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평양]南·北 경협 긍정적 교감…靑 "미래 가능성 열어두는 것"(종합)

머니투데이 평양공동취재단, 우경희·김하늬·김평화·최태범 기자 2018.09.18 1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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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이재용 "과학·인재 중시 인상적"…현정은 "금강산도 빨리 풀리고"

 18일 오전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에서 2018 평양 남북정상회담 특별수행원 자격으로 평양을 방문하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과 최태원 SK회장이 공군 1호기에 탑승해 나란히 앉아 대화하고 있다. 2018.9.18 / 평양사진공동취재단 18일 오전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에서 2018 평양 남북정상회담 특별수행원 자격으로 평양을 방문하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과 최태원 SK회장이 공군 1호기에 탑승해 나란히 앉아 대화하고 있다. 2018.9.18 / 평양사진공동취재단


18일 평양을 찾은 재계 총수들이 북한 경제를 총괄하는 리용남 내각부총리를 만났다. 남북경제협력 기대감을 키웠다. 삼성 일가 최초로 방북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북한의 과학·인재 중시 분위기를 언급했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숙원인 금강산 사업 재개 의지를 밝혔다.

경제인들은 리 부총리와 남북경협 방안을 논의했다. 방북 첫날 일정인 만큼 구체적인 논의보다 전반적인 경제상황과 관련해 의견이 오갔다. 리 부총리는 중국 유학파로 무역상과 대외경제상을 지냈다. 북한 경제정책 실세다.



이 부회장은 "평양은 처음 와보고 마음에 벽이 있었는데 이렇게 와서 경험하고 (북측 인사들을) 뵙고 하니까 (인상적)"이라며 "평양역 건너편에 새로 지은 건물에 '과학중심 인재중심'이라고 써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삼성의 기본경영 철학이 '기술중심 인재중심'"이라며 "세계 어디를 다녀 봐도 한글로 그렇게 써져 있는 것을 본적이 없는데, 한글로 된 것을 보니 '이게 한민족이구나'라고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기회에 더 많이 알고, 신뢰관계를 쌓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미국의 대북제재로 직접적인 사업 제안이 어려운 상황에서 삼성의 주요 사업분야를 큰 틀에서 언급, 경제협력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된다.



남북관계 단절 이전까지 가장 적극적으로 대북사업을 전개했던 현대그룹의 현 회장 역시 입을 열었다. 현 회장은 리 부총리의 발언 권유에 "남북정상회담 뿐 아니라 (개최가 예상되는) 북미정상회담도 잘 돼서 빨리 금강산도 풀리고 (상황이 개선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남북관계가 안 좋으면 늘 마음이 아팠다"며 "빨리 다시 시작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최 회장은 "11년만에 오니 많은 발전이 있는 것 같다"며 "건물도 많이 높아졌지만 나무들도 많이 자라난 것 같고, 상당히 보기 좋았다"고 말했다. 구 회장은 "좋은 기회를 주셔서 감사하다"며 간단히 인사했다. 다른 총수들도 직접적인 언급보다는 북측과 기본적인 틀에서 교감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리 부총리는 "우리나라에도 여러 분야에서 협조할 것이 많다"고 말했다. 역시 직접적으로 경제협력을 언급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포괄적인 협력의 여지를 열어놓는 발언이다. 리 부총리는 이어 "마주앉는 기회가 많이 생기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청와대도 경제 협력 부문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다만 서두르기보다 ‘먼 미래’를 준비한다기 위한 초석을 다지겠다고 강조했다.

윤영찬 대통령비서실 국민소통수석은 서울 동대문의 DDP 서울프레스센터 브리핑에서 경제인 사절단 동행에 관해 “제제로 인해 경협의 한계는 분명 있을 수 있지만, 미래 가능성을 열어둔다면 경제인의 역할이 기대가 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청와대는 ‘평화의 제도화’를 강조했다. 정상회담에 경제계 인사들이 함께 한 것은 당장의 남북경제협력 성과보다 ‘평화의 제도화’를 위한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서라는 의미다. 윤 수석은 “이번 방북수행단의 결정은 전적으로 정부가 결정한 사항”이라며 “우리 경제인들의 참여는 남북관계의 장래, 미래를 위해 참여가 필요하다는 판단이 있었다”고 말했다.

자연스레 이번 정상회담 계기로 남북 경제협력과 관련 여러 합의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철도·도로연결 등 인프라 협력, 개성공단 재가동과 금강산 관광 재개를 넘어 문재인정부 ‘한반도 신경제구상’ 실현에 한 발 더 나아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윤 수석은 “이번 평양 남북정상회담의 슬로건이 ‘평화, 새로운 미래’ ”라며 “이번 만남에선 현실적으로 당장 가능한 영역보다 미래 가능성에 대한 타진이 있지 않을까 예측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MOU(양해각서)는 나오지 않을 것이고 구체적,실질적 협력방안보다 주어진 조건 속에서 논의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한 얘기들이 있을 것”이라며 “다만 우리가 남북간에 진행해오고 논의를 막 시작한 여러 협력 분야에서 대화를 더 진척시키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대 장벽은 대북제재 문제다. 4·27 판문점선언에서 합의된 주요 남북 협력사업들은 대북제재의 벽에 가로 막혀 있다. 대북제재 위반 사항이 아니었던 개성공단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개소가 난항을 겪은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게다가 미국은 최근 대북제재를 더욱 강화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북한과 대화를 추진하면서도 대북제재를 지렛대로 비핵화 조치를 이끌어낸다는 전략인 셈이다. 미국은 17일(현지시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긴급회의를 소집해 대북제재 이탈 움직임을 보이는 중국과 러시아에 공개적으로 불만을 표출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이날 트위터에서 “대북제재 준수를 약화하려는 러시아의 적극적인 시도를 논의하기 위해 유엔 안보리 회의를 소집했다”며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는 비핵화 달성을 위한 노력에 있어서 필수적인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미국은 남북정상회담 직전에 안보리 긴급회의를 열어 한국 정부에 경고를 날렸다. 남북관계 개선 속도가 비핵화 협상 속도를 앞서나가면 안 된다는 경고다.

윤 수석도 “제재완화 타이밍이냐 부분에서 이 부분에 대해 제가 구체적 말씀 드리기 어려울 것 같다”며 “여러 상황들이 한번에 진행되고 있고, 북미간 대화가 이뤄질 수 있는 여건들이 마련되길 바라고 있다”고 긍정적인 기대를 드러냈다. 이어 “지금 저희는 국제적인 제재 질서 속에서 같이 공조를 하는 상황인 만큼, 이런 부분들이 새로운 조건이 만들어지면 그런 변화들이 가능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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