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 비용 많다는데 금융당국에 막혀 못 줄이는 카드사

머니투데이 주명호 기자 2018.10.11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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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카드, 지난해 부가서비스 비용만 '1조원'…"수수료 인하 감내하려면 축소 허용돼야"

마케팅 비용 많다는데 금융당국에 막혀 못 줄이는 카드사


일각에서 신용카드사의 과도한 마케팅 비용이 수익성 악화의 원인이자 가맹점 수수료 인하의 걸림돌로 지목되는 가운데 정작 카드사들은 금융감독원의 규제 탓에 마케팅 비용을 줄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1일 금융감독원이 제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카드사 마케팅 비용 현황 자료에 따르면 신한카드와 삼성카드는 지난해 마케팅 비용으로 각각 1조3331억원과 1조468억원을 썼다. KB국민카드와 현대카드도 1조원에 육박하는 9722억원과 9642억원을 지출했다. 이어 롯데카드(5261억원), 비씨카드(4412억원),하나카드(3958억원), 우리카드(3931억원) 순으로 마케팅 비용 지출이 많았다.



사실상 카드시장 점유율 순으로 마케팅 비용을 많이 쓴 셈이다. 이는 카드사의 마케팅 비용 대부분이 각 카드 상품에 탑재된 포인트 적립 등 기본 부가서비스 비용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업계 점유율 1위인 신한카드는 지난해 전체 마케팅 비용 1조3331억원 가운데 75.6%인 1조73억원이 카드 회원들에게 기본적으로 부여되는 부가서비스에 소요됐다.

삼성카드의 경우 지난해 전체 마케팅 비용 중 72.9%인 7623억원이 부가서비스 비용으로 나갔으며 KB국민카드와 현대카드도 각각 6876억원(69.8%), 6667억원(69.1%)의 비용이 투입됐다. 하나카드의 경우 지난해 전체 마케팅 비용 중 90.2%가 기본 부가서비스 비용이었다. 부가서비스가 전체 마케팅 비용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비씨카드와 우리카드도 83.8%와 79.4%로 80% 내외로 높았다.



지속된 카드 수수료 인하로 카드사들의 수익성이 악화하자 최근 들어 카드사들의 마케팅 비용이 과도하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카드사들도 이에 공감하지만 마케팅 비용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부가서비스 비용은 금감원이 카드 고객들의 혜택이 축소된다며 부가서비스를 줄이지 못하게 막고 있어 손도 못 대고 있다. 카드의 부가서비스를 축소하려면 약관을 수정해야 하는데 금감원이 승인을 해주지 않아서다.

금감원은 카드 상품의 약관 의무 유지기간이 5년에서 3년으로 바뀐 2016년 이후 지금까지 한 차례도 부가서비스 축소를 위한 약관 변경을 승인해주지 않았다. 감독규정에는 약관을 3년간 유지한 뒤 카드 상품의 수익성이 악화됐다는 근거를 제시하면 부가서비스를 변경할 수 있지만 사실상 명확한 승인 기준 없이 부가서비스를 축소하면 소비자 혜택이 준다며 승인을 해주지 않는 상태다.

카드사들은 부가서비스를 줄일 수 없다면 지속된 카드 가맹점 수수료 인하로 인한 수익성 악화를 더 이상 감내하기 어려운 수준이라고 지적한다. 한 카드사 임원은 “카드사들이 과도한 마케팅 비용으로 출혈경쟁을 하며 가맹점 수수료 인하를 막고 있다고 하는데 비용을 통제할 수 없는 구조적인 문제를 봐야 한다”며 “부가서비스 때문에 카드 사용이 늘어날수록 마케팅 비용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올해 카드사들의 부가서비스 비용은 지난해보다 더 늘어날 전망이다. 올 상반기 카드사들의 전체 부가서비스 비용은 2조4185억원으로 지난해 4조4808억원의 절반을 웃돌았다. 다른 카드사 임원은 “정부가 카드 수수료를 결정해 카드사들의 수익을 조정하는 상황에서 비용이라도 카드사들이 조정할 수 있도록 여지를 줘야 숨통이 트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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