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김씨' 시조가 되겠다는 '어공'을 만났다(영상)

머니투데이 하세린 기자, 이상봉 기자 2019.02.23 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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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뷰]"용트럴파크는 안돼" 용산공원갤러리 코디 김홍렬 서울시 주무관

편집자주 #용산공원 #용트럴파크 #어공 해시태그(#) 키워드로 풀어내는 신개념 영상 인터뷰입니다



용산공원에 꽂혔다 '어공'(어쩌다 공무원)까지 된 남자.
서울시 도시계획국 전략계획과에서 일하고 있는 김홍렬 주무관은 국내 첫 국가공원이 될 용산공원의 역사성에 대해 알리고, 시민들의 의견을 모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해 11월30일엔 용산기지 '캠프 킴' 터에 있는 옛 미군위문협회(USO) 건물에 용산공원 갤러리가 문을 열었다. '금단의 땅'이었던 용산기지 건물이 114년 만에 처음으로 우리 국민에게 개방된 것이다.



이곳에서는 용산기지의 변천사를 엿볼 수 있는 60여 점의 사진과 영상 자료를 볼 수 있다. 김 주무관은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용산공원 갤러리로 출근해 도슨트를 자처하며 시민들과 소통하고 있다.

그는 어쩌다 용산에 빠지게 됐을까. 지난 12일 용산공원 갤러리에서 만난 김 주무관은 "용산 김씨의 시조가 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참고로 그는 부산이 고향이다.



"중학교 때 제가 자랐던 곳이 부산의 초읍이었는데요, 거기에 부산의 미군 하야리아 부대라고, 제가 그 담벼락 옆으로 버스를 타고 다녔습니다. 대학원생이 돼서 다시 갔는데, 실망 그 자체였어요. 지난 역사를 기억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어요. 용산 만큼은 이렇게 되면 안되겠다고 생각했죠."

지난해 11월 용산기지 '캠프 킴' 터에 있는 옛 미군위문협회(USO) 건물에 문을 연 용산공원 갤러리의 모습. /사진=하세린 기자지난해 11월 용산기지 '캠프 킴' 터에 있는 옛 미군위문협회(USO) 건물에 문을 연 용산공원 갤러리의 모습. /사진=하세린 기자


그는 사람들이 이상하리 만큼 용산공원 프로젝트에 대해 관심이 없는 원인을 정보가 너무 부족해서라고 봤다. 그래서 스스로 용산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면서 알리기로 했다. 대학에서 건축을 공부하던 그는, 대학원에서 조경을, 박사 과정에서 도시공학을 전공하기에 이른다.

용산국가공원의 조성을 위한 거버넌스 모형에 대해 박사 논문을 쓰고, 용산의 역사성에 대한 자료와 공원조성 방향에 대한 생각을 블로그에 부지런히 올렸다. 그러던 중 2016년 가을, 서울시로부터 같이 일하자는 전화를 받았다. 이후 '어공'이 돼 용산공원과 관련한 각종 시민소통 프로젝트를 담당하고 있다.


사실 용산기지의 공원화를 말한 지는 30년이 넘는 세월이 지났다. 1988년 노태우 전 대통령이 용산기지 이전 검토를 지시하면서 이듬해 공원화 이야기가 나왔다. 2006년 8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용산국가공원화 선포식을 했고, 2008년 8월 용산공원 특별법이 만들어졌다. 그러나 진전은 더디다. 특히 지난 두 보수 정권의 무관심 속에 용산공원 프로젝트는 표류했다.

용산공원 문제가 어려운 건 그만큼 여러 복잡한 사안이 얽히고설켜 있어서다. "미군 이전 문제만 보면 평택기지가 거의 다 완공이 됐기 때문에 용산에 남아 있는 부대의 이전 속도는 계속 빨라질 겁니다. 그러나 단순히 군만 빠져나가는 문제가 아니라 드래곤힐 호텔 이전과 한미 간 전시작전권 (전환) 문제, 미 대사관 이전 문제, 그리고 서울시민과 함께 공유해야 할 역사 의식의 문제 등이 남아 있죠."

최근에는 용산기지에 임대주택을 짓자는 청원이 대거 제기되기도 했다. 공원을 만든다고 해도 어떤 공원을 만들지에 대해서도 의견이 모아지지 않는다. 미국 뉴욕의 센트럴파크에 빗대 '용트럴파크'를 지을 것이란 우스개 소리도 나왔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해 서울 용산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광복절 경축사에서 "이제 용산은 미국 뉴욕의 센트럴파크와 같은 생태자연공원으로 조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김 주무관은 생태공원 조성은 용산에 대한 답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세상에 지문이 똑같은 사람은 없어요. 용산도 용산만의 어떤 지문으로서 특수성을 가져야 하는데 계속 센트럴파크를 언급하는 건 사람들에게 너무 획일적이고 물리적인 모습으로서의 공원을 상상하게 하는 것 같아요. 공원은 생태로만 만들고 그 주변은 고층 빌딩으로 지어서 쫙 두른 뉴욕처럼요."

김홍렬 서울시 주무관은 "용산기지에 대한 여러가지 논란이 있다"면서 "뭐가 맞다고 하기보다 이 땅에 대한 이해를 먼저 하자"고 말했다. /사진=이상봉 기자김홍렬 서울시 주무관은 "용산기지에 대한 여러가지 논란이 있다"면서 "뭐가 맞다고 하기보다 이 땅에 대한 이해를 먼저 하자"고 말했다. /사진=이상봉 기자
김 주무관은 전세계 대형 공원들을 보면 정말 많은 유형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용산기지가 병용시설로만 인식될 게 아니라 우리 할아버지의 할아버지, 그 당시 저보다 어린 청년들이 용산으로 다 징집돼 와서 훈련받고 그 아픔을 가지고 나가셨던 땅"이라며 "이제는 우리의 역사에 대해서 우리가 당당하게 아픔을 딛고 일어선 모습을 이야기하고, 후대들에게 알려야 하는 작업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철저한 조사와 온전한 기지반환에 초점을 두자고 강조했다. 정부와 서울시가 공원 완공 목표 시점으로 잡은 2027년이라는 숫자에 너무 연연하지 말자는 것. 현재 용산기지 내 1000여동의 건물을 하루에 하나씩 조사해도 3년이 가까운 시간이 걸린다.

"용산기지는 지난 110여 년간 금단의 땅이었어요. 우리가 30년 동안 공원의 역사를 이야기했는데 아무것도 이뤄내지 못했습니다, 그러면 앞으로 30년이라도 깊은 숙고의 시간을 가지고 미래를 지향할 시간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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