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남 삼성전자 대표이사가 23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삼성전자-반올림 중재판정 이행합의 협약식'에서 사과문 발표 도중 고개 숙여 사과를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삼성전자 반도체사업을 총괄하는 김기남 DS(디바이스솔루션) 대표는 23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삼성전자-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중재판정 이행합의 협약식'에서 사과문과 이행방안을 발표했다.
김 대표는 반올림 피해자 앞에서 준비된 사과문을 낭독하는 방식으로 공식 사과했다. 김 대표는 "병으로 고통받은 근로자와 그 가족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머리를 숙였다.
삼성전자 대표이사가 반도체·디스플레이 직업병과 관련해 기자회견 방식으로 사과한 것은 2014년 5월 당시 권오현 DS부문장(현 삼성종합기술원 회장) 이후 4년 6개월여 만이다.
삼성전자는 중재안에 따라 회사 홈페이지에 사과문과 지원보상 안내문을 게재하고 지원보상을 받은 반올림 피해자에게 개별적으로 대표이사 명의의 사과문을 전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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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삼성전자-반올림 중재 판정 이행 협의 협약식에서 김기남 삼성전자 대표이사(왼쪽), 김지형 조정위원장(가운데), 황상기 반올림 대표가 협약서를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또 "정부와 국회가 안전보건에 관한 사업주의 책임을 엄격히 묻는 법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며 "대기업들은 솔선해서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 달라"고 밝혔다.
삼성전자와 반올림은 피해자 지원보상업무 위탁업체로 법무법인 지평을 선정했다. 지원보상위원회 위원장은 조정위원장을 맡아 중재안을 이끈 김지형 전 대법관이 맡기로 했다. 삼성전자가 별도로 출연하는 산업안전보건 발전기금 500억원을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에 기탁하기로 했다.
11년 동안 이어진 조정과 중재가 마침표를 찍으면서 앞으로는 합의사항대로 지원보상 절차가 개시된다. 김지형 위원장은 "조속한 시일 안에 피해자 지원보상이 이뤄지도록 지원보상 사무국과 지원보상위원회 구성 작업에 곧바로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삼성전자와 반올림은 난제였던 피해 보상 범위 확대에 합의하면서 분쟁 해결에 이르렀다. 보상 범위는 삼성전자 최초의 반도체 양산라인인 기흥사업장 제1라인이 준공된 1984년 5월17일 이후 반도체·LCD 라인에서 1년 이상 근무한 삼성전자 전·현직 직원과 사내협력업체 전·현직 직원 모두로 확정됐다. 지원보상 기간은 1984년 5월17일부터 2028년 10월31일까지다. 그 이후는 10년 후 별도로 정하기로 했다.
지원보상 질병은 백혈병, 비호지킨림프종, 다발성골수종, 폐암 등 16종의 암이다. 지금까지 반도체·LCD와 관련해 논란이 된 암 중 갑상선암을 제외한 거의 모든 암을 포함하기로 했다.
희귀암 중에서 환경성 질환이 모두 포함되고 다발성 경화증, 쇼그렌증후군, 전신경화증, 근위축성측삭경화증 등 환경적 요인으로 발병한다고 알려진 희귀질환 전체도 포함됐다.
보상액은 백혈병이 최대 1억5000만원, 뇌종양·다발성골수종은 1억3500만원이다. 희귀암의 경우 추후 구성될 보상위원회가 중증도를 판정해 매우 중할 경우 1억원, 경미할 경우 2500만원을 지원한다.
조정위는 "이번 중재의 기조는 반도체·LCD 작업환경과 질병과의 인과관계에서 어느 정도 불확실성을 전제로 해 피해자 구제를 최우선으로 하기 위해 개인별 보상액은 낮추되 피해 가능성이 있는 사람을 최대한 포함하기 위해 보상범위를 대폭 확대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