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홍래 정음에셋 대표/사진=김휘선 기자
올해 중국 증시가 바닥을 모르고 추락하고 있다. 중국 상하이증시는 연초 대비 20% 넘게 하락한 상태다. 미중 무역충돌로 최근에서야 조정을 받기 시작한 미국 증시와 비교해 중국 증시의 하락이 상대적으로 크다.
중국 증시에 투자하는 장홍래 정음에셋 대표파트너(51)를 만나서 중국 주식 투자에 대해 물었다. 장 대표는 글로벌 회계법인인 언스트앤영의 중국 지사에서 파트너를 역임했으며 중국에서 10년 넘게 근무한 중국시장 전문가로 가치투자 전문가로 손꼽힌다.
정음에셋은 중국 주식에 집중 투자하는 국내에서 몇 안 되는 투자자문사다. 그런데 투자 구조가 독특하다. 일반 투자자들의 투자금을 받지 않고 주주들의 자본금으로만 투자한다. 2018년 4월말 기준 주주 수는 144명, 주주가 투자한 자본금은 126억원이다. 정음에셋 출범 후 투자수익률도 좋았다. 2016년에는 19%, 2017년에는 39.6%에 달하는 수익률을 올렸다.
◇지수보다는 우량기업
장 대표는 첫 마디부터 "중국은 지수가 아니라 우량기업에 투자해야 한다"며 개별 기업에 대한 분석능력을 강조했다. 중국증시의 시가총액은 늘어 났지만, 지수는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장 대표는 “중국 증시 전체 시가총액은 2003년 10월 4200억 달러에서 2016년 10월 6조6000억 달러로 14.7배 상승했지만, 상하이지수는 2700~3300 사이에서 하락과 상승을 반복”하며 게걸음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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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지수는 무분별한 기업공개(IPO)와 딩쩡(定增·제3자배정 유상증자)으로 키(지수)는 크지 않고 체중(시가총액)만 15배 가까이 불어난 셈이다. 반면 미국, 독일 등 선진국 증시는 자사주 매입과 우수기업에 한정된 IPO로 같은 기간, 지수가 2배 가까이 상승했다.
장 대표는 “국내 상장된 중국 주요 ETF 중 최근 6개월 실적이 -20%에 달하는 상품이 수두룩하다”며 중국 ETF 투자의 위험성을 지적했다. 실제로 KODEX 중국본토 A50, KODEX 중국본토 CSI300 등 주요 ETF 수익률이 -20%에 육박하고 레버리지 상품은 수익률이 -30%를 넘는 상품도 있다.
이어 중국 지수 투자를 “똥에다 건포도를 섞어도 여전히 똥”이라는 찰리 멍거의 말을 빌어 비유했다. 우량기업(건포도)만 골라내서 투자해야 한다는 뜻이다.
국내 대형 자산운용사가 중국 자산운용사와 공동으로 투자펀드를 내놓았지만, 이 역시 반드시 높은 수익률을 담보하는 건 아니라고 장 대표는 지적했다. 2015년부터 올해 6월까지 중국 펀드 중 70%가 손실을 봤고 20%는 본전, 10%만 수익을 올렸기 때문이다.
장 대표는 “골드만 삭스가 한국 증시에 투자할 때 국내 자산운용사에게 물어보고 하겠는가?”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던지며 중국 시장에 대한 리서치 능력을 키워서 우리 스스로의 능력으로 투자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분식회계 피하고 업종 대표주·배당주에 투자해야
장 대표는 국내에 상장된 한 중국기업의 사례를 들었다.
“지인이 중국기업 A사에 대해 물어본 적이 있다. 일단 재무제표가 너무 좋고 A사는 자사 제품의 중국 시장 점유율이 3위라고 주장한다. 그래서 A사의 중국 홈페이지를 확인했는데, Q&A 게시판에 아무런 게시물이 없었다.”
즉 A사가 허위광고와 분식회계를 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말이다. 중국 현지에서 오랫동안 회계실무를 담당해온 장 대표는 일부 중국기업들의 분식회계 행태가 정말 가관이라고 말했다.
“어떤 중국기업은 은행에 하루 동안 입금한 후 출금하는 방식으로 계좌의 현금잔액을 조작하는가 하면 아예 가짜로 계좌 잔액증명서를 발급받는 경우도 있다”고 꼬집었다. 중국 기업의 재무제표를 그대로 믿기 힘들다는 얘기다. 장 대표는 중국 투자의 최대 리스크로 분식회계와 높은 대리인비용을 들었다.
이어 “3000개가 넘는 중국 상장기업 중 투자할 만한 종목은 20개도 안 된다”면서 “배당주 투자가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장 대표는 강조했다. 바로 중국 전통술 바이주 업체인 마오타이가 대표적인 가치·배당주다. 장 대표는 중국 친구들이 오히려 그애게 마오타이 전망을 물어볼 정도로 자타가 공인하는 마오타이통(通)이다.
장 대표는 “마오타이는 영업이익률이 60%가 넘는 초우량기업”이며 “당기순이익의 절반을 주주에게 배당하기 때문에 대리인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올해 중국 증시가 크게 하락해 정음에셋도 약 10% 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마오타이가 630위안까지 하락하면 더 매수할 생각도 있다”며 “마오타이가 떨어지기만 기다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마오타이 16일 종가는 667.14위안이었다. 장 대표의 자신감은 기업을 정말 잘 아는 투자자만이 가질 수 있는 특권으로 보였다. 16일 상하이지수는 지난해 말 대비 23% 하락했지만, 같은 기간 마오타이 주가는 4.3% 하락하는 데 그쳤다.
끝으로 장 대표는 신흥국(중국)에 투자 하려면 △회계, 재무자료가 신뢰성이 있고 △부채가 거의 없으며 △수익성 좋은 업종 1위 기업 20개에 집중해서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첫 번째와 두 번째 조건을 모두 만족시키면 90% 이상 부실기업을 거를 수 있고 세 번째 조건까지 충족할 경우엔 투자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얘기다.
장홍래 정음에셋 대표/사진=김휘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