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성 키운 미·중 '힘겨루기'…한국 경제 흔들다

머니투데이 세종=권혜민 기자, 한고은 기자 2019.03.21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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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中 무역전쟁 1년]무역갈등 장기화, 수출·심리 등 경제전반에 악재로…성장률 하락 불가피

/삽화=임종철 디자인기자/삽화=임종철 디자인기자


세계 1·2위 경제 대국인 미·중 간의 힘겨루기는 한국 경제에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지난 1년간 미·중은 단순한 경고 차원을 넘어 상호 수입품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는 등 실전에 돌입했다.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글로벌 교역은 위축됐다. 수출 비중이 높은 한국에겐 더 없이 불리한 여건이다.

지난해 수출이 '연간 6000억달러'라는 대기록을 달성하는 등 미·중 무역전쟁의 단기 영향은 제한적이었다. 글로벌 제조업 경기가 워낙 좋아 반도체, 석유화학 등 주력 제품들이 선전했기 때문이다. 오히려 무역전쟁의 반사 이익을 얻었다는 평가도 나왔다. 미국이 중국산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하자 기업들이 중국에 뒀던 해외 공급선을 한국으로 옮기면서 중간재 시장을 새로 공략할 수 있었다는 얘기다. 실제로 지난해 미국으로의 수출액은 전년대비 6% 늘었다. 2017년 증가율(3.2%)보다 높다.



올해는 상황이 다르다. 최근 수출은 흔들리는 모습이 역력하다. 지난해 12월부터 수출 증가율은 세 달 연속 마이너스였다. 이달 1~20일 수출이 전년대비 4.9% 줄어든 만큼 네 달째 감소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

이런 상황에서 세계경제의 최대 불확실성인 미·중 무역전쟁의 장기화는 분명한 악재다. 일반적으로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세계 교역 여건도 악화된다. 실제로 세계무역기구(WTO)가 발표한 세계 교역 전망지수는 지난해 1분기 102.3에서 4분기 98.6으로 꾸준히 줄었다. 급하강하고 있는 중국 경제에 대한 우려도 크다. 최종재와 중간재 수입 수요가 감소할 경우 한국 수출에도 악영향이 불가피하다. 중국으로의 수출은 지난해 11월부터 4개월 연속 감소했다.



미·중이 무역전쟁을 끝내기 위한 협상을 진행하며 갈등이 소강 상태에 접어들었지만, 좋은 결과를 내지 못한다면 상황이 더욱 악화할 가능성도 남아 있다. 당초 미국은 올해 1월1일부터 2000억달러 규모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율을 25%로 상향할 방침이었지만, 현재는 보류한 상태다. 지난해 11월 한국은행은 25% 관세 부과 조치가 현실화할 경우 "한국 수출이 0.3~0.5% 감소할 것"으로 예측하기도 했다.

'버팀목' 수출의 불안은 한국 경제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 최근 주요 국내외 연구기관들이 한국의 성장률을 앞다퉈 하향한 것은 이와 무관하지 않다. 지난 6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올해 한국의 성장률을 기존 전망보다 0.2%포인트 낮은 2.6%로 제시했다. 지난해 10월 세계통화기금(IMF)도 직전 전망보다 0.3%포인트 낮은 2.7%로 내다봤다. 무역갈등에 따른 글로벌 교역 위축으로 세계 성장세가 꺼지고 있는 만큼, 한국도 이 영향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는 판단이다.

경제주체들의 심리도 악화됐다. 지난해 1월(109.9) 기준선(100) 위에 있던 소비자심리지수는 12월 96.9로 떨어지며 '비관적'으로 돌아섰고, 수출비중이 높은 제조업 업황전망도 꾸준한 하락세를 그렸다.


미·중 무역전쟁은 금융시장의 불확실성도 키웠다. 미·중이 날을 세울 때마다 글로벌 금융시장은 출렁였고, 여파는 국내시장으로 전달됐다.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지수(VIX)는 미·중 양국이 관세 문제로 부딪칠 때 상승했다. VIX지수는 공포지수로 불리며, 증시와 반대로 움직이는 경향이 있다. 한은 관계자는 "지난해 5~6월부터 중국에 대한 미국의 관세부과 이슈가 부각되면서 미·중 갈등이 글로벌 금융시장의 가장 큰 불확실성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하건형 신한금융투자 책임연구원은 "사실상 미·중의 관세전쟁은 지난해 6월부터 시작됐는데, 바로 기존 거래관계를 바꿀 수 없는 만큼 지난해 4분기부터 세계 교역에 실질적인 타격이 나타났다"며 "높은 불확실성은 투자나 소비를 뒤로 미루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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