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상당수 주식 투자자들이 고개를 갸우뚱했다. 원/달러 환율이 하루만에 8.1원 오른 1144.7원까지 치솟았는데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 역시 상승 마감했기 때문이다.
이는 환율과 주식시장이 반대로 움직인다는 기본적인 경제 공식과는 확실히 다른 결과다.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는 '달러 강세·원화 약세' 구간에서 직접 증시 하락을 경험했던 투자자라면 더욱 더 이해가 쉽지 않다.
하지만 환율이 오른다고 무조건 증시가 하락하는 것은 아니다. 환율이 상승하면 수출주의 실적 개선 기대감 등으로 증시에 훈풍이 부는 경우도 있다. 중국 등 신흥국 통화와 같은 흐름으로 움직이는 동조화가 깨져 원화의 나홀로 약세가 두드러지는 경우도 증시와의 연결고리가 약해진다.
【서울=뉴시스】김선웅 기자 = 9일 코스피지수가 전 거래일(2210.60) 대비 2.96포인트(0.13%) 오른 2213.56에 코스닥지수는 전 거래일(751.92) 대비 4.89포인트(0.65%) 오른 756.81에 마감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1144.7원) 대비 2.6원 내린 1142.1원에 마감했다. 9일 오후 서울 중구 KEB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마감시황이 나타나고 있다. [email protected]
중국 뿐 아니라 대부분 신흥국 통화가 강세인데 원화만 약세인 만큼 환율 상승 이유는 대내적 이슈에서 찾아야 한다는 것이 중론이다. 하인환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최근 원화 약세 요인으로는 노르웨이 국부펀드의 채권 매각 결정, 반도체 등 수출 부진, 외국인의 배당금 송금 등이 있다"며 "특히 지난달 박스권이던 원/달러 환율이 외국인의 배당금 송금이 시작되는 20일쯤부터 상승세로 돌아선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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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이어 "외국인들이 기업으로부터 받은 배당금을 본국으로 송금하는 작업이 일단락되는 이달 중순까지는 원화 약세 압력이 지속될 것"이라며 "단기투자 전략으로는 원화 약세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전승지 삼성선물 환율담당 연구원도 "미국 실적 발표 부담과 외국인 배당 역송금 수요 등으로 당분간 환율 하방 경직성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환율 시장을 통해 세워볼 만한 투자 전략으로는 수출주와 중국 소비주가 있다. 달러 강세 국면에선 반도체·철강·조선·자동차 등 수출 중심 업종에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최근 환율 상승 국면에도 외국인들이 삼성전자 (76,700원 ▲400 +0.52%)와 SK하이닉스 (177,800원 ▲7,200 +4.22%), POSCO (394,500원 ▲2,000 +0.51%) 삼성중공업 (9,850원 ▲380 +4.01%) 등을 사모은 이유다. 원화와 위안화 괴리가 커졌다는 점에 착안해 중국 소비주를 매수하는 전략도 유효하다.
환율 흐름을 대입해보면 중장기 증시 전망도 밝다는 해석도 있다. 하 연구원은 "낮아진 원화 가치는 외국인 자금이 국내 증시로 유입되기에 유리한 조건"이라며 "3월말부터 외국인의 코스피 매수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원화가 바닥을 확인하고 강세로 전환할 경우 한국 증시 매력은 더 커질 수 있다”며 “환율 시장을 통해 또 주식시장 상승 흐름이 또 한번 펼쳐질 환경이 형성되고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