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 부른 '성형수술'…숨어버린 '양악' 환자들

머니투데이 김유경 기자 2018.09.14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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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슈머 시대-슬기로운 치과생활 <5>양악수술1]①고난도 수술로 전문의 집도 필수...17~18세가 최적시기

편집자주 병원이 과잉진료를 해도 대다수 의료 소비자는 막연한 불안감에 경제적 부담을 그대로 떠안는다. 병원 부주의로 의료사고가 발생해도 잘잘못을 따지기 쉽지 않다. 의료 분야는 전문성과 폐쇄성 등으로 인해 정보 접근이 쉽지 않아서다. 머니투데이는 의료 소비자의 알권리와 합리적인 의료 이용을 위해 ‘연중기획 - 메디슈머(Medical+Consumer) 시대’를 진행한다. 의료 정보에 밝은 똑똑한 소비자들, 메디슈머가 합리적인 의료 시장을 만든다는 생각에서다. 첫 번째로 네트워크 치과 플랫폼 전문기업 ‘메디파트너’와 함께 발생 빈도는 높지만 건강보험 보장률이 낮아 부담이 큰 치과 진료에 대해 알아본다.

부정교합 환자가 양악수술을 받기 전 측면/사진제공=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치과병원부정교합 환자가 양악수술을 받기 전 측면/사진제공=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치과병원


부정교합 환자가 양악수술을 받은 후 측면/사진제공=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치과병원부정교합 환자가 양악수술을 받은 후 측면/사진제공=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치과병원
사망 부른 '성형수술'…숨어버린 '양악' 환자들
#부정교합으로 턱이 뒤틀려 있는 A씨는 외출을 거의 하지 않고 은둔생활을 한다. 외부활동이라곤 부모가 운영하는 작은 식당에서 일을 거드는 정도다. 이때도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다. 고객들의 시선이 부담스럽고 장사에 방해될까 우려해서다. 양악수술을 받아야 하지만 잘못될까 두렵기도 하고 경제적 여력도 없다. 부모가 A씨의 수술을 위해 매월 일정금액을 저축하지만 2000만원대에 달하는 양악수술을 받으려면 앞으로 10여년을 꼬박 모아도 어려운 상황이다.

#2016년 7월 20대 여성 B씨는 강남 유명 성형외과병원에서 양악수술을 받고 퇴원한 직후 숨졌다. 당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결과 B씨의 사망원인은 ‘기도 폐쇄성 질식사 추정’으로 숨을 쉬지 못해 숨진 것으로 드러났다. 수술 후 회복과정에서 출혈이나 부종 등으로 기도가 막힌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사망 부른 '성형수술'…숨어버린 '양악' 환자들
13일 치과업계에 따르면 2010~2013년 양악수술을 통한 성형 붐이 일면서 과다출혈, 호흡곤란 등으로 사망사고가 잇따랐다. 이후로도 강남 성형외과병원에서 양악수술을 받고 사망한 환자의 진료기록을 조작하는 등의 사건이 드러나며 경찰이 수사에 나서기도 했다. 이 때문에 양악수술이 성형외과 수술분야로 잘못 알려진 데다 목숨을 내놓고 받아야 하는 수술로 오인된다는 지적이다.

양악수술(orthognathic surgery)은 잘못 위치한 '턱뼈'(gnathologic system)를 '수술'(surgery)을 통해 '고쳐준다'(ortho=correct)는 의미로 턱뼈와 치아의 위치를 정상적인 위치로 교정하는 수술이다. 즉 성형외과병원이 아닌 치과병원에서 구강악안면외과 전문의들이 치료를 목적으로 하는 게 양악수술이다.



황순정 서울대 치과병원 구강악안면외과 교수는 "양악수술이 끝나면 기도가 부어 호흡곤란이 올 수 있는데 사망사고를 낸 성형외과에서는 이에 대한 확인 및 처치를 안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무분별하게 행해진 양악수술로 부정적인 인식이 커져 실제 치료가 필요한 환자들마저 기피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양악수술은 위험성이 큰 만큼 미용이 아닌 치료로서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입을 다물려고 해도 턱뼈의 구조적 문제로 윗니와 아랫니가 맞물리지 않는 '부정교합', 한쪽 턱뼈가 더 많이 자라나 얼굴이 심하게 일그러지는 '안면비대칭', 앞니가 서로 맞지 않아 음식물을 제대로 못 씹고 발음이 부정확해 일상생활이 어려운 '주걱턱'(하악전돌증) 등이 양악수술 대상이다.

양악수술 환자의 수술후 시뮬레이션 모형/사진=홍봉진 기자양악수술 환자의 수술후 시뮬레이션 모형/사진=홍봉진 기자
박재억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구강악안면외과 교수는 "치료가 필요한 양악수술 대상자는 대부분 유전인 경우가 많다"며 "어렸을 때는 괜찮다가도 사춘기인 성장시기에 턱이 자라면서 주걱턱이 되기도 하고 한쪽만 자라면서 뒤틀어지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사춘기에 갑자기 변한 턱뼈로 인해 생기는 문제는 크게 2가지다. 정서적으로는 외모에 대한 콤플렉스가 생겨 사회활동이 위축될 수 있고 심한 경우 우울증을 앓을 수도 있다. 기능적으로는 제대로 음식을 씹지 못해 위장장애가 오거나 턱관절 디스크가 빠져 불편을 겪을 수도 있다. 발음이 제대로 안되는 문제도 발생한다.

하지만 생명에 지장이 생기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A씨처럼 숨어지내는 사람이 많다. 문제는 양악수술이 단순히 뼈를 깎는 게 아니라 뼛속을 지나는 신경에 충격을 줄 수도 있어 나이가 들수록 회복이 더디고 부작용이 나타날 확률도 높다는 것이다. 뼈를 깎아도 살과 근육 등 연조직까지 잘라내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코퍼짐, 긴 인중, 들창코, 턱살 늘어짐 등의 부작용이 생길 수도 있다.

구강악안면외과 전문의들은 치료 목적의 양악수술이 필요하다면 뼈의 성장이 어느 정도 멈추고 회복력은 빠른 17~18세가 가장 적정한 시기라고 밝혔다. 박 교수는 "양악수술의 필요 여부는 치과 교정과에서 1차 판단을 한다"며 "턱뼈가 한쪽 또는 양쪽으로 지나치게 많이 자란 경우 교정으로 치료가 안되기 때문에 수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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