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즈원과 일본에서의 K-POP

백설희 (칼럼니스트) ize 기자 2018.11.19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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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즈원과 일본에서의 K-POP


지난 10월 29일에 발매된 아이즈원의 데뷔 앨범 ‘COLOR*IZ’가 초동 80,822장(한터차트 기준)을 기록하며 역대 걸그룹 데뷔 앨범의 초동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Mnet ‘프로듀스 48’이 최종 화까지 이전 시리즈들보다 낮은 시청률을 기록한 점 등을 감안하면 결과적으로 성공적인 데뷔를 치른 셈이다.

일본에서의 반응도 나쁘지 않다. 외려 일본 멤버인 혼다 히토미와 야부키 나코, 그리고 미야와키 사쿠라가 일본식 아이돌 프로듀싱에서 벗어나 다행이라는 반응이 주를 이룬다. 이와 관련해서는 아이즈원의 데뷔를 앞두고 공개된 ‘NO WAY MAN’을 참고할 수 있다. 11월 28일 발매 예정인 ‘NO WAY MAN’은 AKB48 활동을 잠정 중단하기 전에 세 명이 마지막으로 참여한 싱글 앨범이다. 일부러 ‘프로듀스 48’을 염두에 두고 메인 멤버들을 파이널 생방송에 진출했던 이들로 구성했다. 이에 유튜브에 올라온 뮤비 조회수가 500만을 넘기는 등 괜찮은 성과를 보여주고 있지만, 아이즈원의 데뷔곡 ‘라비앙로즈’의 뮤비 조회수가 2,200만을 넘기면서 화제성은 완벽히 아이즈원으로 넘어왔다. 게다가 곡이나 뮤비, 안무의 퀄리티 역시 아이즈원과 비교당하며 혹평을 면치 못하고 있다. ‘프로듀스 48’로 유입된 팬은 물론 기존 AKB48 팬덤은 아키모토 야스시가 프로듀싱했던 ‘반해버리잖아?’와 같은 곡을 기대했지만 K-POP은커녕 오히려 일본식 아이돌 프로듀싱에서 벗어나지 못한 결과물이 나온 것이다. 마찬가지로 ‘프로듀스 48’에서 중도 탈락한 멤버들로 구성된 커플링곡 ‘알기 쉬워서 미안’ 역시 노래나 안무에서 K-POP의 흔적이 전혀 드러나지 않는다. 판매가 시작된 앨범이 아니라 단순 비교하기엔 부족한 감이 있지만, 이번 ‘NO WAY MAN’이야말로 어떤 의미에서는 현재 AKB48이 지니고 있는 한계를 드러내고 있는 앨범이라고 볼 수 있다. 본격 K-POP을 표방하기엔 이미 트와이스가 일본 진출을 한 상황이다. 그렇다고 늘 하던 대로 일본식 아이돌 노선을 따르자니 ‘프로듀스 48’로 얻은 인지도나 새로 유입된 팬들을 포기할 수도 없는 상황인 것.



AKB48이 지니고 있는 이 괴리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일본 멤버의 스타일링이다. 앞머리를 내린 헤어스타일만을 고수했던 미야와키 사쿠라는 아이즈원으로 데뷔하면서 앞머리를 옆으로 넘겼고, 메이크업도 이전처럼 귀여운 느낌보다는 보다 성숙한 느낌을 풍기는 스타일로 변했다. 야부키 나코는 고수하던 검은 머리를 염색했다. 이에 대한 팬들의 반응은 다양하다. K-POP에 익숙해서 일본식 아이돌 스타일링이 본연의 외모를 가리고 있었다며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이들도 있지만, 나코의 염색을 두고 ‘이제 끝났다’ ‘탈선의 징조’ ‘HKT48에 돌아오지 마라’는 말을 내뱉는 이들(주로 남자)도 있다. 한국에서는 머리를 화려한 색으로 물들이면 ‘아이돌 같다’는 반응이 나올 정도로 아이돌이 머리를 염색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일본에서는 학생들의 순수함을 강조하기 위함이라는 명분 아래 고등학교를 졸업하지 못한 아이돌 멤버의 염색과 피어싱은 암묵적으로 금지되어 있다. 이런 생각을 가진 남성 팬층이 AKB48 팬덤 내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기 때문에, 이들에게 질렸거나 새로 유입된 팬들은 세 멤버의 아이즈원 데뷔를 환영한다.

물론 여기에는 2년 반 뒤 겸임이 해제된 멤버들이 돌아오면 침체된 AKB 사단에 새로운 변화의 바람을 불어넣을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가 깔려 있다. 미야와키 사쿠라와 야부키 나코, 혼다 히토미 역시 AKB48로서의 활동을 잠정 중단하기 전 ‘음악 나탈리’와 가졌던 인터뷰에서 ‘반드시 AKB48에 돌아와 배워온 것들로 공헌하고 싶다’ ‘일본에 돌아왔을 때 다시 일본에서 아이돌 붐을 크게 일으킬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포부를 드러내고 있다.



지금 일본에서 가장 큰 반응을 얻고 있는 K-POP 그룹은 방탄소년단과 트와이스다. 북미 투어와 유럽 투어를 마친 방탄소년단은 지난 13일 돔 투어의 막을 올렸다. 원폭 티셔츠 논란으로 혐한 시위의 우려도 있었지만, 도쿄돔 공연은 이틀간 10만여 명의 관객을 불러모으며 성황리에 끝났다. 트와이스는 일본의 연말 가요제인 홍백가합전에 2년 연속 출장이 확정되었다. 그들의 뒤를 이은 아이즈원은 어느 정도의 반응을 얻게 될까. 성공이든 실패든, 그들의 행보가 일본 가요계에 유의미한 영향을 줄 것이라는 점만큼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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