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중심의 화이트홀거리에서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철회를 위한 국민투표 실시를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가 진행된 가운데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의 코가 '영국 경제'를 의미하는 인형을 찌르고 있는 모형이 등장했다. /AFPBBNews=뉴스1
"국민에게 다시 선택의 기회를!"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시한이 이달 29일(현지시간)에서 다음 달 이후로 연기될 예정인 가운데 브렉시트에 대한 제2의 국민투표를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다. 2016년 브렉시트를 결정할 당시와 상황이 많이 달라진 만큼 국민에 다시 유럽연합(EU) 탈퇴 여부를 묻자는 것이다. 국민투표 재실시 요구는 브렉시트를 둘러싼 영국 정치권의 혼란이 극에 달한 상황에서 나왔다. 영국 의회는 테리사 메이 총리가 EU와 마련한 합의안을 계속 거부하고 있으며, 일각에서 메이 총리를 밀어내려는 움직임까지 포착됐다.
영국 가디언 등 외신에 따르면 23일 영국 런던 도심에서는 브렉시트 철회를 위한 국민투표 시행을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다. 주최 측 추산 100만명 넘게 참가했으며 노동당과 스코틀랜드민족당 등의 야당 소속 의원들도 모습을 보였다. 노동당의 사디크 칸 런던 시장도 이날 시위에 참가해 EU 잔류를 주장했다. '국민의 선택(People's Vote)'이란 이름의 이번 시위는 특히 지금까지 벌어진 반(反) 브렉시트 시위 가운데 가장 큰 규모로 진행됐다. 지난해 10월에도 브렉시트에 반대하는 시위가 벌어졌지만, 참가자는 70만명 정도였다.
브렉시트 협상과정에서 영국 정치권이 보여준 무능함도 영국 시민의 불만을 샀다. 이날 한 시위 참가자는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정부는 브렉시트 합의안이 의회에서 두 번이나 결렬됐는데, 왜 두 번째 국민투표를 요구하는 국민의 목소리는 들으려 하지 않냐"고 지적했다.
브렉시트를 취소하자는 내용의 영국 의회 국민청원에 480만명에 육박하는 사람들이 서명했다.
메이 총리의 제안이 영국 의회는 물론 EU에서도 받아들여지지 않자 영국 내각에서는 메이 총리를 몰아내고 임시 지도자를 뽑으려는 움직임도 관측된다. 영국 선데이타임스는 적어도 6명의 장관이 메이 총리를 몰아내고 대신 현재 부총리 역할을 하는 데이비드 리딩턴 국무조정실장을 임시 총리로 임명해 브렉시트 작업을 맡기길 원한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오는 25일 열리는 내각 회의에서 메이 총리의 사퇴를 종용하고 총리가 이를 거부하면 내각 총사퇴도 불사할 예정이다. 리딩턴 실장 외에 브렉시트 찬성파인 마이클 고브 보수당 의원과 제레미 헌트 외무장관 등도 임시 총리 후보로 거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주간지 옵서버는 "EU도 메이 총리가 물러날 것에 대비하고 있다"면서 "메이 총리가 물러나도 영국과 재협상은 없다는 방침을 정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