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에 연호? 日, 달력업체 '대박' 기업들 '혼란'

머니투데이 김주동 기자 2019.04.01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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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달부터 사용될 연호 '레이와'로 결정
달력·도장업체들 곧바로 제작 업무 착수
"컴퓨터 시대 뒤 처음" 은행 등 오류 막기
이참에 '서기' 쓰기도… 일부는 위헌 소송

1일 오전 11시40분경 일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이 다음 달부터 쓰일 새 연호를 발표하는 순간 여성 3명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AFPBBNews=뉴스11일 오전 11시40분경 일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이 다음 달부터 쓰일 새 연호를 발표하는 순간 여성 3명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AFPBBNews=뉴스1


일본이 다음 달부터 사용할 새 연호 '레이와'(令和)를 1일 발표하면서 많은 기업과 관공서들이 일제히 바빠지기 시작했다. 연호 변경으로 특수를 누리는 업체들이 있는 반면, 만약의 사고를 막기 위해 긴장하는 업체들도 있다.

연호는 연도 앞에 붙는 왕의 칭호로 정부 공식문서, 은행, 신문기사 등 일본의 실생활에서 널리 쓰인다. 올해 2019년은 헤이세이(平成·아키히토 현재 왕의 연호) 31년이며 새 왕 나루히토가 즉위하는 다음 달부터는 레이와 1년이 된다.



달력과 도장 업체들은 연호 특수를 누리고 있다.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 40분쯤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이 새 연호를 발표하는 순간 '신일본캘린더'의 직원 100여명은 환호성과 함께 작업을 시작했다. 이들은 앞서 새 연호 공간만 비워놓고 달력을 만들어놨다. 업체는 2만부 정도가 팔릴 것으로 예상했다. 직원이 20명인 다른 달력업체도 1주일 내 판매를 목표로 곧바로 달력 제작에 들어갔다.

도장업체에는 관공서와 기업들의 주문이 밀려든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깃포도'는 기존 연호를 두줄 선으로 덮고 새 연호를 찍을 수 있는 도장을 준비했는데, 이미 견적 요청만 1만건이 들어왔다. 연초 주문이 없어 고민하던 다른 도장업체는 2월 말부터 주문이 급증하며 현재 3만건 넘게 들어왔다. 이달 중 주문 접수를 중단할 계획이다.



일본의 한 달력업체가 새 연호 발표에 앞서 달력 주문을 받으며 공개한 견본. /사진=일본 달력업체 '트라이엑스' 홈페이지일본의 한 달력업체가 새 연호 발표에 앞서 달력 주문을 받으며 공개한 견본. /사진=일본 달력업체 '트라이엑스' 홈페이지
30년 만에 한 시대가 가고 새 시대가 오는 것을 즐기는 일본인들을 위한 마케팅 활동도 눈길을 끈다. 일본 조폐국의 사이타마 지부는 올해 나온 마지막 헤이세이 화폐 세트를 판매 중인데, 당초 13만5000개를 예상했지만 이미 35만 세트가 판매됐다.

몇몇 제과업체는 1989년 헤이세이 원년에 나온 과자류를 한정 재판매하고 있다. 가전업체들은 할인 판매에 들어갔으며 여러 업체들이 새 연호 맞히기, 같은 한자 들어간 사람 할인 등 이벤트를 펼치는 중이다.

반면 은행, 철도, 기업들은 사고 발생에 대비해 곧바로 보완 작업에 들어갔다. 연호가 바뀌면서 컴퓨터 프로그램이 주문 날짜 인식 오류, 예약 업무 처리 오류 등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업무를 컴퓨터로 한 이후 첫 연호 변경이라 기업들은 긴장하고 있다. 이 때문에 한 달의 시간이 짧다는 지적도 있어왔다. 일본 경제산업성 조사에 다르면 기업들 중 8%는 5월 1일 안에 새 연호에 충분히 대응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아예 '서기'로 연도 표기를 바꾸려는 움직임도 있다. 일본철도 JR은 지난해 10월 예약·발권 시스템의 연도 표시를 연호에서 서기로 전환했다.

많은 일본인들이 새 연호를 반기지만 연호제 자체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도 있다. 지난달 27일 변호사, 언론인 등 3명은 연호 때문에 시간의 연속성이 끊겨 헌법에 보장된 '개인의 존엄', '인격권'이 침해받는다며 위헌 소송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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