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턴 "中, 北압박 열쇠"…트럼프, 비핵화-무역협상 연계?

머니투데이 뉴욕(미국)=이상배 특파원 2019.03.22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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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재무부, 北 제재회피 도운 中 해운사 2곳 제재…트럼프, 중국에 미국산 상품 수입 추가 요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올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북한 비핵화 문제와 미중 무역협상을 연계하는 카드를 검토했다. 중국이 비핵화를 위한 대북압박에 적극 나설 경우 미중 무역협상에서 일부 양보를 해주는 방안이었다. 그러나 백악관 참모들의 반대로 뜻을 접었다. 외교적 성과를 위해 경제적 국익을 희생할 경우 정치적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는 이유였다.

그러나 지난달 하노이 회담이 빈손으로 끝난 뒤 트럼프 행정부가 다시 이 카드를 꺼내들었다. 교착 상태에 빠진 북한 비핵화 협상의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미중 무역협상을 지렛대로 활용하는 방안이 실행될지 주목된다.



존 볼턴 미국 백악관 NSC(국가안전보장회의) 보좌관은 21일(현지시간) 보수 성향의 온라인매체 브레이트바트가 위성라디오 시리우스XM을 통해 방송한 인터뷰에서 “중국은 북한의 절대적인 무역 파트너로, 북한 대외무역의 90% 이상이 중국을 상대로 이뤄진다”며 “중국은 북한을 강하게 압박하는 문제에서 열쇠를 쥘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볼턴 보좌관은 “지금 우리는 중국과 무역협상 중이고, 트럼프 대통령은 대중 무역불균형과 중국의 지식재산권 절도 문제에 대해 뭔가를 하려고 단단히 결심한 상태”라고 밝혔다. 사실상 중국의 대북압박과 미중 무역협상을 연계할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도 최근 KSNT NBC와의 방송 인터뷰에서 "우리는 (북한에) 실질적인 압박을 가하고 있다"며 "중국이 그동안 잘 해왔고, 앞으로 더 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미 재무부가 북한의 제재 회피를 도운 중국 해운사 2곳에 제재를 가했다고 발표한 것도 대북압박과 관련해 중국에 보내는 메시지가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이날 재무부는 다롄 하이보 국제화물과 랴오닝 단싱 국제운송 등 2곳의 중국 해운사를 제재 명단에 올렸다. 이에 따라 이 2개 해운사는 미국내 자산이 동결되고, 미국민과의 거래도 금지된다. 북한과 관련한 미국의 독자제재는 올들어 처음이다.

다롄 하이보는 미국의 제재대상으로 지정된 백설무역회사에 물품을 공급하는 등의 방식으로 북한을 도운 혐의를 받고 있다. 백설무역회사는 북한 정찰총국 산하로, 앞서 북한으로부터 금속이나 석탄을 팔거나 공급하거나 구매한 혐의 등으로 제재 대상으로 지정된 바 있다. 랴오닝 단싱은 EU(유럽연합) 국가에 소재한 북한 조달 관련 당국자들이 북한 정권을 위해 물품을 구입할 수 있도록 상습적으로 기만적 행태를 보여왔다고 재무부는 설명했다.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은 "미국과 협력국들은 북한의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를 달성하기 위해 전념하고 있다"며 "북한과의 불법적인 무역을 가리기 위해 기만술을 쓰는 해운사들은 엄청난 위험에 처하게 될 것이라는 점을 명백히 밝힌다"고 강조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미중 무역협상에서 중국을 상대로 한 요구의 수위를 대폭 높였다. 중국이 대북압박에 적극 동참하는 대가로 요구 수준을 낮춰줄 여지를 만들어두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이날 미국 경제방송 CNBC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의 미국산 상품 수입 규모를 중국이 무역협상 과정에서 제안한 것보다 2~3배 늘리라고 최근 미국측 협상단에 지시했다. 당초 중국이 6년간 최대 1조2000억달러(1350조원) 규모의 미국산 상품 구매를 제안했음에 비춰볼 때 최대 1350조원∼2700조원 상당의 추가 수출을 원하고 있는 셈이다. 중국은 지난달 22일 미국과의 무역협상에서 향후 6년에 걸쳐 에너지와 농산물, 항공기 등 분야에서 최대 1조2000억달러에 이르는 미국산 상품을 구매하겠다고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날 트럼프 대통령은 미중 무역협상이 타결되더라도 대중 관세폭탄을 상당기간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7∼8월 두 차례에 걸쳐 부과된 500억달러 어치 중국산 상품에 대한 25% 관세는 중국의 강제 기술이전 등에 대한 보상금 성격인 만큼 철폐 대상이 아니라는 게 트럼프 대통령의 생각이다. 그동안 중국은 협상 타결과 동시에 관세가 철폐될 것을 기대해 왔다는 점에서 이 같은 의견차가 미중 무역협상 타결에 암초로 작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미중 양국은 오는 28~29일 중국 베이징, 4월초엔 미국 워싱턴에서 차례로 고위급 협상을 이어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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