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맥경화 부위 정확하게 알아낸다…새 형광물질 발견

머니투데이 류준영 기자 2019.03.07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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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S 국제공동연구팀, 살아있는 조직에서 활성화대식세포만 선택적 염색

활성화대식세포를 선택적으로 염색하는 형광물질 개발/사진=IBS활성화대식세포를 선택적으로 염색하는 형광물질 개발/사진=IBS


동맥에 퇴행성 변화가 일어나면서 혈관이 좁아지고 탄력이 떨어지는 동맥경화. 중고령층에서 발병하기 쉬운 질환으로 알려져 있지만 최근에는 생활습관 변화로 젊은 나이에도 발생하는 데다 증상이 없는 뇌혈관 동맥경화 환자도 늘고 있는 추세다. 따라서 치료와 예방을 위한 정확한 진단이 중요하다.

기초과학연구원(IBS) 복잡계자기조립연구단 장영태 부연구단장(포항공대 화학과 교수), IBS 유전체 교정 연구단 김진수 수석연구위원, 싱가포르 연구진 등으로 이뤄진 국제공동연구팀이 동맥경화 진단의 정확성을 높일 수 있는 신기술을 개발했다고 7일 밝혔다.



연구팀에 따르면 활성화대식세포만을 선택적으로 염색하는 형광물질(Compound Designation green 16, CDg16)을 발견했다.

체내 면역을 담당하는 대식세포는 염증반응의 신호탄으로 불린다. 체내 침입 물질을 감지했을 때 대식세포가 활성화대식세포로 분화하며 항원을 만들어내기 때문. 동맥경화는 물론 알츠하이머병, 간염, 암 등의 질환을 유발하는 정확한 염증부위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활성화대식세포가 가장 좋은 타깃이 될 수 있다. 연구팀은 “생체 내에서 활성화대식세포를 얼마나 선별적으로 정확히 검출해낼 수 있는지가 염증질환의 정확한 진단 및 치료의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활성화대식세포만을 선택적으로 염색하는 탐지기 개발은 어려운 과제다. 기존 개발된 유수의 형광분자들은 생체 내 활용이 어려워 살아있는 조직에서 활성화대식세포를 선별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장영태 부연구단장팀은 자체개발한 8200여 종류의 형광 유기 분자 라이브러리를 탐색해 활성화대식세포만을 선택적으로 염색하는 화합물을 찾아내고, CDg16이라 명명했다.

아울러 CDg16이 활성화대식세포 내 리소좀(가수분해 효소를 지니고 있는 세포소기관)을 염색하고, 세포독성이 거의 없다는 것을 검증했다.


연구팀은 동맥경화에 걸린 실험쥐를 활용, CDg16의 효능을 검증하는 실험을 실시했다. 동맥경화 생쥐의 꼬리정맥으로 CDg16을 주사한 후 관찰한 결과 CDg16이 생쥐의 죽상경화판에서 활성화대식세포를 선택적으로 염색했다. 죽상경화판은 동맥 내 콜레스테롤이 침착하거나 혈전이 축적되며 생긴다. 즉 죽상경화판이 동맥경화를 유발한 정확한 염증부위라는 의미다.

일반적으로 특정 염증부위를 이미징하기 위한 약물이나 탐지기는 선택적으로 결합하는 타깃 단백질이 있다. 연구진은 다른 탐지기들과 달리 이번에 개발한 CDg16은 특정한 결합단백질이 없어도 세포 내에서 운반되는 것을 발견했다.

우리 몸 속 세포에는 약 450개 정도의 막운반체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데, 연구진은 이중 물질을 세포내로 운반하는 SLC 단백질 중에 CDg16을 전달하는 시스템이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왼쪽부터)기초과학연구원(IBS)  유전체 교정 연구단 김진수 수석연구위원, IBS 복잡계자기조립연구단 장영태 부연구단장/사진=IBS(왼쪽부터)기초과학연구원(IBS) 유전체 교정 연구단 김진수 수석연구위원, IBS 복잡계자기조립연구단 장영태 부연구단장/사진=IBS
이를 증명하기 위해 IBS 유전체교정연구단과 함께 추가 실험을 진행했다. 연구진은 특정 유전자 발현을 활성화시킬 수 있는 활성크리스퍼 시스템을 이용해 380여 개의 SLC 유전자를 무작위로 과발현시켰다. 이후 RNA 염기서열 분석으로 확인한 결과, 기존에 기능이 알려지지 않았던 SLC18B1 유전자가 CDg16 염색에 관여한다는 메커니즘을 새로 규명했다.

기존 탐지기들처럼 특정 단백질 하나와 결합하며 선택성을 획득하는 것이 아니라, 활성대식세포에서 과발현된 SLC18B1 막운반체를 통해 CDg16이 활성화대식세포에 직접 들어가서 염색한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기존 방식에 비해 막운반체는 다수의 탐지기를 수송할 수 있으므로 더 뚜렷한 신호를 관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장 부연구단장은 “활성화대식세포를 선택적으로 염색하는 형광물질은 향후 다양한 염증성 질환의 진단 및 약물 개발을 견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성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동물실험을 통한 CDg16 효능 확인/사진=IBS동물실험을 통한 CDg16 효능 확인/사진=I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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