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의 가격 하락은 우선 전세계적인 규제 강화와 ICO(가상자산 공개)에 대한 신뢰 하락에서 찾을 수 있다. 국내에서는 투자자보호와 자금세탁방지 등을 이유로 실명확인 가상계좌서비스를 실시하면서 가상자산으로 신규자금 유입이 사실상 차단됐고 ICO는 원칙적으로 금지돼 있다. 미국 등 다른 대다수 국가도 가상자산이 테러자금 등으로 쓰일 수 있다며 규제를 강화했다. ICO를 통해 자금을 조달한 후 잠적하는 등 스캠(사기)이 기승을 부리면서 ICO에 대한 신뢰도 무너졌다.
하드포크 논란은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회의도 가져왔다. 기존 블록체인에 개선하기 어려운 점이 있어 새로운 체인으로 교체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의미할 뿐만 아니라 필연적으로 생태계 참여자들의 다툼을 유발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미 블록체인에 대해서는 ‘전력 소비가 과도하다’, ‘속도에 한계가 있어 금융서비스에 적용하기 어렵다’ 등의 문제가 꾸준히 제기된 상태다.
‘51% 공격’도 블록체인의 한계로 꼽힌다. 블록체인은 참여자들이 합의한 거래를 블록을 쌓듯 연결해가는 기술인데 모든 참여자들의 찬성을 기다릴 수 없어 과반수가 참여하면 거래를 완성한다. 이때 특정 세력이 51%를 확보하면 거짓 기록을 쌓아갈 수 있는데 이것이 ‘51% 공격’이다. 실제로 지난 5월에 ‘51% 공격’으로 비트코인 골드 200억원 어치를 훔쳐가는 해킹이 발생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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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자산의 가격 하락은 토큰 이코노미의 기반을 흔들고 있다. 현재의 자본주의는 건물주가 가져가는 임대료에서 알 수 있듯 필연적으로 ‘돈’을 가진 사람이 대부분의 이익을 독점하는 구조다. 반면 블록체인과 이를 활용한 토큰 이코노미는 생태계에 참여한 모든 사람이 가치를 나눠 가질 수 있다는 점이 주목받았다.
예컨대 유튜브에선 광고비 대부분이 플랫폼 사업자인 구글의 몫이고 콘텐츠 제공자는 극히 일부만 가져간다. 반면 블록체인으로 유튜브와 같은 동영상 플랫폼을 만들면 콘텐츠 제공자와 광고주가 구글과 같은 플랫폼 사업자 없이 바로 연결돼 콘텐츠 제공자가 모든 이익을 온전히 누릴 수 있다.
블록체인 기반의 플랫폼을 개발한 사람은 ICO로 자금을 조달하고 플랫폼이 활성화되면 발행한 가상자산 가치가 올라 돈을 버는 구조다. 하지만 가상자산의 가격 하락으로 ICO 인기가 시들해지며 블록체인 개발 자체가 어려워졌다. 이미 발행한 가상자산도 가치가 하락해 블록체인 사업자가 사업을 확장하기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프라이빗 블록체인이 주목 받으며 가상자산 무용론이 나오는 것도 코인 이코노미를 위협한다. 블록체인은 불특정 다수가 참여하는 퍼블릭 블록체인을 유지하기 위한 보상인 만큼 특정 사람들만 참여하는 프라이빗 블록체인에서는 가상자산이 필요없다. 기업들은 프라이빗 블록체인을 구성해 가상자산 없이 필요한 기술만 이용하는 추세다.
다만 가상자산 가격 하락이 토큰 이코노미의 붕괴나 블록체인 기술의 무용을 뜻하는 게 아니라는 반론도 있다. 비트코인 가격은 지난해말 대비 10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으나 지난해초보다는 여전히 2배 이상 높은 상태다. 2017년 1월 비트코인 가격은 100만원 안팎이었다.
공태인 코인원 리서치센터장은 “주가가 떨어졌다고 주식시스템 자체를 부정하지는 않는 것처럼 가상자산 가격이 떨어졌다고 가상자산이 의미가 없어지는 건 아니”라며 “1년 전 과도한 붐업으로 블록체인 생태계 전체가 취해 있었다면 내년에는 가상자산과 거래사이트 모두 옥석이 가려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