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전원합의체 재판 현장 / 사진제공=뉴스1
3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은 다음달 1일 오전 11시 병역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원심에서 징역 1년6개월을 선고받은 A씨에 대해 상고심 선고를 내린다. A씨는 2013년 9월 입영통지서를 받고도 이에 응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재판에 넘겨져 실형 선고를 받고 2016년 7월 상고를 제기했다.
당시 대법원 전합은 "양심적 병역 거부자의 '양심의 자유'가 병역 의무 이행에 따른 헌법적 법익보다 우월한 가치라고 할 수 없다"며 "양심의 자유를 제한한다고 하더라도 이는 헌법상 허용된 정당한 제한"이라고 판시했다. 종교를 이유로 한 양심적 병역거부를 처벌하는 것은 정당하다는 것이었다.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처벌하는 것이 과연 정당한지에 대한 문제제기는 계속돼 왔다. 2004년 대법원 전합 판결이 나온 이후 대법원이 아닌 하급심에서 양심적 병역거부자에게 무죄를 선고한 건수는 현재까지 110여건에 달한다.
특히 헌재가 최근 병역법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면서 전기가 마련됐다. 지난 6월 헌재는 '정당한 사유' 없는 입영통지 불응 등 병역거부를 처벌하는 조항은 합헌이라고 봤지만, 병역법이 대체복무제 여지를 두지 않은 것은 헌법에 합치되지 않는다며 2019년말까지 대체복무제 관련 입법을 마련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정당한 사유'가 없는 병역거부 자체는 불법이지만, 병역 거부자들이 합법적인 대안을 모색할 여지를 두지 않은 병역법 자체도 문제가 있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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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선 대법원이 A씨에 실형을 선고한 원심에 대해 무죄 취지의 파기환송 판결을 내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14년 전에도 대법원 전합은 "대체복무 인정 여부에 대해서는 입법자에게 광범위한 입법재량이 유보돼 있다"며 "양심·종교 자유를 이유로 현역 입영을 거부하는 자에 대해 특례를 두지 않고 형벌을 부과하는 규정만 둔 것은 과잉금지 또는 비례 원칙에 위반된다거나 차별금지 원칙에 위반된다고 볼 수 없다"고 봤다.
또 대법원 전합이 실형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돌려보내는 대신 상고심 단계에서 스스로 심리·판결을 내릴 가능성도 있다. 파기자판을 통해 대법원이 스스로 A씨에게 무죄 또는 집행유예 등을 선고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A씨에 대한 실형선고가 확정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조윤상 변호사(법무법인 시헌)는 "헌재가 지난 6월 헌법불합치를 선언한 것은 대체복무제를 두지 않은 병역법의 다른 조항에 대한 것일 뿐 병역거부자에 대한 처벌조항인 병역법 제88조는 여전히 합헌"이라며 "대체복무제 입법시한도 2019년말까지이므로 대체복무제 조항을 두지 않은 병역법도 현재로서는 유효하다"고 말했다. 또 "헌재의 결정에 대법원이 기속되지 않는다는 점도 A씨에게 유리한 결과만 있을 것이라고 보기 어려운 이유"라며 "대체복무제 관련 입법이 미비한 상황에서의 불확실성이 아직 남아 있다"고 했다.
이날 대법원의 선고는 현재 계류된 유사 사건들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대법원에 따르면 양심적 병역 거부와 관련한 상고심 사건의 수는 200건을 웃돈다. 만약 A씨가 무죄 판단을 받는다면 다른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이 구제받을 길도 열리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