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기업 가치 인정 안하는 한영…VC사 엠벤처, 상폐 벼랑끝

머니투데이 김명룡 기자 2018.09.17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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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벤처투자, 美GCT 지분가치 230억 주장…한영 "지분가치 인정 어려워" 의견거절 상태

기술기업 가치 인정 안하는 한영…VC사 엠벤처, 상폐 벼랑끝


한영회계법인(이하 한영)이 벤처캐피탈회사 엠벤처투자 (921원 ▼40 -4.16%)의 핵심 투자자산 지분가치를 인정해 주지 않아 엠벤처투자가 상장폐지 위기에 몰렸다.

엠벤처투자 측은 한영이 4차 산업혁명 같은 기술주의 가치를 평가할 능력이 안되는 상황에서 단순히 회계적인 기준만으로 감사의견 거절을 내놓은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17일 IB(투자은행) 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는 오는 19일 기업심사위원회를 열고 엠벤처투자를 비롯한 15개 기업의 상장폐지 여부를 결정한다. 이들 기업은 지난달 말까지 외부감사인 감사보고서 의견거절 등으로 상장폐지 통보를 받은 곳이다.

이들은 정상적인 재감사보고서를 제출하지 못하면 최종 상장폐지된다. 엠벤처투자는 한영과 재감사 결과를 놓고 조율하고 있지만 감사의견 '적정'이나 '한정' 판정을 받기 쉽지 않은 상황인 것으로 파악된다.



엠벤처투자는 지난 3월 제출한 2017사업연도 감사보고서에서 감사의견으로 '의견거절'을 받았다. 한영은 엠벤처투자의 핵심 투자자산인 GCT세미컨덕터(이하 GCT)에 대한 가치평가를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양측이 가치평가를 놓고 갈등하고 있는 GCT는 국내 기술진에 의해 실리콘밸리에 설립된 반도체 기업이다. 5G 통신에 필요한 반도체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엠벤처는 이 회사에 200억원 정도를 투자했으며 지분가치가 23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2017년 말 기준 엠벤처투자 자산 총계(별도 재무제표 기준) 479억원의 절반을 넘어서는 규모다.

회계감사를 맡고 있는 한영은 엠벤처투자가 보유하고 있는 GCT 지분가치가 적절하게 평가됐는지를 확신할 수 없다며 의견거절을 고수하고 있다.


이에 대해 엠벤처투자는 대주회계법인을 통해 GCT 주식평가 보고서를 의뢰했고, 이를 한영 측에 제출한 상태다. 엠벤처투자 관계자는 "대주회계법인이 최근 GCT의 1주당 가치를 3.39달러로 평가했는데 이는 평균매입단가 2.62달러보다 높은 수준"이라며 "GCT 보유지분가치가 적정하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주장했다.

이 과정에서 대주회계법인 실무자가 미국 현지를 방문, GCT에 대한 실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그는 "공정가치 평가기준에 맞춰 제3의 회계법인을 통해 2차례에 걸쳐 증빙을 제출했다"면서 "한영은 산업기반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상태에서도 제3기관의 공정가치 평가보고서를 인정하지 않으면서 공정가치 평가의 의미가 무색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이번 재감사 과정에서 회계법인의 갑질 논란도 불거지고 있다. 한영은 GCT에 대한 투자자산 1개를 평가하는데 1억원을 받았다. 한 개 기업이 아니라 단순 투자자산에 대한 평가비용으로는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감사를 받는 엠벤처투자 입장에서는 비용 지불을 거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엠벤처투자가 투자자산에 평가를 이유로 상장폐지될 경우 벤처캐피탈 투자가 위축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IFRS9가 도입되면서 상장기업 투자자산에 대한 시가평가가 의무화됐다. 회계법인이 투자자산을 평가해 가치를 줘야 하는데 벤처기업 특성상 기술적 평가나 미래 성장가치가 반영되지 않으면 제2의 엠벤처투자 사례가 나올 수 있다.

엠벤처투자 관계자는 "벤처캐피탈이 투자자산에 대한 인정을 제대로 받지 못하면 투자를 할 수 없다"며 "회사는 멀쩡한데 감사의견 때문에 상폐될 경우 4600명의 주주들이 피해를 보게 생겼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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