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공산당 찬양 앱 써라" 충성 강요하는 중국

머니투데이 정한결 기자 2019.04.08 17:39
글자크기

1월 출시한 '쉐시창궈', 다운로드 1억건 넘겨…사용 안 하면 학교·직장에서 불이익

공산주의 사상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책을 홍보하는 '쉐시창궈' 앱의 홈 화면.  /AFPBBNews=뉴스1공산주의 사상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책을 홍보하는 '쉐시창궈' 앱의 홈 화면. /AFPBBNews=뉴스1


중국 정부가 공산주의 사상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책을 홍보하는 앱의 사용을 강제하고 있다고 7일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중국 공산당 중앙선전부가 지난 1월 출시한 '쉐시창궈'는 최근 다운로드 수 1억건을 넘기며 중국 애플 앱스토어에서 가장 인기 있는 앱이 됐다.



쉐시창궈는 '국가를 위대하게 만들기 위해 공부하자'는 뜻으로, 공산당 사상과 중국의 전통문화·역사·지리 관련 정보를 제공한다. 발음상 '시진핑을 공부하자'로 읽히기도 하는데 실제로 이 앱은 시 주석의 사상과 정책, 그리고 일거수일투족을 대대적으로 홍보한다.

앱이 제공하는 '주옥같은 문장들'은 시 주석의 연설 내용을 담은 글이며 '시진핑 타임'은 시 주석의 근황을 담은 영상 콘텐츠다. 앱 이용자는 해당 영상을 시청하거나 그의 정책에 대한 퀴즈를 맞히면 각종 물품과 교환할 수 있는 포인트를 받을 수 있다.



중국 정부는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앱을 사용하며 인기를 끌었다는 입장이다. 중국 관영언론들은 앱을 사용하는 유치원교사 및 인부들의 이야기를 소개하는 등 앱에 대한 호평 일색이다. 공산당은 직접 제작한 한 만화에서 "지하철에서 쉐시창궈를 사용하는 이를 만난다면 그와 결혼하라"는 내용을 담기도 했다.

그러나 NYT는 "중국 정부가 앱을 사용하지 않거나 일정 이상의 포인트를 확보하지 못한 시민들에게 불이익을 가하면서 사실상 앱 사용을 강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 북부의 훌룬부이르 대학교는 1100여명의 학생과 교직원의 쉐시창궈 점수를 감시하고 있다. 학교 측은 구성원들이 자발적으로 앱을 학습하고 있다고 말하지만 학생들과 교직원들은 불만이 가득하다. 학교 측이 점수가 낮은 학생들과 직원들에게 공개적으로 비난을 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교직원들은 앱을 더 자주 사용하지 않으면 임금을 공제하거나 보너스를 보류하겠다는 위협을 받기도 했다.


공공기관 역시 앱 학습회를 열고 점수가 낮은 이들에게 '반성문'을 쓰라고 강요하고 있으며, 일부 민영기업은 앱 점수에 따라 직원들의 순위를 매기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호주의 RMIT 대학교의 하이칭 유 중국 언론학 교수는 "(쉐시창궈는) 시민들의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릴 수 없게 하고 있다"면서 "이는 디지털 독재를 새로운 차원으로 끌어올리는 디지털 감시의 일종"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앱 점수 획득에 대한 압박이 커지면서 쉐시창궈의 '컨닝' 앱도 등장했다. 한 익명의 컨닝 앱 개발자는 NYT에 "1000명의 고객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 상당수가 쉐시창궈를 부담으로 여기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 당국은 수십 개가 넘는 컨닝 앱에 대해서도 빠르게 대처 중이다. 지난달 장시성 소속의 경찰은 쉐시창궈 컨닝 앱을 13달러에 판매한 한 남성을 불법 사업 운영 혐의로 체포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