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이 올랐다 아이가…좀 쉬었다 가자"

머니투데이 뉴욕(미국)=이상배 특파원 2019.03.07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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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시각] 뉴욕증시 사흘째 미끄럼…미국 역사상 최악의 상품적자

"많이 올랐다 아이가…좀 쉬었다 가자"


"중국(미중 무역협상)과 연방준비제도(금리동결) 덕분에 지난 두달간 주식시장이 거의 1년 동안 오를 만큼 올랐다. 이런 강한 랠리 뒤엔 조정기를 갖는 게 상식적이지 않나." (애런 클락 GW&K투자운용 포트폴리오매니저)

급하게 올랐으니 이제 좀 쉬었다 가자는 얘기다. 시장은 미중 무역협상 진전이나 연준의 비둘기(통화완화주의작)적 발언을 더 이상 상승 재료로 보지 않는다. 사흘 연속 내림세를 탄 뉴욕증시를 본 월가의 시각이다.

◇뉴욕증시 사흘째 미끄럼



6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직전 거래일 대비 133.17포인트(0.52%) 떨어진 2만5673.46으로 거래를 마쳤다. 제너럴모터스(GM)와 캐터필러, 보잉, 엑슨모빌 등이 모두 1% 이상 빠졌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18.20포인트(0.65%) 하락한 2771.45을 기록했다. 에너지, 제약 업종이 지수 하락을 주도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종합지수는 70.44포인트(0.93%) 내린 7505.92에 장을 마감했다. 대형 기술주 그룹인 'FAANG'(페이스북·아마존 · 애플 · 넷플릭스 · 알파벳)은 페이스북과 넷플릭스만 빼고 모두 떨어졌다.

미국의 경제전문방송 CNBC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재선을 위해 주가를 끌어올리고 싶어하며 이를 위해 중국과의 무역협상 타결을 밀어붙이고 있다고 이날 보도했다.

그러나 미중 무역협상 타결이 주가를 추가로 끌어올릴지 월가 전문가들은 의문을 갖고 있다. 합의 기대감이 이미 주가에 상당부분 반영돼 있다는 점에서다. 그동안의 주가 상승분을 정당화할 정도의 구체적 합의가 나올지도 미지수다. 오히려 '소문에 사고, 뉴스에 팔라'는 격언이 응용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글로벌트의 톰 마틴 선임포트폴리오매니저는 "지난 두달간 주식시장을 끌고온 미중 무역합의와 금리동결 등의 재료는 이제 효력을 잃었다"고 말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의 승부사적 기질을 고려할 때 마지막 순간 협상이 결렬될 가능성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집무실에서 기자들로부터 중국과의 무역협상에 대한 질문을 받고 "잘 진행되고 있고, 무슨 일이 일어날지 지켜볼 것"이라면서도 "굿딜(good deal·좋은 거래)이 있거나, 아니면 '노딜'(no deal·협상결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으로부터 원하는 것을 충분히 얻어내지 못할 경우 최근 제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처럼 합의문에 서명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등 중국 수뇌부에 대한 노골적 압박이다.

루켄 인베스트먼트 애널리틱스의 그렉 루켄 사장은 "미중 무역협상과 그 이후 상황에 대해 시장에는 과거 보기 어려웠던 수준의 불안감이 있다"고 했다.

◇미국 역사상 최악의 상품적자

경제지표는 암울했다. 무역적자 축소를 위해 중국을 상대로 한 '관세폭탄' 등 무역전쟁을 벌여온 트럼프 대통령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미국은 역사상 최악의 상품수지 적자를 기록했다.

미 상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의 상품·서비스 수지 적자는 6210억달러(약 701조원)에 달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7087억달러) 이후 10년 만에 최대치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직전인 2016년 상품·서비스 수지 적자가 5020억달러였음에 비춰볼 때 트럼프 대통령 재임 2년 동안 무역적자가 오히려 1000억달러 이상 늘어난 셈이다. AP통신은 "무역수지 적자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공약이 훼손됐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상품수지만 보면 8913억달러(약 1006조원)로 240여년의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였다.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폭탄을 퍼부은 중국과의 상품수지 적자도 지난해 4192억달러로 오히려 전년보다 11.6% 늘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행정부의 감세 및 재정지출 확대 정책이 미국 소비자와 기업들의 해외 상품 수요를 자극하면서 무역수지 적자가 더 커졌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정책금리 인상으로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면서 미국의 해외상품 구매력이 높아진 것도 무역수지 적자 확대의 원인 가운데 하나로 지목된다.

고용시장 지표도 실망스러웠다. ADP와 무디스에 따르면 지난달 미국의 민간부문 고용은 18만3000명 늘었다. 시장의 전망치 18만5000명을 밑도는 수준이다. 지난 1월 민간고용 증가치는 30만명이었다.

한편 연준은 이날 경기동향 보고서 '베이지북'을 통해 12개 조사 지역 가운데 10개 지역의 경기가 '다소 미약한'(slight-to-moderate) 성장세를 보였다고 평가했다. 이는 그동안 연준이 주로 사용해온 '완만한'(modest-to-moderate) 성장세라는 표현보다 한단계 낮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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