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사우디 왕세자의 카슈끄지 살해 지시 "가능한 일"

머니투데이 정한결 기자 2018.11.18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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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CIA 최종 보고서 발표 예정… 미 의회 사우디 처벌 요구 커질 듯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지난 3월 백악관에서 악수를 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지난 3월 백악관에서 악수를 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사우디아라비아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의 살해를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가 지시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17일(현지시간) 로이터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빈 살만 왕세자가 카슈끄지 살인 사건에 책임이 있다는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보고서를 놓고 "그럴 수도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빈 살만 왕세자를 살해 사건의 배후로 비난하는 것은 시기상조(premature)"라며 "오는 20일 완성된 보고서를 받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보고서에는 카슈끄지를 살해한 인물과 카슈끄지의 죽음이 미치는 영향 등의 내용이 포함될 예정이다.

앞서 전날인 16일 워싱턴포스트(WP)는 CIA가 빈 살만 왕세자가 카슈끄지의 살인을 직접 지시했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보도했다. 핵심 물증은 없지만 사우디 정부가 운영되는 방식을 분석해봤을 때 왕세자의 지시 없이는 일어날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이다.



논란이 커지자 미국 국무부는 CIA가 최종 결론을 내렸다는 보도는 정확하지 않다며 아직 의문이 드는 부분이 많다고 밝혔다. 현재 트럼프 대통령은 지나 해스펠 CIA국장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에게서 관련 정보를 받아본 상태다.

그러나 CIA의 주장은 그동안 사우디 정부의 입장과 정면 배치된다. 사우디 정부는 빈 살만 왕세자는 카슈끄지 살인에 대해 책임이 없으며 그가 모르는 사이에 현장 책임자가 즉흥적으로 살해를 지시했다고 주장해왔다.

외신들은 사우디 정부를 처벌하라는 미 의회의 요구가 이번 사건으로 더욱 거세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밥 코커 상원 외교위원장은 "모든 증거는 빈 살만 왕세자를 지목하고 있다"며 "빈 살만이 그의 명령을 수행한 이들을 처형하기 전에 트럼프 행정부는 그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미국 의회는 그동안 카슈끄지 사태에 대한 미국 정부의 독자적인 조사와 이에 따른 제재를 요구해왔다. 이에 따라 CIA는 조사에 착수해 이 같은 결론을 내렸으며, 미국 당국은 카슈끄지 피살사건에 연루된 사우디 정부 관리 21명의 비자를 취소한 상태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난처한 입장에 처하게 됐다. WP는 "트럼프 대통령은 사우디 정부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려는 자신의 입장과 사우디를 처벌하라는 의회와 국제 사회의 압박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느라 고군분투해 왔다"고 지적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해당 보고를 받아보기 전 "현재로서는 빈 살만 왕세자가 (살인에) 역할을 하지 않았다는 말을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사우디는 (미국의) 일자리와 경제 발전 측면에서 진정으로 뛰어난 동맹국"이라며 "많은 것들을 고려해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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