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무서워서 사요" 미세먼지발 공기청정기 '대란'

머니투데이 박진영 기자 2019.03.06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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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청정기' 수요 급증에 배송 한달 가까이 걸리기도…1가구 2대 구매, 차량·유아용 제품도 인기

6일 오전 서울 시내 한 전자제품 전문점 공기청정기 코너에 고객들이 몰려 상담하고 있다. /사진=박진영 기자 6일 오전 서울 시내 한 전자제품 전문점 공기청정기 코너에 고객들이 몰려 상담하고 있다. /사진=박진영 기자


"이거 몇 평까지 돼요? 필터는 진짜 좋은 거 맞죠?"

6일 오전 11시 서울 시내 한 전자제품 전문매장. 문을 연지 30분이 채 지나지 않아 고객들이 몰리기 시작했다. '썰렁한' 매장에 집중적으로 고객이 들어서는 곳은 '공기청정기' 코너. 어느새 10여 명이 훌쩍 넘은 고객들은 제품 특성을 하나하나 꼼꼼하게 따져가며 '아이방용' '거실용' 제품을 찾았고, 점원들도 정신없는 모습이었다.

이곳에서 근무하는 직원은 "한 번에 두 대씩 사는 분들도 계신다"며 "얼마나 많이 팔리는지 작년과 비교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부부가 함께 공기청정기를 보러온 이모씨(62)는 "공기청정기를 안사고 버텼는데 이제 진심으로 '무섭다'는 생각이 들어 사러왔다"고 말했다.

대한민국이 '미세먼지 공포'에 질렸다. 공기청정기는 주문량이 급증하며 배송에 한 달 넘게 시간이 걸리기도 하고 '1가구 2 공기청정기' '각 방 공기청정기'를 도입하는 가구도 늘고 있다. 차량용·유모차 공기청정기, 공기발생기 등 마스크를 대체할 보다 강력한 상품들도 인기다.



이마트에 따르면 지난달 20일부터 지난 5일까지 공기청정기 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322%, 차량용 공기청정기 판매는 644% 급증했다. 개인 택시기사 B씨도 최근 차량용 공기청정기를 구매했다. 마스크를 끼고, 공기청정기를 틀고 운전을 하지만 답답한 기분은 떨쳐버릴 수 없다. B씨는 "최근에 저도 저지만 손님들을 위해서 공기청정기를 구입했다"며 "하루종일 미세먼지를 쐬며 운전하니 가슴이 답답하고, 계속 목이 타고 찜찜한 기분이 가시질 않는다"고 말했다.

직장인 김모씨(35)는 "창문을 꼭 닫고 있는데도 공기청정기에 찍힌 실내오염 지수가 '확' 치솟는 것을 보고 너무 무서웠다"며 "집이 넓지도 않지만 공기청정기를 한 대 더 구매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온라인 쇼핑몰에서 공기청정기를 주문하려고 한 고객들은 배송이 한 달 가까이 밀렸다는 답변을 듣기도 한다. 최근 해외주재원 생활을 마치고 귀국한 A씨는 미세먼지 공습에 놀라 지난 2일 이커머스 업체를 통해 69만원대 공기청정기를 급하게 주문했다가 "빨라야 20일 후에나 도착한다"는 답변을 들었다. A씨는 "아이들 건강이 걱정됐기 때문에 한시라도 빨리 받고 싶었는데 막막했다"고 말했다.


G마켓에서는 일반적인 가정용 공기청정기 외에도 미세먼지 공포를 덜어주는 '이색 상품'들의 판매도 치솟고 있다. 지난 4일까지 일주일간 창문필터(300%), 산소발생기(238% ) 등의 판매는 이미 수요가 급증했던 직전 한주 대비로도 3배 이상 늘었고 공기청정기 렌탈상품(160%) 수요도 고신장했다.

의류관리기(스타일러), 의류건조기 등 미세먼지 저감에 도움을 주는 가전 제품은 물론 어린이 유모차에 부착하고 가까운 마트나 놀이방 등을 다녀올 수 있도록 만들어진 공기청정기, 목에 걸고 부유입자를 흡입하는 웨어러블 공기청정기 등의 이색 제품 수요도 늘고 있다. 지마켓 관계자는 "워낙 공기가 좋지 못하다 보니 어린이에 대한 우려도 크고, 마스크를 대체할 더 강력한 상품에 대한 문의도 급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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