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메디슈머 시대... '슬기로운 치과 생활' 하는 법

머니투데이 김유경 기자, 이원광 기자 2018.07.06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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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슈머 시대-슬기로운 치과생활 <1>영상판독] (종합)

편집자주 병원이 과잉진료를 해도 대다수 의료 소비자는 막연한 불안감에 경제적 부담을 그대로 떠안는다. 병원 부주의로 의료사고가 발생해도 잘잘못을 따지기 쉽지 않다. 의료 분야는 전문성과 폐쇄성 등으로 인해 정보 접근이 쉽지 않아서다. 머니투데이는 의료 소비자의 알권리와 합리적인 의료 이용을 위해 ‘연중기획 - 메디슈머(Medical+Consumer) 시대’를 진행한다. 의료 정보에 밝은 똑똑한 소비자들, 메디슈머가 합리적인 의료 시장을 만든다는 생각에서다. 첫 번째로 네트워크 치과 플랫폼 전문기업 ‘메디파트너’와 함께 발생 빈도는 높지만 건강보험 보장률이 낮아 부담이 큰 치과 진료에 대해 알아본다.

치과의사도 몰랐던 구강암…"CT엔 이미 찍혔다"
[메디슈머 시대-슬기로운 치과생활 <1>영상판독] ①증상 없지만 조기발견도 쉬워

이젠 메디슈머 시대... '슬기로운 치과 생활' 하는 법


‘연중기획 - 메디슈머(Medical+Consumer) 시대’는 코스피상장사 메디플란트 (70원 ▲7 +11.11%)의 모회사인 메디파트너와 함께 합니다.



이젠 메디슈머 시대... '슬기로운 치과 생활' 하는 법
#사례1. 오른쪽 아래 어금니 잇몸이 부어 동네 치과병원을 찾은 A씨(57)는 염증으로 진단받고 항생제를 먹었다. 하지만 40여일이 지나도 차도가 없었다. 답답함에 대학병원에 가서 CT(컴퓨터 단층촬영)영상을 찍었다. 대학병원에서는 A씨의 영상을 보고 깜짝 놀랐다. 굉장히 위험한 골육종이었다. 골육종은 뼈에 발생하는 악성종양(암)으로 한 달 사이에도 굉장히 빠르게 악화하는 점이 특징이다. 처음 치과를 찾았을 때 치료만 받았어도 생명에 지장 없이 회복됐을 것이라는 게 전문의의 소견이다.



#사례2. 치과병원에서 신경치료를 받던 B씨(49)는 통증의 원인이 심한 염증이라는 진단을 받고 대학병원으로 전원됐다. 하지만 단순 염증이 아닌 윗니 주변 뼈가 다 녹아 위턱뼈(상악골)가 아예 없는 전형적인 암환자였다. 처음부터 신경치료가 아닌 수술을 받아야 했던 것. 다행히 서서히 진행되는 암이라 당장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지만 예후(5년 내 생존율)에 각별히 신경 써야 한다는 소견을 받았다.

조기발견이 가능한 구강암이 좀처럼 줄지 않고 증가세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전 인지가 부족해 사실상 방치되고 있다는 게 영상판독 전문의들의 지적이다.

5일 국립암센터에 따르면 가장 최근 통계자료인 2015년 암 발생자 수는 총 21만4701명이며 치과 관련 암종(혀·구강·주침샘·입인두·비인두)은 2406명으로 집계됐다. 이중 구강암 환자가 654명으로 10년 전인 2005년 413명에서 58% 증가했다. 통계상으로는 구강암 환자가 상대적으로 적지만 초기에 느끼는 증상이 거의 없다는 점에서 실제로는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전문의들은 보고 있다.


허민석 서울대치과병원 영상치의학과 교수는 “특히 양성 암의 경우 환자가 느끼는 게 아무것도 없다”며 “좀 부었다는 느낌으로 치과를 찾아오면 이미 암이 뼈를 다 녹여버렸거나 물혹이 커진 경우가 허다하다”고 말했다.

실제 10년 전 서울대치과병원에서 검사를 받은 C씨는 당시 1㎝의 낭성병소(물혹)가 발견됐으나 환자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진단결과를 듣지도 않은 채 다시 병원에 오지 않았단다. 이후 환자는 동네 병원에서 임플란트 시술을 하다 이상소견을 듣고 10년 만에 다시 서울대치과병원에 왔는데 그 낭성병소는 이미 3㎝로 커져 있었다.

이젠 메디슈머 시대... '슬기로운 치과 생활' 하는 법
이같이 구강 관련 질환은 발견 전까지 환자가 거의 증상을 느끼지 못해 자각이 어려운 반면 아이러니하게도 쉽게 발견할 수 있는 게 또다른 특징이다. 다른 장기에 발생하는 질환과 달리 치과에서 주로 쓰는 CT와 파노라마영상으로도 구강암 등의 판독이 가능하다.

특히 현재 치과병원의 촬영기와 종합병원의 촬영기에 큰 차이가 없어 치과병원에서 찍은 영상만으로도 판독할 수 있다는 게 전문의들의 설명이다. 구강암 진단을 위해 큰 병원으로 가서 CT를 다시 촬영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따라서 1년에 한 번 건강검진을 하듯 CT를 포함한 구강검진만 해도 구강암을 조기발견할 수 있다. 특히 구강암이 40대 이후 흡연자를 중심으로 발병하는 것을 감안하면 40~50대부터 구강검진을 반드시 받을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만 영상을 판독할 수 있는 전문의가 거의 없다는 점은 또다른 문제로 지적된다. 치과병원에서 치료를 받는 환자들은 대부분 CT영상을 촬영하지만 판독이 안돼 암환자인데도 임플란트 시술, 신경치료 등을 그대로 받기 때문이다.

정호걸 전 연세대치과대학병원 영상치의학과 임상교수는 “영상판독이 가능한 전문의는 국내 100명밖에 없다”며 “이중 50여명이 대학교수기 때문에 전국 치과 개업의 중 영상판독이 가능한 전문의도 50명이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호주에서는 CT 및 파노라마영상 촬영 후 반드시 영상을 판독하도록 법적으로 의무화했다. 이를 통해 암환자 등 특이소견을 보이는 경우가 100명당 1명 정도로 추정된다. 환자의 부담은 전혀 없다. 호주는 사회보험제도에 따라 공립병원에서 영상촬영 및 판독 등의 비용이 모두 무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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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경 기자

"골다공증 환자, 임플란트 할땐 철저한 사전검사부터"
[메디슈머시대-슬기로운 치과생활 <1>영상판독] ②허민석 서울대 교수 "건강검진에 영상판독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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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선배가 78세 환자한테 임플란트를 시술하려는데 예전에 실패경험이 있는 환자라고 한번 봐달라더군요. 골이 단단하고 좋아 보이는데 어떠냐는 거였죠. 제가 다급하게 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비정상적으로 뼈가 단단하게 돼 있는 ‘골경화상’이었거든요.”

허민석 서울대치과병원 영상치의학과 교수(사진)는 최근 머니투데이와 인터뷰에서 “염증에 의해 경화된 뼈도 치과용 CT(CBCT)나 파노라마영상을 보면 허옇게 보이니까 뼈가 단단한 줄 알고 임플란트 시술을 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경우 임플란트 시술이나 신경치료 등의 외부자극이 가해지면 염증이 번져 골수염이 발병할 공산이 크다. 골수염은 염증에 의해 뼈가 파괴되는 병으로 심한 경우 턱뼈를 절제하는 수술을 받을 수도 있다고 허 교수는 설명했다.

그는 “최근 고령화로 골수염 환자가 많을 뿐 아니라 증세도 심각하다”며 “특히 여성은 비스포스포네이트(Bisphosphonate)계의 골다공증약을 장기 복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환자는 뼈 성분 자체가 변해 턱뼈에 골수염이 발생할 확률이 높아 사전 영상판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임플란트를 시술하기 전 영상판독을 받으면 암 또는 염증을 조기발견하는 기회가 될 수 있는 반면 이를 무시한 채 시술하면 암이나 골수염을 자극해 상황이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임플란트 건강보험 적용 대상이 65세 이상으로 확대돼 임플란트 시술자가 급증하면서 이런 우려는 더 커졌다. 임플란트 대상자는 대부분 암이 많이 발병하는 연령대인 데다 남성은 흡연으로 구강암 발병 가능성이, 여성은 골다공증약 복용으로 골수염 발병 가능성이 높아서다. 허 교수는 “대부분 환자가 임플란트 시술로 인해 위험한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모른 채 임플란트 시술을 받는다”며 “골육종과 같은 악성종양보다 양성종양과 골수염이 더 중요한 이유”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1년에 한 번 구강검진을 할 때 CBCT나 파노라마영상을 찍어 판독만 해도 구강암 등 관련 질환을 조기발견할 수 있다”며 “치과에 가지 못하는 취약계층을 위해서라도 건강검진에 영상판독이 도입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유경 기자

동네치과서 촬영한 '구강CT', 원격판독 시대 연다
[메디슈머 시대-슬기로운 치과생활 <1>영상판독] ③메디파트너 영상치의학연구소 원격판독 서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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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치과에서 촬영한 구강 CT(컴퓨터 단층촬영)영상을 영상치의학 전문가가 원격으로 판독하는 서비스가 국내 도입된다. 구강암 조기발견 및 치료를 위한 것으로 국내 구강암 발병이 급증하는 가운데 국민건강 증진을 위한 해법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메디파트너는 다음달부터 치과 30여곳에서 촬영한 환자의 구강 CT영상을 원격으로 판독하는 서비스를 시작한다. 지역 치과에서 촬영된 구강 CBCT(Cone-Beam CT)영상 등이 메디파트너 영상치의학연구소에 전송되면 연구소가 해당 영상을 분석, 구강암 발병 여부 등을 진단하는 방식이다. 메디파트너는 다음달 말까지 해당 서비스를 전국 치과 100여곳으로 확대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메디파트너는 턱뼈 내 깊숙이 자리 잡은 구강암 등의 조기발견 및 치료를 위해 이같은 서비스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현재 구강 CT영상의 정밀분석이 가능한 영상치의학 전문가는 대학병원에 편중됐다. 이에 환자들은 장기간 대기 후 대학병원에서 해당 영상을 촬영하거나 지역 치과에서 촬영한 영상을 직접 대학병원으로 가져가 진단을 받는다. 이같은 불편으로 인해 구강암 의심환자 다수가 CT영상 촬영을 꺼리면서 암 조기발견의 기회를 놓친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메디파트너는 영상판독전문팀 구성도 마쳤다. 정호걸 전 연세대치과대학병원 영상치의학과 임상교수가 메디파트너 영상치의학연구소장을 맡았다. 이혜림 전 경희대치과병원 방사선사도 합류해 힘을 보탰다. 메디파트너는 현재 호주지역 치과들과 제휴하고 하루 평균 100여건의 현지 환자 구강 CT영상을 판독 중이라고 밝혔다.

국내 구강암 환자가 해마다 급증하는 점을 고려하면 해당 서비스는 국민건강 증진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국립암센터에 따르면 2015년 구강암 환자 발생 수는 654명으로 2005년 413명에 비해 10년 새 58% 증가했다.

메디파트너 관계자는 “해당 서비스는 구강암 조기발견뿐 아니라 자연치유가 가능한 경도 질환도 정확한 진단이 가능하다”며 “불필요한 시간 낭비 및 의료비 경감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어 “해당 서비스는 지역 치과와 환자간 신뢰를 높이는 기술”이라며 “지역 치과를 통해서도 질 높은 CT영상 판독서비스를 받는 의료환경을 구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원광 기자

[단독] 건강보험 치과검진에 영상검사 도입 추진

[메디슈머 시대-슬기로운 치과생활 <1>영상판독] ④ 육안으로는 암, 물혹 등 발견 어려워…NECA 10월쯤 연구결과 제출

정부가 국가건강검진 중 구강검진 항목에 첨단영상검사를 포함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육안으로 발견하기 어려운 구강암 등 치과 질환을 예방하기 위해서다.

5일 치과업계에 따르면 질병관리본부는 구강검진 항목에 파노라마 X레이 영상검사를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하기 위해 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에 연구용역(국가건강검진 내 구강 파노라마검사 항목 도입에 대한 타당성분석)을 의뢰한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결과는 오는 10월쯤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NECA에서 연구 중인 내용은 파노라마 X레이 영상검사의 유용성과 빈도, 비용 대비 효과 등이다.

그동안 건강보험에서 의무적으로 실시한 구강검진은 치아와 잇몸의 건강상태를 파악하는 정도에 그쳤고 이마저도 육안으로 진행됐다. 때문에 정작 문제가 되는 악성종양, 양성종양, 골수염, 물혹, 상악동(위턱 빈 공간) 염증 등의 치과 질환은 발견하지 못해 영상판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됐다.

치과 질환은 대부분 통증이 거의 없고 약간 부은 정도의 느낌만 있어 환자가 알아차리기 어려운 반면 영상판독으로는 쉽게 조기발견이 가능한 점이 특징이다. 물혹은 조기발견하면 간단히 제거할 수 있지만 시간이 경과해 커지면 턱뼈를 제거하는 수술을 받아야 할 정도로 환자의 부담이 커진다.

영상판독은 간단하다. 신경치료나 임플란트를 하는 지역 치과병원에도 파노라마 또는 치과 CT(CBCT) 장비가 있어 쉽게 촬영할 수 있다. 이를 판독하는데도 15분 내외면 끝난다. 다만 영상판독을 할 수 있는 영상치의학과 전문의가 부족한 건 넘어야 할 과제다.

허민석 서울대치과병원 영상치의학과 교수는 "치과를 거의 찾지 않는 소외계층을 위해서라도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시행하는 무료 건강검진 등에 영상검사를 포함한 구강검진이 꼭 도입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유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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