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 173㎝, 체중 105㎏으로 초고도 비만(체질량지수 35.08)인 A씨(38)는 최근 피로감이 심해지나 싶더니 2개월 새 10㎏ 넘게 체중이 감소했다. 다이어트 효과라고 기뻐한 것도 잠시, 너무 기운이 없고 갈증이 심해진 데다 자다가도 두어 번 화장실에 다녀올 정도로 소변을 자주 봐 병원에서 검사해보니 당화혈색소가 11.3%로 심각한 당뇨병을 앓고 있었다.
비만은 단순히 외관상 좋은 인상을 주지 못하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그 자체가 질병이며 각종 다른 질병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안지현 내분비내과 전문의(전 고려대 안암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우리 몸속 지방세포는 ‘아디포카인’이라는 물질을 분비해 우리 몸의 대사를 조절한다”며 “비만이 되면 이 물질의 조절장애로 고혈압, 당뇨병, 지방간 등의 합병증을 유발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내장비만은 지방이 분해되면서 유리지방산을 방출하는데 이 물질이 간, 근육 등의 장기로 유입돼 인슐린 저항성을 유발한다”며 “일반적으로 인슐린 저항성을 대사증후군의 원인으로 본다”고 말했다.
자료=대한당뇨병학회 '당뇨병 팩트 시트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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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의 경우 인슐린 저항성이 높아지면서 혈액 중 포도당(혈당)이 장기나 근육으로 흡수되지 못하고 수분과 함께 소변으로 빠져나가면서 탈수로 인해 체중이 갑자기 10㎏ 이상 감소한 것이라는 게 안 전문의의 설명이다. 최근 2~3개월간 혈당조절 평균상태를 의미하는 당화혈색소가 5.7% 이하면 정상이고 6.5% 이상이면 당뇨병이다. A씨처럼 10% 이상인 경우 탈수 증상 회복과 혈당을 낮추기 위해 입원치료가 필요하다.
당뇨병은 조기 발견이 중요하나 모르고 지내는 경우가 많다. 대한당뇨병학회(KDA)에 따르면 당뇨병 환자 10명 중 4명이 본인이 당뇨병 환자임을 모른다. 당뇨병의 3대 증상은 다음, 다뇨, 체중감소인데 혈당이 아주 높지 않은 경우 아무 증상이 없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뚱뚱하면 일단 당뇨병을 의심하라”는 말이 있듯이 비만은 당뇨병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당뇨병학회는 2013~2016년 30세 성인 당뇨병 유병자의 절반이 BMI 25(㎏/㎡) 이상인 비만이었다고 밝혔다. 이중 BMI가 30~35(㎏/㎡) 미만인 고도 비만은 8.4%, BMI가 35(㎏/㎡) 이상인 초고도 비만은 1.8%로 나타났다.
비만으로 발생한 당뇨병은 조기 발견하면 체중감량만으로도 당뇨약을 먹지 않는 수준까지 개선할 수 있다. 안 전문의는 “B씨의 경우 경구용 혈당강하제를 처방받았는데 6개월간 15㎏의 체중을 감량하면서 당뇨약을 중단할 수 있었다”며 “당뇨병 환자가 젊고 유병기간이 길지 않다면 체중감량으로 당뇨약을 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자료=대한비만학회 '2018년 비만 팩트 시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