠다"며 "우리 기업의 실질적인 수출 기회 확대에 중점을 두고 협상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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