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스마트폰에 쫓기는 삼성전자…내년 '1위 자리' 내주나

머니투데이 김재현 이코노미스트 2018.12.24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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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게보고 크게놀기]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에 의해 사면초가에 놓인 삼성전자

편집자주 멀리 보고 통 크게 노는 법을 생각해 봅니다.

중국 스마트폰에 쫓기는 삼성전자…내년 '1위 자리' 내주나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의 추격이 무섭다. 중국 최대 IT업체인 화웨이가 2분기부터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2위를 차지할 정도로 삼성전자를 바짝 뒤쫓고 있다. 그 외에 샤오미, 오포, 비보 등 중국업체가 4~6위에 포진해 있다.

최근 몇 년 간 화웨이의 스마트폰 사업도 급성장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3분기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화웨이(14%)와 삼성전자(19%)의 점유율은 5%p 차이에 불과하다.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애플뿐 아니라 안드로이드 진영의 화웨이로부터도 집중적인 견제를 받고 있다.



◇중국 4대 스마트폰업체 점유율 40% VS 삼성 19%
중국의 4대 스마트폰 업체(화웨이, 샤오미, 오포, 비보)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합치면 40%가 넘는다. 삼성전자 점유율의 두 배가 넘는다. 삼성전자는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에 의해 사면초가에 처한 상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화웨이의 성장 속도는 현기증이 날 정도다. 지난해 화웨이의 스마트폰 판매량은 1억5300만대였는데, 올해는 30% 넘게 증가한 2억대 돌파가 확실시된다.



반면 올해 삼성전자 판매량은 2억9400만대로 전망되는데, 이는 지난해 판매량(3억1800만대)보다 적을 뿐 아니라 2012년 이후 처음으로 판매량이 3억대에 못 미치는 셈이다. 삼성전자가 뒷걸음질 하는 동안 화웨이는 앞으로 성큼 나섰다. 만약 내년에도 화웨이가 30%의 성장세를 달성한다면, 그야말로 삼성을 바짝 뒤쫓게 된다.

우리나라는 삼성전자라는 굴지의 스마트폰업체가 있기 때문에, 애플 외에 다른 나라 기업이 만든 스마트폰을 보기 힘들다. 하지만 중국 스마트폰은 이미 대세다. 지난 11월 말 중국 칭다오의 쇼핑몰에 들렀을 때, 화웨이 매장에서 프리미엄 스마트폰인 메이트20 프로를 요리조리 살펴보는 중국인들과 마주쳤다.

OLED 엣지 디스플레이와 라이카 트리플 카메라를 장착한 이 모델은 삼성의 갤럭시 S9이나 갤럭스 노트 9에 전혀 뒤지지 않아 보였다. 화웨이의 프리미엄 스마트폰은 가격도 삼성 프리미엄 스마트폰과 별 차이가 없다.


이 같은 사실을 반영하듯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1%에도 못 미친다. 얼마 전 삼성전자가 텐진 스마트폰공장 가동을 곧 중단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중국 언론은 기다렸다는 듯이 삼성전자의 중국시장 점유율이 2013년 20%에서 0%대로 떨어지는 데 5년 밖에 안 걸렸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지난 5년 동안 화웨이, 샤오미, 오포, 비보 등 중국 스마트폰업체들이 급성장한 결과다. 이제 이들 업체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삼성을 타깃으로 삼고 있다.

인도도 샤오미가 삼성전자를 제치고 시장 점유율 1위에 오를 정도로 중국 스마트폰의 열풍이 거세다. 시장조사업체인 IDC에 따르면, 3분기 인도시장에서 샤오미는 27.3%의 점유율로 삼성(22.6%)을 따돌렸다. 전년 대비 성장률 역시 샤오미(27%)가 삼성(4.8%)보다 훨씬 높다.

올해 인도를 공략하는 샤오미의 핵심 제품 중 하나는 포코폰 F1이다. 필자가 이 제품을 직접 사용해본 결과는 대만족이다. AP는 갤럭시노트 9과 같은 퀄컴의 스냅드래곤 845, 배터리 용량도 갤럭시노트 9과 동일한 4000mAh로 대용량 제품이다.

그런데 6GB 램과 64GB의 저장공간을 갖춘 모델 가격은 40만원에도 못 미친다. 방수기능과 근거리통신(NFC) 등 버릴 건 버리고 가성비를 최우선시했기 때문이다. 하드웨어 뿐 아니다. 안드로이드 기반 커스텀 롬인 MIUI도 노골적인 애플 따라하기가 느껴졌지만 성능은 훌륭했다. 삼성의 샤오미와의 경쟁이 쉬워 보이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인도 뿐 아니다. 유럽, 아프리카, 중동시장(EMEA)에서 삼성이 아직까진 1위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화웨이 등 중국 스마트폰업체의 점유율이 갈수록 높아지는 추세다. IDC에 따르면, 3분기 EMEA시장에서 삼성전자가 30.1%의 점유율로 1위, 화웨이가 19.3%의 점유율로 2위를 차지했다.

이 중에서도 유럽시장은 화웨이가 프리미엄 폰으로 집중 공략하는 시장이다. 대신 북미시장은 미국 정부가 사실상 화웨이의 진입을 막아서 진입을 못하고 있으며 삼성과 애플의 점유율이 높다.

이처럼 북미시장을 제외한 전 세계 시장에서 화웨이, 샤오미 등 중국 스마트폰업체가 삼성을 맹추격하고 있다. 특히 iOS 생태계를 갖춘 애플과 달리, 삼성전자가 속한 안드로이드 진영은 하드웨어 경쟁 위주이기 때문에 더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향후 삼성 스마트폰의 실적 전망이 밝아 보이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삼성에 반도체를 대신할 캐시카우는
삼성전자 사업부문은 크게 DS부문(반도체, LCD), IM부문(IT, 스마트폰)과 CE부문(가전)로 나누어져 있다. 대부분의 영업이익은 DS부문과 IM부문에서 나온다.

2016년 하반기부터 삼성전자의 실적을 견인한 건 반도체였다. 특히 올해 3분기 반도체가 있는 DS부문의 영업이익은 사상 최고치인 14조5600억원을 기록했다. 문제는 반도체 경기가 꺾이고 나면, 지금과 같은 실적을 지탱할 수 있는 캐시카우가 사라진다는 데 있다.

스마트폰은 반도체 영업이익 감소를 상쇄하기 어려워 보인다. 2013년 3분기 스마트폰을 포함한 IM부문의 영업이익은 6조7000억원으로 최고치를 기록한 후 하락추세가 지속됐다. 올해 3분기에는 2조2200억원까지 떨어졌다. 화웨이와 샤오미의 추격이 계속되면 내년에도 전망이 어둡다.

지금까지 삼성전자는 메모리반도체와 스마트폰이 엇갈린 시기에 실적을 견인하면서 다른 사업부문의 부진을 상쇄해왔다. 그런데 이번 반도체 호황이 끝나고 나면, 2012~13년처럼 스마트폰이 실적을 견인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대세다.

삼성전자는 2016년 말 자동차 전장업체인 하만을 인수하는 등 신성장 동력을 적극적으로 찾고 있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아직 5G, AI, 전장 등 신성장 분야에서 반도체와 스마트폰 정도에 비견될 만한 사업 기반을 구축하지 못했다.

만약 내년부터 반도체 호황이 점차 종료된다면, 삼성전자 앞에 놓은 선택은 두 가지다. 스마트폰 전성기를 재현하거나, 단기간 내 반도체와 스마트폰에 필적할 캐시카우를 육성하는 일이다. 지금으로선 둘 다 어려운 과제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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