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시진핑 '무역전쟁' 담판보다 중요한 건…

머니투데이 뉴욕(미국)=이상배 특파원 2019.02.14 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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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시각] '미중 무역전쟁 타결' 베팅한 뉴욕증시, 이틀째 랠리…"가장 중요한 변수는 기업 실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언제부터 뉴욕증시가 백악관의 지배를 받았던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말 한마디가 미국 증시를 들었다 놨다 한다. 미중 무역협상, 멕시코 국경장벽 예산에 얽힌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 인프라 투자와 약값 인하 문제까지.

그럴만도 하다. 미중 무역협상은 국제 교역량을 매개로 글로벌 경제성장률을 좌우한다. 셧다운도 소비경기에 직격탄이다. 그러나 이런 게 적정 주가, 즉 기업가치 자체를 바꿔놓지는 못한다. 미중 무역협상을 넘어 올해 기업 실적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문제는 상반기 기업 실적 전망이 그다지 밝지 않다는 점이다.



13일(현지시간) 뉴욕증시는 전날에 이어 랠리를 이어갔다. 시장은 미중 무역협상 타결에 베팅했다.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전일 대비 117.51포인트(0.46%) 오른 2만5543.27로 거래를 마쳤다. 인텔과 IBM이 지수 상승을 주도했다.

S&P(스탠다드앤푸어스) 500지수는 8.30포인트(0.30%) 오르며 2753.03으로 장을 마감했다. 유가 급등에 에너지주들이 강세를 보였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종합지수도 7420.38로 전일에 비해 5.76포인트(0.08%) 상승했다. 대형 기술주 그룹인 'FAANG'(페이스북·아마존 · 애플 · 넷플릭스 · 알파벳) 중에선 2%대 하락한 넷플릭스를 제외하곤 모두 보합세였다.



미중 무역협상에 대한 낙관론이 증시를 밀어올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이반 두케 콜롬비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열기 전 기자들과 만나 "매우 유능한 사람들이 중국과의 협상을 위해 현재 중국에 가 있다"며 "매우 잘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무슨 일이 일어날지 지켜볼 것"이라며 "그들(중국)은 우리에게 엄청난 존경심을 보여주고 있다. 이는 예전에 비해 큰 차이"라고 했다.

전날 트럼프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기자들과 만나 "미중 두 나라가 진짜 합의에 가까이 있고 그 합의가 완성될 수 있다면 협상 시한을 잠시 흘러가게 내버려 둘 수도 있다"며 대중 무역협상의 시한을 당초 다음달 1일에서 다소 연기할 수 있다는 뜻을 밝혔다. 이 경우 다음달 2일부터로 예고된 미국의 대중 추가 관세 부과도 유예될 수 있다.

세븐스리포트의 탐 에싸예 창립자는 "미중 무역협상의 3월1이란 데드라인이 유동적이란 사실을 시장은 이미 알고 있었고, 이번에 단지 확인된 것 뿐"이라면서도 "만약 미중 무역협상이 타결된다면 이는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를 낮춰 올해 주식 랠리를 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무역협상 최종담판은 다음달 중 이뤄질 것으로 전망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스티븐 센스키 미국 농무부 부장관은 이날 재생연료 산업 콘퍼런스에 참석, "미·중 정상이 3월 언젠가 만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미중 양국은 지난해말 90일간의 무역전쟁 휴전에 들어갔다. 당초 미국은 다음달 1일까지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이튿날인 2일부터 중국 상품 2000억달러 어치에 대해 관세를 종전의 10%에서 25%로 올려 부과할 예정이었다. 이 경우 중국도 600억달러 상당의 미국 상품에 대해 보복관세를 부과할 계획이었다.

US뱅크자산관리의 에릭 바이건드 선임 포트폴리오매니저는 "적절한 물가상승률과 지속적인 경제성장률 등이 뒷받침된다면 미중 무역협상의 진전이란 모멘텀이 유지될 수 있다"면서도 "좀 더 멀리볼 때 시장의 가장 중요한 변수는 기업 실적 호조세가 이어질지 여부"라고 했다.

헐 택티컬의 페트라 바코소바 수석운영관리자는 "지난해말 주가 폭락은 합리적인 가격에 주식을 살 수 있는 기회였다"며 "지금은 주가가 고평가됐다고 볼 수 있는 지점으로 돌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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