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테일 한계+생소한 한국 리츠" 홈플러스 리츠 좌초 이유

머니투데이 김도윤 기자 2019.03.14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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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산업 온라인 전환에 따른 리테일 성장 우려 컸다는 평가…홈플러스 자산 유동화 실패에 MBK도 비상

임일순 홈플러스 대표가 지난 2월 27일 개최한 IPO 간담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제공=한국리테일투자운용임일순 홈플러스 대표가 지난 2월 27일 개최한 IPO 간담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제공=한국리테일투자운용


홈플러스 리츠(부동산투자회사)의 공모 철회는 결국 오프라인 유통산업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발목을 잡았다는 분석이다. 또 한국 리츠에 대한 생소함도 해외 투자 수요를 끌어올리는 데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14일 한국리테일홈플러스제1호위탁관리부동산투자회사(홈플러스 리츠)는 수요예측 결과를 토대로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철회했다. 상장 철회 이유로 회사의 가치를 적절히 평가받기 어려운 측면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홈플러스 리츠가 해외 기관투자자로부터 외면받은 이유는 우선 유통산업의 구조가 온라인으로 전환되는 환경에서 오프라인 유통회사인 홈플러스가 지속적인 성장을 이어갈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이 반영됐기 때문이란 평가다. '오픈마켓' 등 온라인 및 모바일을 기반으로 한 유통회사의 적극적인 투자 등 공세 속에서 점차 오프라인 유통사업의 입지가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기 때문이다.

홈플러스 리츠는 공모 과정에서 온라인 대응 전략 등을 적극적으로 설명했지만, 투자자 설득에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관측된다.



또 한국 리츠에 대한 불확실성도 수요예측 흥행 부진의 이유로 꼽힌다. 해외 투자자 입장에선 처음 등장한 '한국의 조단위 리츠'에 대한 투자 결정에 고민이 많았을 것이란 해석이다. 금리인상이라는 거시경제 흐름 속 배당수익률에 대한 투자 기대감이 줄어든 환경도 고려할 만한 대목이다. 공모주의 경우 단기 차익을 노린 투자 수요가 높은 상품인데 리츠의 경우 배당 수익에 초점을 맞춘 장기 투자 대상이라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홈플러스 리츠의 상장 철회로 롯데, 신세계 등 리테일 기업의 자산 유동화 전략에도 불확실성이 커졌다. 홈플러스는 향후 리츠 상장에 다시 도전하겠다는 계획이지만, 한 차례 실패를 경험한 만큼 기초자산, 밸류에이션 등에 대한 전략 수정이 불가피하다.

홈플러스 최대주주인 PEF(사모펀드) 운용사 MBK파트너스도 비상이 걸렸다. MBK파트너스는 2015년 홈플러스를 7조2000억원에 인수했다. 당시 국내 M&A(인수합병) 시장 최대 규모 딜(거래)로 주목받았다.


홈플러스 리츠는 MBK파트너스가 홈플러스 인수 때부터 고려한 자산 유동화 전략으로 알려졌다. 홈플러스 리츠 상장을 통해 51개 매장의 가치를 4조원 이상으로 평가받을 경우 초대형 M&A의 투자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됐다. 홈플러스 리츠 상장 실패는 홈플러스 보유 매장의 부동산 가치를 시장에서 높게 인정받지 못했다는 의미가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업계 관계자는 "홈플러스 리츠 상장을 통해 국내 부동산 간접투자 시대가 앞당겨질 것으로 기대했는데 아쉽다"며 "결국 리테일에 대한 시장의 부정적인 평가가 발목을 잡은 것으로 보이는데, 홈플러스를 비롯한 대형 유통회사의 자산 유동화 전략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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