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금융당국, 약관 자율성 안주나 못주나

머니투데이 권화순 기자 2018.12.07 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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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한폭탄 고무줄 금융약관]<4>보험업법 개정안 2년째 국회 표류..금융당국 "소비자 신뢰얻는 게 먼저"

편집자주 자살보험금과 즉시연금 등 금융회사의 약관을 놓고 수천억원대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뭐가 문제길래 약관은 금융회사의 덫이 된 걸까. 약관은 어떻게 만들어지고 어떤 문제가 있는지, 약관을 둘러싼 분쟁을 해소해 소비자를 보호하고 금융회사도 짐을 덜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살펴봤다.

[MT리포트]금융당국, 약관 자율성 안주나 못주나


금융위원회는 지난 2015년 '보험산업 경쟁력 강화 로드맵'을 발표하면서 10개의 표준약관을 폐지하고 실손의료보험과 자동차보험의 경우 표준약관 제·개정 권한을 민간 기구인 상품심의위원회에 넘기겠다고 발표했다. 이듬해 김종석 자유한국당의원이 약관 사후보고를 골자로 한 보험업법 개정안을 발의했으나 2년 넘게 별다른 진전이 없다.

표준약관 폐지는 금융위 발표 당시부터 논란이 있었다. '규제완화'가 정책 목표였던 박근혜 정부 시절 보험산업은 규제가 가장 강한 분야로 지목됐다. 특히 금융감독원의 약관 사전심사로 인해 "붕어빵 상품을 양산한다"는 비판이 나왔다. 이에 금융위는 보험가격 자율화와 상품의 사후보고제 전환을 추진했다. 실제 '새로운 위험률'을 이용한 신상품이 아니면 상품을 자율적으로 출시한 뒤 분기마다 금융감독원에 보고하는 사후보고제가 도입됐다.



문제는 실손보험, 자동차보험 등 주요상품 10개의 표준약관이다. 표준약관은 금융위 권한을 위임받은 금감원이 시행세칙에 따라 만들고 각 보험상품에 적용하도록 한다. 표준약관은 △보험금 지급, △계약 전 알릴 의무, △보험계약의 성립과 유지, △계약의 해지와 해지환급금 등 소비자 권리와 관련한 주요 사항을 담고 있다. 이 때문에 금감원은 "표준약관은 상품 자율성과 상관 없는데다, 소비자 보호를 위한 최소한의 장치"라며 폐지나 제·개정권 이관에 부정적인 입장이었다.

지난 2년 동안 보험업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표류하고 있는 사이 '잘못된 약관'으로 인해 자살보험금 문제가 터졌고 이어 즉시연금 사태가 발생했다. 수년 전 만든 약관 문구 하나로 보험산업 전체가 휘청거리고, 보험산업에 대한 신뢰도도 크게 떨어졌다. 금융위 관계자는 "판박이 상품을 지양하고 경쟁을 촉진하려면 약관에 대한 자율권을 보험회사에 주는 것은 원칙적으로 맞다"면서도 "다만 보험회사의 자율성은 소비자보호라는 틀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보험업계가 자율권을 달라고 할 만큼 역량을 갖고 있는지, 소비자 신뢰를 받고 있는지도 돌아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즉시연금 사태를 계기로 금감원은 보험약관 문제를 포함에 보험산업 근본의 문제점을 찾아 처방전을 내놓겠다며 외부위원으로 구성된 '보험산업 혁신 TF'를 가동 중이다. 또 과거 판매된 상품 가운데 약관 문제가 더 없는지 찾아보기 위해 이달부터 보험회사 자율감리제도를 시행한다. 보험회사 스스로 문제의 약관을 찾아 시정하라는 뜻이다. 이와 함께 보험상품 개발시 보험약관에 대한 법적 검토를 의무화하고 내부 상품개발위원회 운영 등에 대한 내부통제 강화 방안도 추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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