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로 혼란에 빠진 EU, 최대 수혜자는 中?

머니투데이 정한결 기자 2019.03.28 1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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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브렉시트 해결 집중하면서 中 대응 정책 마련 어려워져…"中, EU 분열 원하고 있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왼쪽)와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은 지난해 2월 1일 베이징에서 만나 브렉시트 이후 양국 간의 무역에 대해 논의했다. /AFPBBNews=뉴스1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왼쪽)와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은 지난해 2월 1일 베이징에서 만나 브렉시트 이후 양국 간의 무역에 대해 논의했다. /AFPBBNews=뉴스1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로 EU가 흔들리면서 중국이 조용히 이득을 보고 있다. EU가 브렉시트에 집중하는 가운데 중국이 견제 없이 이탈리아와 동유럽 등 EU 내부에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27일(현지시간) CNN은 "(중국을 포함한) 핵심 의제에 대해 공동 정책을 마련해야하는 EU가 영국에 의해 끊임없이 방해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당초 EU는 지난 21~22일 개최된 EU정상회의에서 중국에 대한 공동대응정책을 논의할 예정이었다. 회담 전부터 이탈리아가 중국과 일대일로(육·해상 신 실크로드) 양해각서(MOU)를 체결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유럽 내에 안보 우려가 확산됐기 때문이다. EU 집행위원회는 회담을 일주일 앞둔 지난 12일 중국을 '경제적 경쟁자 및 정치적 라이벌'이라고 규정하며 중국에 대한 EU의 공동대응책이 필요하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정작 EU 정상들은 회담에서 브렉시트에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하며, 중국에 대해서는 "균형 잡힌 관계를 맺겠다"는 기존의 입장을 확인하는데 그쳤다. 결국 이탈리아는 지난 23일 중국과 일대일로 MOU를 아무런 제재 없이 체결했다. 중국이 이탈리아의 주요 항구와 철도 등의 인프라 시설을 장악해 유럽을 손아귀에 쥐려 한다는 안보 우려가 부분 현실화된 것이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이탈리아에 그치지 않을 것이기에 EU의 공동대응이 더욱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독일의 싱크탱크 MERICS의 루크레지아 포게티 연구원은 "중국은 연합체인 EU와 협상하기보다 각국과 개별 협상을 원한다"면서 "중국의 거대한 경제적 힘을 이용해 협상에서 우위에 설 수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중국은 이탈리아를 이용해 EU 내 분열을 일으킬 수 있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에 경제적으로 종속된 국가들이 중국에 비판적인 입장을 취하기 어려워지면서 안보·인권 등의 문제에서 EU와 갈등을 일으킬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중국으로부터 경제적 지원을 약속 받은 그리스와 헝가리는 지난 2017년 중국의 인권 실태와 남중국해에서의 군사 활동을 규탄하는 EU의 공동성명에 반대한 바 있다.

특히 중국이 브렉시트를 이용해 EU를 분열시키려한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EU의 최대수입국인 중국이 EU를 떠난 영국과 성공적으로 무역협상을 체결하면 반EU 세력에게 성공적인 EU 탈퇴의 예시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중국은 브렉시트 상황을 기회로 간주하고 있다. 중국 관영신문인 환구시보는 이날 "중국은 (EU에) 새로운 기회를 가져다 줄 수 있다"면서 "브렉시트는 서구문명의 후퇴가 아니라 새로운 문명인 중국과 공존하게 되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중국은 동유럽을 기점으로 EU 내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어 EU의 안보 우려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중국은 지난 2012년부터 중·동유럽의 EU 회원 11개국과 발칸 반도의 5개국에게 '16+1'로 불리는 협력관계를 맺고 있다. 매년 중·동 유럽의 정부 정상을 만나 사회기반시설(인프라) 건설 및 자금 지원을 약속한다. 리커창 중국 총리는 오는 4월 EU 정상들과 만난 뒤 동유럽 역시 순방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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