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캐나다로 망명한 사우디 출신의 10대 소녀 라하프 무함마드 알-쿠눈. /AFPBBNews=뉴스1
25일(현지시간) BBC 등에 따르면 림(20)과 라완(18)이라는 가명을 쓴 한 사우디 자매는 지난주 홍콩에서 6개월 간 은둔 생활을 마치고 제 3국에 정착하게 됐다. 이들의 변호사인 마이클 비들러는 자매의 안전을 위해 망명한 국가는 공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언니인 림은 "(사우디에서) 여성은 노예나 다름없다"면서 "내가 권리를 가지고 있고 소중한 인간이라는 걸 느끼고 싶었다"며 망명의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형제와 아버지는) 감옥 간수였고 나는 죄수였다"면서 "그러나 이제 내 삶은 나의 것"이라면서 기쁨을 드러냈다.
이같은 억압 속 사우디 여성들이 망명을 시도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지난 1월 가족학대를 피해 해외로 이주하려한 사우디 10대 소녀 라하프 무함마드 알-쿠눈은 태국 공항에서 억류되자 SNS를 통해 구원을 요청해 전 세계 언론의 이목을 끌었다. 결국 캐나다 망명이 허용되면서 그는 캐나다로 떠났다.
다른 사우디 여성 노주드 알만딜도 지난 1월 트위터를 통해 아버지의 학대에서 벗어나고 싶다며 도움을 요청하기도 했다. 다만 알만딜은 국외로 탈출하지는 못했다. 지난 2017년에도 사우디 10대 소녀 디나 알리 라스붐이 강제결혼과 가정학대로부터 도피하려했지만 태국에서 붙잡혀 강제로 송환됐다. 그는 현재 생사가 불분명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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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당국에 따르면 지난 2015년 사우디에서 가출을 시도한 여성은 총 577명에 불과했지만 실제로는 더욱 높을 것으로 인권단체들은 보고 있다. 대부부의 사우디 가정이 사회적 평판을 고려해 가출 신고를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린 말루프 국제앰네스티 중동 지부 연구소장은 "그 어떤 여성도 림과 라완처럼 생명의 위협을 느껴서는 안 된다"면서 "사우디아라비아는 후견인제도와 여성에게 차별을 가하는 법과 관습을 없애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