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길 잃은' 1971년생 시범씨, 집값은 껑충

머니투데이 송선옥 기자 2018.11.05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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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택'크]여의도 시범아파트 전용 118.12㎡ 연초 13억서 17억으로

편집자주 다른 동네 집값은 다 오르는데 왜 우리 집만 그대로일까. 집은 편안한 안식처이자 '재테크' 수단이기도 하다. 생활하기 편하고 향후 가치가 상승할 곳에 장만하는게 좋다. 개별 아파트 단지의 특성과 연혁을 파악하는 게 중요한 이유다. '재택(宅)크'는 서울을 비롯한 전국 주요 아파트 단지를 분석해 '똘똘한 한 채' 투자 전략을 도울 것이다.

여의도 시범아파트여의도 시범아파트


“아파트가 흔들릴 때마다 아이들이 많이 불안해 하고 있습니다. 47년된 아파트를 재건축해서 편안하고 안전한 환경에서 살고자 하는 게 투기인가요?”

지난달 22일 청와대 국민청원에 여의도 시범아파트 재건축을 촉구하는 국민청원이 올라왔다. 4일 현재 청원에 참여한 인원은 1100명 정도다. 재건축·재개발 지연에 따른 불만이 있지만 집값 상승과 재건축 이익에 대한 반감도 만만치 않다는 의미다.



여의도 시범아파트는 1971년12월 완공된 아파트로 총 24개동, 13층, 1790가구 규모다. 서초구 반포중 주공1단지(1973년 준공) 송파구 잠실동 주공5단지(1978년)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1979년) 등 서울 시내 유명 재건축 단지 중에서도 맏형격이다.

실제로 단지 내 아름드리 나무에서 세월을 읽을 수 있었다. 난방을 위해 새로 새시를 바꾼 곳이 제법 있었으며 아파트 내부를 공사하는 소리가 간간히 들렸다.



47세 여의도 시범아파트에게 재건축은 ‘트라우마’다. 2008년 재건축 추진위원회가 설립됐으나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한강 르네상스 사업’으로 재건축 추진이 무산됐다.

이후 시범아파트는 심기일전해 지난해 6월 한국자산신탁을 재건축 사업시행자로 선정하고 재건축을 다시 추진했다. 한자신은 여의도 시범 아파트를 최고 35층, 2380가구 규모로 탈바꿈시킨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올해 박원순 서울시장이 여의도·용산 마스터플랜을 발표하면서 또 꼬이기 시작했다. 서울시가 먼저 마스터플랜을 그린 이후 여의도 개별단지 재건축을 고려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시범아파트는 지난 6월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도계위) 정비사업 계획 관련 심의에서 보류 판정을 받았다.


그래도 마스터플랜이 발표되면 재건축이 속도를 낼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었다. 하지만 집값 급등으로 박 시장이 지난 8월 마스터플랜 발표를 보류하자 여의도 재건축 사업은 전면 정지상태다. 서울 집값이 완전히 잡히기 전까지 여의도 재건축 사업은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 고위 관계자는 “여의도 재건축 심의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재건축이 언제 될지 알 수 없지만 집값은 급등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전용 118.12㎡는 1월초 12억5000만~13억3000만원에 실거래됐으나 현재 시가는 17억원대에 형성돼 있다. 그나마도 물건이 없다. 여의도·용산 마스터플랜 발표가 보류되고 부동산 대책이 잇따라 발표됐지만 매매가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대지지분이 많은 전용 156.99㎡는 8월말 21억2000만원에 거래가 체결됐다. 9월 20억원에 거래된 인근 여의도 한양아파트의 전용 193.03㎡에 견줄만한 가격이다.

시범 아파트 상가내 A 부동산중개소 관계자는 “집주인들이 대부분 중장년층으로 매물을 잘 안 내놓는 상황이고 내놓더라도 호가를 높여 부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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