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공정위, 외부인 접촉제한 논란 커지자 "기자는 제외"

머니투데이 세종=민동훈 기자 2019.02.19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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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인 접촉 관리규정 적용 대상에 기자 포함 모든 외부인으로 확대에 논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사진=뉴스1 김상조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사진=뉴스1


공정거래위원회가 '외부인 접촉 관리규정'을 강화하면서 정당한 언론의 취재 활동까지 가로막을 소지가 있는 조항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나타나 논란이 일고 있다.

19일 공정위가 발표한 '외부인 접촉 관리규정 개정안' 제5조를 보면 외부인과의 접촉을 바로 중단하고 해당 내용을 감사담당관에 보고해야하는 사유에 '조사 정보를 입수하려고 시도하는 행위'가 포함돼 있다.



당초 이 조항의 적용 대상은 △자산 5조원 이상 대기업집단 소속 임원이나 △로펌 등 법률 대리인 △공정위 퇴직자 등 3대 유형의 외부인이다. 문제는 적용대상을 공정위 공무원을 제외한 모든 외부인으로 확대하면서 불거졌다. 즉 언론사의 공정위 출입기자도 외부인으로 간주하고 조사 관련 내용에 대한 접근 자체을 차단키로 한 것이다.

2017년 12월 김 위원장이 외부인 접촉 관리규정을 처음 제정, 발표할 때도 이와 유사한 논란이 일었다. 당시 김 위원장은 출입기자단에 보낸 문자를 통해 "업무관련성이 있는 '모든 민간인 접촉(면담, 전화, 문자, SNS 등)'을 보고하겠다는 약속을 지킬 것"이라며 "기자들을 접촉할 때에도 보고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위원장의 기자접촉 내용(취재내용)이 공정위 감사관실에 보고 돼 관리된다는 데 있다. 민간인인 기자와의 대화내용을 법적 근거없이 단순 훈령에 의해 정부부처가 보관, 관리한다는 것인 만큼 '언론 통제' 시도라는 비판이 거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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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김 위원장은 "접촉보고 대상에서 기자를 제외하겠다. 의도와 다르게 부담을 드린 점 양해바란다"는 문자를 다시 보내는 촌극을 벌였다.

당시엔 김 위원장 개인에 한정돼 보고 의무 대상자를 '기자'까지 넓힌 것이었다면 이번 개정안은 공정위 전 직원에 해당된다는 점에서 우려는 더 크다.


이로 인해 기자가 관리규정 적용 대상에 포함되면 공정위 취재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조사관련 정보 입수 자체가 문제가 되는 것이다. 접촉 중단 및 그 사유의 보고를 규정하고 있는 개정안 5조 1항 나목에는 "조사의 진행에 관한 사항으로서 조사방향, 증거자료 확보상황, 혐의 내용 등 외부에 공개될 경우 증거인멸 등 조사업무 수행에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는 정보"라고 규정돼 있다.

이에 따르면 출입기자라고 하더라도 공정위 직원을 통한 사건 취재는 사실상 불가능해지는 것이다. 예컨대 전원회의 회부 전 검찰의 공소장 격인 심사보고서를 입수해 보도하려 할 경우 관련 내용의 사실 여부를 공정위 직원을 통해 확인하려는 시도를 하는 것조차도 문제시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사건을 보도하는 과정에서 공정위의 조사방식이나 결과에 대한 비판이 들어갈 수 밖에 없다. 이러한 언론보도는 사건 심의 과정에서 중요한 변수가 될 수가 있다. 즉 보도를 위한 취재가 사건에 영향을 주려는 시도로 해석하고 발목을 잡을 수 있다.

퇴직 고위간부들의 부당한 사건 영향력 행사를 막겠다는 것이 외부인 접촉 관리규정 제정 취지인데 기자들까지 외부인에 포함시키는 것은 과잉 규제라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해 유성욱 공정위 감사담당관은 "규정 제정 취지 등을 감안할때 언론의 보도를 방해할 이유가 없다"며 "그러한 우려는 기우"라고 해명했다.

문제는 규정 어디에도 언론의 자유를 보장할 수 있는 조항이 없다는 것이다. 당장 김 위원장이 이 규정을 적용해 언론에 재갈을 물리지 않는다고 해도 이 규정이 살아있는 한 어떤 방식으로 악용될지는 알 수없는 일이다. 이와 관련해 김상조 공정위원장은 "언론의 자유로운 취재를 방해할 의도는 추호도 없다"며 "외부인 접촉규정을 통해 불합리한 관행을 바로잡겠다는 취지인 만큼 개정안에 '기자의 정당한 취재활동은 예외로 한다'는 단서조항을 명문화할 것을 약속한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지금도 정부부처 가운데 핵심 업무인 사건 관련 취재가 가장 어려운 부처로 통한다.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중대하다는 이유로 이미 기사화된 내용의 확인조차도 'NCND'(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갖고 있다. 시장경제를 지키는데 외압에 흔들리지 않겠다는 의지는 박수 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국민의 알권리까지 법도 아닌 훈령으로 제한하겠다는 발상은 권위주의 시절에나 있을 법한 일이다. 기자에 대한 접촉을 제한할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기자를 만나 정책을 홍보하고 정확한 사실을 전달하는 직원에 인센티브를 주는 게 시장경제 지킴이인 공정위가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되찾는 더 좋은 방법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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