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관세공격에 中 첨단산업 타격 시작됐다

머니투데이 베이징(중국)=진상현 특파원 2019.01.23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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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용 로봇, 신에너지차, 집적회로 등 성장세 꺾여…
美의 중국 기술 견제 강화 '중국 제조 2025' 기로에

미국의 고율 관세 공격으로 인한 수요 위축으로 중국의 첨단 산업과 관련한 생산이 이미 타격을 받기 시작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내에서 중국의 첨단 기술 획득을 견제하는 법 개정 등이 진행되고 미중 무역 협상에서도 중국의 첨단 산업 육성 정책이 도마 위에 올라 있어 중국의 '기술 굴기'가 심대한 도전에 직면했다는 평가다.

美 관세공격에 中 첨단산업 타격 시작됐다


◇산업용 로봇, 신에너지차, 집적회로 등 성장 꺾여= 23일 중국 국가통계국이 지난 21일 발표한 지난해 12월 중 산업생산 동향에 따르면 중국의 산업용 로봇 생산량은 지난해 11월 7% 하락에 이어 12월에는 전년 대비 12.1%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의 대규모 보조금을 받고 있는 전기차 등 신에너지자동차 생산도 11월 24.6% 증가에서 12월 15.5% 증가로 성장이 둔화됐다. 스마트폰, 컴퓨터, 기타 전자기기, 첨단산업, 군수품 등이 작동할 수 있게 하는 집적회로(IC)도 11월 7% 증가에서 12월엔 2.4% 감소로 돌아섰다. 지난해 전체 산업 생산도 6.2% 증가에 그쳐, 2017년 6.6%에 비해 부진했다. 제조업, 광업, 공공사업, 발전사업 등이 포함된 산업생산은 중국 GDP(국내총샌산)의 40%가량을 차지한다. 노무라증권은 그나마도 광업 부문이 성장하면서 제조업과 공공사업 부문의 둔화를 상쇄했다고 분석했다.



첨단 산업과 관련한 제조 부문의 부진은 미국과의 무역전쟁으로 인한 타격이 주요인으로 꼽힌다. 미국이 부과한 높은 관세가 기업과 소비자들을 위축시키고 경제 흐름의 악순환을 고착화시킴으로 수요 감소를 야기했다는 분석이다. 수요 부진으로 중국의 수출도 지난해 12월 전년 동기 대비 4.4% 감소하는 등 둔화가 두드러졌다. 지난 2016년 12월 이후 가장 큰 감소폭이다.

중국 정부는 첨단 산업 관련 제품 제조와 수출 촉진을 통해 중국 경제를 도약시키고, 첨단 기술 분야 강국으로 거듭나기 위한 계획을 세우고 추진해왔다. 지난 2015년부터 추진된 '중국 제조 2025'이 대표적이다. 이 정책은 로봇, 항공우주, 5G 통신, 신소재, 신에너지 자동차 등 10개 첨단산업을 지원하고 육성해 해당 분야의 제품을 국산으로 대체하고 서구의 기술 거인들에 맞설 수 있는 글로벌 기업들은 만들어내는 것을 목표로 한다.



중국 광둥성의 한 제조공장/사진=진상현 베이징 특파원.중국 광둥성의 한 제조공장/사진=진상현 베이징 특파원.
◇美의 中 기술 견제 강화…'중국 제조 2025' 기로= 중국의 이같은 노력은 국내외의 수요 약화와 미국과의 무역전쟁으로 인해 도전에 직면했다. 미국은 2500억 달러에 달하는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관세를 부과했으며 협상이 잘되지 않을 경우 관세 부과 규모를 2배로 늘릴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중국도 이에 맞서 1100억 달러 규모의 미국산 수입품에 대해 관세를 부과한 상태다. ING 그룹의 아이리스 팡 이코노미스트는 "무역전쟁으로 인해 생산자들은 포장이나 물류에서 쓰이는 로봇 등을 중국이 아닌 다른 곳에서 만드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면서 "아마도 베트남이 결국 더 나은 선택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 제조 2025' 정책도 기로에 서 있다. 미국 등 서구 국가들은 국가가 집중적으로 육성하는 중국의 산업 정책이 외국기업들에 불공정을 야기하고 시장 왜곡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주장해왔다. 이달 말로 예정된 미중간의 고위급 무역협상을 앞두고 미국상공회의소와 주중 미상공회의소가 공동으로 '중국 제조 2025'를 비판한 보고서를 작성해 미 무역대표부(USTR)에 제출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2일(현지시간) 보도하기도 했다. WSJ은 이 보고서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 중국과의 무역협상에서 중국을 압박할 더 많은 증거를 제공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 내에서 중국의 기술 획득을 견제하는 움직임도 속도를 내고 있다. JP모건은 최근 보고서에서 미국 내 외국인 투자 규제를 강화하고 미국 스타트업 인수를 통한 새롭게 부상하는 기술이나 원천 기술의 이전을 제한하는 외국인 투자법의 개혁이 첨단기술 분야에서 점유율을 높이려는 중국의 계획을 크게 지연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JP모건은 "(미국의) 비관세 조치들은 5G 통신, 정보기술, 인공지능, 로봇공학, 바이오의학, 신에너지 등 중국의 기술 향상과 제조업 고도화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분야를 조준하려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결국 중국의 제조업 및 서비스업 고도화 노력에 대한 도전이 점점 거세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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