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커피숍·빵집을 열면 대박이겠죠”

머니투데이 강상규 소장 2018.12.0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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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로드]<67>'새로운 기회의 땅' 북한의 개방을 기다리는 사람들

편집자주 i-로드(innovation-road)는 기업이 혁신을 이루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를 알아보는 코너입니다.

/그래픽=김현정 디자인기자/그래픽=김현정 디자인기자


# “북한 평양이나 개성에 빵집을 오픈하면 대박이겠죠? 커피숍도 잘 되겠죠?”

북한이 개방되면 북한에 진출해 투자나 사업을 하려고 계획하는 사람들이 꽤나 많다. 최근 대학동문 모임에서도 북한 투자에 대한 관심이 뜨거웠다. 그 중에서도 북한에 빵집이나 커피숍을 오픈하면 대박일 거라는 얘기가 가장 솔깃하게 들렸다.

북한에서 장사를 하면 잘 될 업종이 비단 커피숍이나 빵집만이 아닐 것이다. 치킨집이나 햄버거집, 김밥집도 북한에서 대박일 가능성이 높다. 지난 4월 남북정상회담을 하루 앞두고 문정인 대통령 외교안보특별보좌관은 "(미국의) 맥도날드가 평양에서 가게를 열었으면 좋겠다는 얘기가 나왔다"고 말한 적이 있다. 문 특보는 외교안보적인 측면에서 맥도날드 얘기를 꺼냈지만, 동시에 북한에서도 먹는 장사가 비즈니스 측면에서 유리할 것이라는 점을 암시하기도 한다.



그러자 지난 10월 열린 ‘제1회 프랜차이즈산업인의 날’ 개회사에서 박기영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협회장은 “평양거리에 맥도날드보다 우리 프랜차이즈 브랜드가 먼저 매장을 열어야 한다”고 말해 화제가 됐다. 이어 박 협회장은 머니투데이 기고를 통해 "북한에 진출만 할 수 있다면 '개인 돈'이라도 투자할 용의가 있다"고 말할 정도로 적극적인 회원사 임원 대표가 있다고도 밝혔다. 그만큼 프랜차이즈 업계에서 북한 진출을 기대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 "파주 민통선 토지 가격 4년 만에 4배 뛰었다."



그런데 북한의 개방을 기대하는 사람들 가운데 부동산 투자자들만큼 발 빠르게 움직인 이들도 없을 것이다. 2014년 박근혜 전 대통령의 “통일은 대박” 발언 직후 많은 사람들이 개발 수혜를 기대하고 남북 접경지인 경기도 파주 일대의 토지를 대거 매수했다. 4년이 지난 지금 민통선 토지 가격은 4배나 올랐다.

지난 4·27 판문점 남북정상회담 이후에도 “유모차를 끌고 와 토지를 보겠다는 손님들이 줄을 이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많은 투자자들이 몰려들어 파주 일대 토지 거래가 급증하고 토지 가격이 급등했다. 파주시의 올 상반기 지가상승률은 5.6%로 전국 1위를 차지할 정도였다. 두 달여 만에 토지 가격이 2배가 뛰기도 했다.

필자가 두 달 전 미국에 갔을 때도 북한이 개방되면 평양의 부동산 투자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미국 교포들이 상당수에 달한다는 얘기를 듣고 ‘역시 부동산산이구나’라고 무릎을 친 적이 있다. 아울러 '북한이 개방되면 전 세계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찾아 북한에 구름같이 몰려 들겠구나'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쳤다.


# "북한에 전 재산을 투자하고 싶다."

실제로 워런 버핏(Warren Buffett), 조지 소로스(George Soros)와 함께 세계 3대 투자자로 꼽히는 짐 로저스(Jim Rogers)는 이미 2015년 북한에 전 재산을 투자하고 싶다고 말하기까지 했다. 그리고 2016년엔 북한 화폐와 채권에 투자했다고도 밝혔다.

로저스는 지난 6월 싱가포르 북미회담에 앞서 싱가포르에서 삼성증권 구성훈 대표이사와 만나 "북한경제개발이 본격화되면...한국 자본이 북한의 잘 교육된 젊은 인력, 풍부한 자원과 큰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이를 통해 "한국 기업과 경제는 새로운 도약의 계기를 맞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7월 초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몇 년 내 세계 경제가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한국은 북한의 개방과 경제 발전으로 (세계 경기 침체에) 덜 영향을 받을 것"이라며 "북한 개방이 한국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미국의 대북 제재만 풀리면 3개월 후엔 금강산 관광 재개가 가능하다.”

국내 기업 중에는 20년 전 금강산 관광을 시작한 현대그룹이 아마도 북한의 전면 개방을 가장 고대하는 기업일 것이다. 지난달 18일 ‘금강산 관광 20주년 남북공동행사’에 참석한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미국의 대북 제재만 풀리면 3개월 후엔 금강산 관광 재개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지난 9월 평양 남북정상회담에서도 금강산 관광 ‘조건부 정상화’가 합의된 바 있다.

현대그룹은 금강산 관광외에 북한의 7대 SOC(사회간접자본) 사업권을 갖고 있다. 이 사업권에는 주요 명승지 종합 관광사업(백두산, 묘향산, 칠보산)을 비롯해 통신, 전력, 통천비행장, 금강산물자원 등이 포함돼 있다. 따라서 북한이 개방만 되면 이들 사업권을 갖고 있는 현대그룹은 남들에 앞서 수익성 높은 비즈니스 기회를 추구할 수 있는 유리한 위치에 놓여 있다.

2016년 2월 이후 가동이 중단된 개성공단에 입주해 있던 123개 국내 기업들도 북한이 하루속히 개방 되기를 기다리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게다가 1단계 100만평 분양도 완료되지 않아 앞으로 북한이 개방되면 추가 입주를 희망하는 국내 기업들이 다수 나올 가능성이 크다. 현재 30만평만 분양돼 있는 상태다.

개성공단은 애초에 공단만 800만평 규모로 조성될 계획이었기에 북한이 개방돼 당초 계획대로 개성공단이 조성이 되면 당초 예상대로 5000여개의 국내외 기업들이 입주할 것으로 쉽게 기대할 수 있다. 그리고 개성공단은 2,3단계 확장 공사를 통해 1200만평 규모의 배후도시를 조성한다는 계획을 애초에 세워뒀기 때문에 이것마저 실현되면 정말 엄청난 비즈니스 기회가 열릴 수 있다.

# "남북공동철도조사단을 태운 열차가 30일 오전 경기도 파주시 비무장지대내 경의선철도통문을 지났다. 남북은 이날부터 18일간 경의선 개성-신의주 400km 구간과 동해선 금강산-두만강 800km 구간 등 북한 철도에 대한 공동조사를 진행한다."

지난달 30일부터 시작돼 이달 17일까지 진행되는 남북 철도 공동조사는 북한이 비즈니스 측면에서 새로운 기회의 땅이라는 사실을 앞당기는 촉매제 역할을 할 것이다. 일각에선 북한의 노후 철도 현대화 사업에 수조원의 비용이 들 것이라며 "북한에 돈을 퍼준다"고 비난을 하지만 비즈니스 측면에서 보면 엄청난 기회를 위한 투자일 뿐이다. 북한의 노후 항만 현대화 사업도 마찬가지다.

일각에선 정치외교안보적인 측면에서 북한이 개방되는 것은 헛된 꿈이라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그러나 기업가의 '동물적인 본능'(animal spirit)으로 북한을 보면(=비즈니스 측면에서 보면) 북한은 새롭고 엄청난 기회의 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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